마케팅-뷰자데
우리 회사에서는 매주 월요일 아침 ‘인사이트 토크’를 진행한다.
진행 방식은 간단하다. 회의실에 모여서 각자 주말에 가장 ‘인사이트’가 있었던 무언가를 단체 카톡방에 올리면서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카페, 맛집, 영화, 공연, 광고 등등. 내용의 제한은 없다. 이 대화는 주로 최신 트렌드에 대한 이야기로 흐르곤 한다.
트렌드에 뒤떨어진 마케터는 최신 연구결과에 무지한 과학자와 비슷하다. 누차 이야기하지만 마케팅을 어떻게 정의하든 그 중심에는 ‘고객’이 있고, 고객이 ‘현재 무엇을 원하는지’ 그리고 ‘앞으로 무엇을 원하게 될지’를 간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트렌드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10-20대 사이에서 유행하는 것은 시차를 두고 30, 40, 50대 등으로 퍼지기에 무엇보다도 현재 Z세대로 일컬어지는 사람들의 트렌드를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물론 Z세대 중에서도 유행에 둔감한 사람이, 그리고 X세대 중에서도 유행에 민감한 사람이 있으나 일반적으로 그렇다는 이야기다)
유행/트렌드/메가트렌드 구분
유행: 1년 이내로 비교적 짧게 유지되는 변화로, 영어로는 패드(Fad)
ex) 패션계에서 말하는 올해와 작년 여름의 유행
트렌드: 대략 5년 정도 지속되는 중장기적 흐름
ex) 웰빙(건강, 몸에 좋은 것과 삶의 질을 중시), 힐링(공허함,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몸과 마음 치유), 욜로(인생은 한 번, 현재의 행복에 집중, 경험과 체험 중시)
메가트렌드: 10년 이상 계속되는 흐름
ex) 친환경
– 아이디어오븐의 <나의 첫 마케터 실무>(아이디어오븐, 2022) 중 –
그래서 처음에는 Z세대의 취향을 통해 트렌드를 알아보자는 취지에서 ‘인사이트 토크’를 기획했는데, Z세대인 막내들만 하게 되면 인사이트 ‘토크’가 아닌 인사이트 ‘보고(업무)’가 될 것 같아서 나포함 전 직원 모두가 참여하기로 했다.
친구들 사이에서는 트렌드세터로 일컬어지는 나인데도 불구하고 ‘인사이트 토크’를 할 때마다 내가 많은 트렌드를 놓치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트렌드 속에서 생활하는 20대와 그것을 한 발짝 떨어진 곳에서 머리로 공부하는 나와의 차이일 테다. 그래서 늘 20대를 트렌드 선생님으로 생각하고 회사 안은 물론 회사 밖에서도 많은 것을 묻고 부단히 배우고 있다.
서론이 길었는데 어제 ‘인사이트 토크’에서 인상적이었던 부분을 간단하게 공유해보고자 한다.
AI가 그림을 그리고 또한 미술대회에서 수상을 했다는 소식은 익히 들어서 알았는데 이러한 기술을 일반인이 쉽게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몰랐다. ‘인사이트 토크’ 전까지는. 한 멤버가 본인이 AI 기술을 활용하여 완성한 그림을 공유했는데, 이용방법의 간단함과 결과물의 퀄리티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저 ‘키워드’를 쓰고 ‘원하는 스타일’만 고르면 AI가 알아서 그림을 그려준다. 아래처럼 말이다.
나도 바로 시도를 해봤는데 너무나 쉽고 간단해서 허탈할 정도였다. 이렇게 누구나 쉽게 AI 기술을 통해 ‘미술’ 작품을 생산할 수 있다면, 사람들이 앞으로 ‘예술가’ 그리고 ‘예술’을 어떻게 정의하고 인식하게 될까 궁금해졌다. 다른 건 몰라도 이러한 기술이 새로운 트렌드를 불러올 것은 분명해 보인다.
아래 링크를 클릭하면 쉽게 해 볼 수 있다.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그랜저를 타는 사람은 부자였다. 의심의 여지없이. 그러나 요새는 어떤가? 그랜저는 서민들의 자동차처럼 느껴지고 벤츠 심지어 포르셰와 같은 초고급 세단도 인생을 건 대출과 할부와 함께라면 누구나 탈 수 있는 시대다. 이뿐만이 아니다. 먹는 것에 있어서도 부자들만이 갈 수 있다고 여겨졌던 최고급 호텔 레스토랑도 이제는 누구라도 갈 수 있다. 대학생들도 열심히 모은 돈으로 호텔신라의 8만 3천 원짜리 망고빙수를 먹고 인스타그램에 인증샷을 올리니 말이다.
이러한 현상은 VIP 선정기준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예전에는 단순히 ‘이용실적’과 같은 ‘돈’의 측면만 고려해서 VIP를 선정했다면, 이제는 ‘돈’ + @가 있어야만 VIP가 될 수 있는 시대가 되어가고 있다. 그리고 이 @를 나이로 정한 VIP가 등장했다. 바로 현대백화점의 Club YP다.
YP하우스는 현대백화점(58,300원 ▼ 2,300 -3.8%)이 국내 유통업계 최초로 만든 2030 전용 VIP 라운지다. 1984년 이후 태어난 20세 이상 39세 이하 고객 중 연간 구매 실적이 3000만 원 이상인 경우 또는 내부 심사를 거쳐 Club YP(클럽와이피) 회원을 선정하고, 라운지와 할인 등 각종 혜택을 제공한다.
라운지는 여의도 더현대서울과 판교점에서 운영 중이다. 구매 실적이 아무리 높아도 2030이 아니면 출입 불가다. 리셉션 데스크에서 현대백화점 앱으로 멤버십을 체크한 뒤 입장할 수 있다.
– 이슬기, “2030 아니면 돈 많아도 입장 불가” 영앤리치 모신 현대百 YP하우스 가보니, 20220817, 조선비즈 –
앞으로 많은 기업들이 현대백화점처럼 VIP를 단순 실적이 아닌 다양한 @도 고려해서 선정할 것으로 보인다. 그것이 기업 그리고 브랜드가 추구하는 이미지를 강화할 수 있는 또 하나의 효과적인 장치일 테니 말이다. (아마도 @로 문화자본을 많이 고려하지 않을까 싶다.)
브랜드가 한 명의 모델로 기억되는 경우가 꽤 많다. ‘카누’는 ‘공유’, ‘야나두’는 ‘조정석’처럼 말이다.
이러한 브랜드 중 하나가 배우 이덕화로 기억되는 하이모다. 소비자들은 이덕화를 보면 바로 하이모를 떠올리고 하이모를 보면 바로 이덕화를 떠올린다. 무릎을 때리면 다리가 움찔하듯 거의 반사적인 인지다.
하이모는 모델 전략뿐만 아니라 광고 자체도 소비자들이 큰 생각 없이 반사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패러디나 말장난을 많이 활용하는 편이다. 최근에는 영화 ‘헤어질 결심’을 패러디한 ‘헤어 가질 결심’이라는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다.
정보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현대인이 판단해야 하는 것의 가짓수도 폭증하고 있다. (인터넷은 기본적으로 매 순간이 어떤 링크를 클릭해야 할지 판단의 연속이다.) 즉 소비자들은 너무 많은 것을 생각해야만 한다. 그렇기 때문에 생각할 거리를 너무 많이 주는 광고는 점점 더 많은 소비자들에게 외면받고 있다.
그래서인지 어느 순간부터 많은 광고들이 이미 소비자들이 인지하고 있는 무언가에 기대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연예인의 캐릭터, 유행 콘텐츠, 유행어 등을 그대로 쓰거나 하이모처럼 살짝 변주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러한 경향성은 한동안 계속될 것 같다.
이제 트렌드는 마케터와 같은 소수의 직업군만이 집중하는 대상이 아니다. 김난도 교수의 <트렌드 코리아>가 매년 서점가를 장악하는 것만 봐도 사람들의 트렌드에 대한 높은 관심을 알 수 있다. 그런데 트렌드라는 것은 말 그대로 끊임없이 변하기 때문에 특정한 날을 잡고 공부를 하기보다는 생활 자체가 자연스럽게 트렌드에 열려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각자의 방식으로 트렌드를 삶에 녹일 필요가 있다. 그러한 방법 중 하나가 우리 회사에서 진행하고 있는 ‘인사이트 토크’와 같은 방식이 아닐까 생각한다.
<같이 보면 좋은 글>
캡선생 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