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인사이트
브랜드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그 ‘정의’를 하진 않았네요. 브런치에도 여러 차례 올린 적이 있지만 개념을 잡는 것 또한 중요한 사항이니 다시 한번 정리를 해보겠습니다.
소비자로 하여금 판매자 혹은 판매자 집단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식별하고 경쟁자의 제품이나 서비스와 구별하도록 의도된 이름, 용어, 기호, 심볼디자인 또는 그것들의 조합이다.
미국마케팅협회 (American Marketing Association)
위의 정의는 TM 즉, Trademark(상표) 수준의 최소한의 정의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브랜드는 조금 다르죠. 제가 봤을 때 ‘브랜드’는 작게 봐서는 경쟁사 대비 우위에 서도록 하는 것이고, 크게 봐서는 우리 제품을 사야 할 이유를 만들어 주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를 위해 ‘브랜딩’을 합니다. 즉, 우리의 목적은 소비자가 제품을 사야 할 이유를 만들어 주는 것인데요, 문제는 앞서 이미 이야기한 대로 요즘 소비자는 ‘필요’한 제품이 없다는 겁니다.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해서 내가 ‘필요한’ 제품의 영역에선 브랜드가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해야 할 것 같네요.
점심을 편의점 도시락으로 때우는(?) 양상에 대한 예도 들었습니다만, 최근 마트나 편의점, 이커머스 플랫폼에는 PB(Private Brand: 유통사가 만든 브랜드) 상품이 엄청나게 많아졌습니다.
아래는 쿠팡의 PB인데요. 탐사, 곰곰, 홈플래닛, 코멧 등 어디서 들어본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브랜드들입니다. 쿠팡은 2020년에 자사의 PB를 취급하는 자회사인 CPLB를 설립했는데, 1년 만에 매출 1조를 돌파했어요.
예전에도 유통사들마다 PB 상품이 있었지만 이 정도의 영향력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요. 왜 소비자들은 플랫폼의 PB 상품을 이렇게 구매하는 걸까요?
플랫폼은 자사의 플랫폼 내에서 팔리는 제품들에 대해 면밀히 분석하고 있습니다. 언제, 누구에게 잘 팔리는지, 같은 제품 중에도 어떤 사이즈나 어떤 색상이 잘 팔리는지까지 정확히 알고 있죠. 우리가 여러 시행착오를 통해 어렵게 깨달은 것들을 ‘손가락 한번 튕겨서’ 알아낼 수 있는 거죠.
게다가 플랫폼은 우리가 모르는 정보까지 알고 있습니다. 누가 샀는지, 그리고 우리 경쟁사 제품들은 또 무엇을 얼마나 팔았는지까지 말이죠. 그야말로 ‘전지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지난번에 제가 세제를 샀다면, 비슷한 향과 기능의 제품을 더 싼 가격에 제안하면 됩니다. 정기적으로 쌀이나 생리대, 기저귀 등을 구매하는 고객에게도 마찬가지죠. 참 쉽죠? 플랫폼 입장에선 PB 사업에 뛰어들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여기까지 오면 허무주의에 빠질 수 있습니다. 이미 소비자들이 브랜드를 그다지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시대라면 조금 더 퍼포먼스의 효율을 높이는 방법을 찾거나, 채널 다각화 같은 전략을 취해야 하는 거 아냐?라고 생각할 수 있죠.
앞서 브랜드는 우리 제품에 대해 사야 할 이유를 만들어 주는 것이라 했습니다. 그리고 소비자들은 요새 필요에 따른 제품에 큰 가치를 느끼지 않는다고 했죠.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소비자가 비용을 지불할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야 합니다.
제 설명으론 부족할 수 있어서 제대로 설명해줄 분을 모셔 보려 합니다. 저도 이미 여러 차례 공유드린 적이 있습니다만 몇 번을 다시 봐도 시간이 아깝지 않은 영상입니다.
이 영상에서 잡스는 나이키는 ‘신발’을 파는 회사가 아니라고 말합니다. 앞으로 애플도 ‘컴퓨터’를 파는 곳이 아니어야 한다고 말하죠. 그렇게 등장한 애플의 캠페인이 ‘Think Different’입니다.
그렇게 보면 ‘Think Different’는 애플의 슬로건이기도 하면서 애플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런 사람들이다라는 정의를 내린 것이기도 합니다. 뭔가 달라지고 싶은 사람, 난 좀 다르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애플과 함께 해야만 할 것 같죠.
브랜딩은 그런 겁니다. 기업과 소비자가 공통으로 추구하는 가치를 연결해주는 역할을 하죠. 다소 유치한 옛날 표현으로 보태자면, 서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같은 곳을 보는 것이죠. 애플이 마니아들의 대명사 같은 브랜드가 된 것이 그냥 운이 좋아서는 아닙니다.
나이키는 스포츠에 대한 열정을 팝니다. 애플도 남다른 크리에이티브를 팔죠. 오롤리데이는 행복을 팔고, 룰루레몬은 스웻라이프를 팝니다. 이들이 하고 있는 브랜딩 캠페인은 신발이나 요가복이나 스마트폰이 파는 것이 아닌 거죠.
소비자들이 제품을 더 이상 중요하지 않게 여기는 시대, 어차피 제품의 품질은 다 고만고만하다고 여기는 시대, 그럼 우리는 무엇을 팔아야 할까요? 그리고 그것을 직원이나 우리 소비자들이 제대로 인지하고 있을까요?
저는 브랜드와 관련된 일을 꽤 오래 하고 많은 캠페인을 진행해 왔지만, 상당히 많은 분들이 브랜드에 대해 오해를 하고 있다는 걸 느낍니다.
특히 ‘브랜딩’과 ‘광고’를 혼동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심지어 ‘디자인’과 ‘브랜딩’을 헷갈려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회사 로고 새롭게 디자인하고, 명함이나 양식 같은 것을 깔끔하게 디자인하는 것으로 브랜딩을 한 것으로 착각하는 경우들이 많죠. (리브랜딩이라고 명명 합니다)
바꿔 말하자면, 브랜드 디자인을 전문으로 한다는 회사나, 광고회사에 맡긴다고 브랜딩이 되긴 어렵다는 뜻입니다. 그 사람들이 브랜드 전문가 아냐? 라고 하실 수 있겠습니다만, 사실은 대체로 아닙니다. 광고와 디자인 전문가죠. (그래도 의심스러우시다면 청구 항목 내역을 보세요)
앞서 이야기했듯, 브랜딩은 기업이 소비자와 함께 추구할 가치를 만드는 것입니다. 브랜드는 제품을 대표하는 것이 아닌, 브랜드와 소비자의 접점이 무엇인가를 대표하는 것이 되어야 합니다.
이미 있다면 다행이고 더 키워나가면 될 일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지금부터 그 ‘가치’를 찾는 작업을 해야 합니다. 누가 약간 도와줄 수는 있겠지만 (애플의 캠페인을 ‘샤이엇데이’가 도와줬듯이) 결국 이건 브랜드 스스로 찾아야 합니다.
그 ‘가치’가 무엇인지, 어떻게 찾아야 하는지.. 다음 글에서 좀 더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최프로 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