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딩 연구소 인턴 연구원 연진국. 의지와 열정으로 똘똘 뭉친 연진국에게 드디어 첫 임무가 떨어졌습니다.
“인턴 연구원님, 펀딩 탐구일지 한번 써보실래요?”
출근 첫날 클라우드인지, 크라우드인지 헷갈려 혼났던 연진국(도대체 어떻게 인턴 연구원이 된 거죠?)은 과연 임무를 잘 해낼 수 있을까요?
연진국의 펀딩 탐구일지를 시작합니다.
펀딩 세계에는 고유한 세계관이 있다. 어디든지 그곳의 문화를 잘 이해하고 싶다면 언어를 잘 살펴보시라.
펀딩 세계관 또한 펀딩 용어를 이해한다면 거의 입성 완료다. 펀딩 용어? 겁먹지 않아도 된다. 3가지면 충분하니깐!
메이커, 서포터, 스토리.어쩌면 판매자, 소비자, 상세 페이지가 더 익숙할지도 모르는 용어다.
“에이, 그거나 그거나 ~” 싶을 수 있다. 그러나 각 용어가 의미하는 바는 결국 이 플랫폼은 어떤 곳인지,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말해주기에 꽤 신중히 사용할 필요가 있다.
메이커는 단어 그대로 ‘만드는 사람’이다. 서포터는 ‘지지자, 팬’을 뜻한다. 스토리는 말 그대로 ‘이야기’이고. 이 용어들을 조합하면 펀딩은 만드는 사람과 그들을 지지하는 팬이 이야기를 나누는 행위다. 펀딩금과 리워드가 오고 가는 것은 이야기 그다음에 일어날 일이다.
오늘의 탐구일지에서는 바로 이야기가 있는, ‘스토리’에 대해 살펴보겠다.
처음 와디즈 스토리를 보고 했던 말은 ‘와 길다’였다. 스크롤을 내려도 두루마리 휴지처럼 끝없이 나온다. 근데 또 술술 풀리는 휴지처럼 잘 읽힌다? 메이커 모두가 글쓰기 수상 경험이 있는 것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대부분의 프로젝트 스토리가 그렇다. 왜 모두가 이렇게 잘 쓰는 것일까? 스토리는 어떤 힘이 있기에 서포터들이 후기가 없는 제품이라는 위험을 감수하고도 기꺼이 펀딩을 하게 만들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스토리에서는 ‘우리 제품 이렇게 좋아요!’, ‘이런 특장점이 있어요!’를 넘어 ‘우리는 이런 생각을 가지고 이 제품을 만들었어요’, ‘우리 제품은 이런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어요.’를 말할 수 있다. 서포터는 만든이(메이커)의 이야기를 듣고 지지하는 팬이니까.
그들은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되어 있다. 그래서 제품 자체가 세상 처음 보는 특별한 기능을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진정성이 느껴진다면 흔쾌히 펀딩으로 답한다.
1만 원에서 3만 원 대의 리워드로 1억 3천만 원이 넘는 펀딩을 성공한 메이커가 있다. 투명 망토라거나 대나무 헬리콥터 정도의 효능이 있는 리워드일까? 아니다. 특별한 특장점을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도 있는 이 리워드는 한국사 & 세계사 연표다.
프로젝트 스토리를 여는 내용으로 연표를 만드는 과정이 상세하게 소개된다. A4용지 1,700 페이지 분량의 기출 문제를 어떻게 정리했는지, 스토리 흐름에 눈을 맡겨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리워드에 믿음이 생긴다.
효율적으로 키워드를 정리하는 데 소설 ‘모모’에 등장하는 청소부 ‘베포’의 도로 청소 방식을 활용했다는 메이커. 방대한 자료를 잘 정리하고 쉽게 보여주기 위해 얼마나 고민했는지 그 진심이 느껴진다.
스토리가 형형 색깔로 특별하게 매혹적인가? 솔직하게 말한다. 그건 아니다. 그러나 한 글자 한 글자 묵묵히 연표 제작 과정을 소개하고, 메이커가 생각하는 역사란 무엇인지 담담히 말하는 그 모습이 멋있다. 26,664%의 달성률은 그 모습에 반한 팬들이 만들어낸 성과이지 않을까.
여름이면 펀딩 푸드 카테고리는 여기가 농산물 시장인지 헷갈릴 만큼 여러 지역의 각양각색 과일들이 화려하게 자리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수박을 제치고 복숭아가 여름 최고 인기 과일이라던데, 서포터의 필요를 채워주는 메이커 덕분에 펀딩에서도 다양한 복숭아 프로젝트를 만나 볼 수 있었다. 사실 복숭아과 쩝쩝박사가 아니라면 꿀 복숭아, 차돌 복숭아, 대극천 복숭아, 금봉 복숭아 등의 단어는 외래어다. ‘물복, 딱복이 다가 아니었어?’ 혼란스럽다. 그래서 스토리를 읽어도 펀딩을 누르기까지 이 프로젝트 저 프로젝트 돌아다니며 고민에 또 고민한다.
복숭아 프로젝트 홍수 속에서 인간극장을 보는 듯한 따뜻한 프로젝트를 만났다.
“어머니, 아버지 졸라서 시작한 복숭아 펀딩”이라는 첫 문구로 메이커의 스토리가 궁금해진다. 스토리는 지인들에게 맛있다고 소문난 부모님의 복숭아를 어떻게 서포터에게 소개하게 되었는지, 부모님을 조르게 된(?) 과정으로 시작된다.
원래 영화에서 놓치면 가장 아쉬운 부분은 쿠키영상 아니던가! 이 스토리의 성격을 가장 잘 보여주는 부분은 바로 그 쿠키인 ‘비하인드 스토리’이다. 백도와 황도를 분홍이와 노랑이 캐릭터로 소개하는 비하인드 스토리 1은 메이커 가족의 복숭아를 향한 귀여운 진심을 보여준다. 여러 종의 복숭아를 깊게 연구하지 않았다면 복숭아의 성격을 이렇게 구분 지어 말할 수 있을까?
비하인드 스토리 2에서는 마치 인간극장의 한 장면 같은 귀농 부부의 시골 생활 사진이, 3에서는 우리네 가족 같은 메이커 가족의 사진이 등장한다. 연출의 느낌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사진에서 ‘정말 농부 부부의 복숭아구나’ 마음이 간다.
따스함과 귀여움이 한도 초과인 이 스토리는 서포터에게 잘 닿아 펀딩으로 보답받았다. 이는 커뮤니티에 적힌 응원과 후기만 봐도 알 수 있다.
스토리를 통해 할 수 있는 이야기는 상세 페이지보다 풍성하다. 자세한 설명을 풀어낸 페이지가 아닌 이야기가 있는 스토리이기에 가능한 일. 메이커는 스토리에서 브랜드 철학, 제품에 대한 신념, 브랜드와 제품이 세상에 나오게 된 과정 등 의미 있는 모든 이야기를 담을 수 있다.
좋은 스토리 쓰기가 어렵다고? 절대 그렇지 않다. 뭐든 제일 중요한 것은 ‘진심’ 아니겠는가! 하고 싶은 말을 진정성 있게 풀어내면 그것이 바로 마음을 움직이는 스토리다. 제품에 대단한 기능이 없는데도, 화려한 언변과 작문 스킬이 있는 것이 아닌데도 펀딩 프로젝트의 대부분의 글이 매력적인 것은 꾸며낸 것이 아닌 ‘진짜 그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두가 여기서 만큼은 스토리 장인이다.
끝으로, 건조 식재료 ‘심플레이트’ 프로젝트를 탄생시킨 메이커(농심, N스타트팀 리더)의 인터뷰를 소개하면서 펀딩 탐구일지 3일 차를 마무리한다.
Q. 제품을 알리기 위해 다른 방식을 활용할 수도 있는데, 왜 펀딩이었나요?
A. 펀딩 상세 페이지에 제품의 스토리를 마음껏 담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플랫폼의 특성상 제품이 어떻게 만들어졌고, 고객의 어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담는 게 전혀 어색하지 않았어요. 다른 쇼핑몰의 상세페이지였다면, ‘우리 제품은 이렇게 푸짐하고 맛있습니다!’를 주제로 이야기했을 거에요.
출처 : 폴인 <한 끗 다른 F&B 기획의 비밀> 2화 –1억 펀딩을 달성한 농심 신제품 기획 비하인드
해당 콘텐츠는 와디즈와 모비인사이드의 파트너쉽으로 제공되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