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별의 스타트업 IP
톰브라운 4선 줄무늬, 아디다스 3선 상표를 따라 했다? – 아디다스 VS 톰브라운 상표 분쟁
‘아디다스’는 ‘톰브라운’을 상대로 2021년 6월 뉴욕 법원에 소장을 제출하였다. 톰브라운의 4선 줄무늬가 아디다스의 3선 줄무늬 상표와 비슷하다고 주장하면서 말이다.
화투판에서는 “한 끗 차이”로 승패가 갈리는 것처럼, 이번 두 브랜드는 “한 줄 차이”로 승패가 갈리게 되었다. 3선 줄무늬와 4선 줄무늬, 이들을 나누는 한 줄에서 누군가는 뼈아픈 리브랜딩을 해야 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아디다스’는 약 780만 달러(한화 약 96억)에 달하는 손해 배상을 요구했다. 약 100억 원에 달하는 손해배상보다 더 큰 상처는 ‘모방 브랜드’라는 뼈아픈 딱지일 수도 있겠다. 상표권 침해가 인정되면, 상표의 사용이 법적으로 금지되기도 한다.
그래서 이번 분쟁은, ‘톰브라운’의 브랜드 운명을 가를 수 있기 때문에 세간의 화제가 되었다. 이후 1년 6개월간의 양사의 상표권 침해 여부를 다투는 치열한 공방이 지속되었다.
아디다스는 어떤 이유로 가만히 잠자고 있는 사자 ‘톰브라운’을 건드리게 된 것일까? 실제 이유는 원고 아디다스의 경영자들만이 알고 있겠지만, 과거에서부터 현재까지 법적 공방과 미묘한 신경전이 오고 갔던 이력이 있다.
2005년 경 톰브라운은 “Three-Bar Signature”로 알려진 3선 디자인을 판매하기 시작했었다. 그리고, 2년 후 아디다스는 톰브라운의 3선 줄무늬 사용에 이의를 제기하였고, 톰브라운이 4선 줄무늬를 사용하기로 합의하며 분쟁은 일단락되는 것처럼 보였다.
2001년 뉴욕에서 슈트를 제작하며 이제 막 인기를 얻기 시작한 다윗(톰브라운)은 골리앗(아디다스)과 불필요한 분쟁을 할 필요가 없었다. 골리앗도 스포츠 의류와는 거리가 먼 슈트를 제작하는 다윗을 적당히 경계하고 3선 디자인을 지켜내는 리스크 관리 전략을 택했다.
양사의 타협점은 합리적이었다.
그러나, 최근 10년 동안 톰브라운은 명품 업계에 출사표를 던지며 차근차근 전 세계적인 인지도를 쌓아 왔다. 브라운 컬러의 슈트에서, 3색 스트라이프 패턴을 활용하며 팬층을 확보하였다. 최근 FC 바르셀로나와 파트너십 계약에 성공하며 상승세를 달리고 있는 ‘톰브라운’의 행보는 업계의 화젯거리이다.
톰브라운이 스페인 명문 구단 FC 바르셀로나와 단복 계약을 하게 되면서 아디다스의 경계심이 올라갔을지도 모른다. 스포츠 산업의 중심지에 뛰어든 다음 행보는 스포츠 의류 사업 진출이지 않을까? 지식재산권이라는 무기를 가진 경쟁자의 입장에서는 ‘상표 소송’을 통해 시장을 지키기 위한 마지막 타이밍이라고 느꼈을 수도 있다.
‘톰브라운’이 상표 소송에서 진다면 4선 줄무늬를 사용하지 못하게 된다. 기업의 생존이 걸린 싸움이다. 이미 2007년 아디다스의 반대에 부딪쳐 3선 줄무늬 재킷을 4선으로 변경한 ‘톰브라운’에게는 더 이상 피할 곳이 없다.
‘톰브라운’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이번 상표 분쟁의 최종 결과에 따라 ‘톰브라운’은 역사의 한 페이지로 사라지는 결과를 피할 수 있을까?
아디다스는 1950년대부터 3선 스트라이프 패턴을 활용하여 왔다. 신발이나 운동복에 3선을 모티브로 한 디자인을 사용하며 독자적인 브랜드를 구축했다.
축구, 농구, 야구 등 각종 스포츠 스타들에게 막대한 금액의 후원 계약을 하며 브랜드 인지도를 강화하고 있는 것도 브랜드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스포츠 마케팅 전략의 일환이다. 대한민국 최고의 축구선수 손흥민 선수도 2008년부터 15년간 아디다스와의 계약을 이어오고 있다. 스포츠 마케팅을 통해 브랜드 인지도를 강화하고, 강화된 브랜드로 또다시 수익을 얻으며 최정상 자리를 공고히 할 수 있다.
중학교,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가장 많이 신는 “3선 슬리퍼”도 아디다스의 작품이다. 물론, 짭디다스로 불리는 노브랜드 상품도 많이 유통되고 있지만, 사실상 전 국민이 한 번쯤은 들어본 적이 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3선’은 단순한 디자인을 넘어서는 브랜드 지위를 가지고 있다.
‘3선’에 대한 상징성을 브랜드 자산으로 지키기 위해서 아디다스는 로고를 상표로 등록받고, 자사 지식재산(IP)을 세심하게 관리해 왔다. 아디다스는 3선을 모티브로 한 자사의 디자인 로고에 대해 한국을 비롯하여 전 세계에 상표로 등록해 두었다.
전 세계 각국에 자사 브랜드 로고를 상표로 등록해 두는 것은 자신들의 지위를 더욱 공고하게 다지는 작업이다. 디자인권이나 저작권과 달리, ‘상표(Trademark)’는 한번 등록해 두고 잘 관리하면 무한한 생명을 얻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드는 첫 번째 질문이 있다. 3선 줄무늬 패턴은 아디다스가 독점하게 되는 것일까?
독특한 디자인이 아닌, 삼각형 문양의 3선 스트라이프가 아닌, 직선 3개를 사용하는 것을 한 기업이 독점하는 것에는 조금은 의문 부호가 달릴 수도 있다.
나아가, 짭디다스로 불리는 2선 줄무늬 패턴을 만드는 회사는 막대한 손해배상금을 내야 할까? 톰브라운과 같이 4선 줄무늬 패턴을 만드는 경우에도 그러할까?
아디다스는 그들이 수십 년간 3선 스트라이프를 사용해 오면서 다수의 상표권을 획득했고, 3선 스트라이프와 자사 브랜드의 관련성을 강조하기 위해 막대한 금액을 투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톰브라운은 자신들이 사용하고 있는 디자인은 4선 스트라이프이고, 10년 이상 사용하며 독자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두 제품의 가격대는 상당한 차이가 있고, 자사 사업 영역과 아디다스의 사업 영역에서 차이가 있다고 주장했다.
배심원은 양 당사자의 주장을 모두 고려한 결과, 톰브라운의 손을 들어줬다. 톰브라운의 4선 스트라이프는 아디다스의 3선 스트라이프 상표권 침해가 아니라고 본 것이다.
이번 판결은 1심에 해당하는 것으로, 아디다스는 즉각 항소 의사를 밝혔다.
톰 브라운은 이날 승소 후 “지금껏 거대 기업에 맞서 무언가를 창조하는 디자이너를 위해 싸워왔기에 이 판결이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라고 밝혔다.
3선 스트라이프에 막대한 금액을 투자하며 인지도를 쌓아온 ‘아디다스’의 손을 들어주어야 할까? 아니면, 스트라이프 패턴의 상표 유사성을 엄격하게 판단함으로써 ‘톰브라운’의 손을 들어주어야 할까? 질문에 대한 답은 항상 소비자에게 있다.
(*이번 판결은 미국 뉴욕 맨해튼 연방법원 판결로써, 국내 소비자의 인지도 및 국내 법규가 적용되지 않지만, 상표 제도 및 법리 설명을 위해 일부 국내 상표를 함께 소개한 것임.)
손인호 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