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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biinside Dec 16. 2015

콘텐츠 제작자가 개콘에 배울 점 2가지

이 글은 모비인사이드에 게시된 내용입니다. 전문 인용시 문의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KBS 2TV의 '개그콘서트'는 한국을 대표하는 주말 개그 프로그램입니다. 1999년 대학로 무대를 종횡하는 개그맨들을 '공개 코미디'라는 방식으로 출연시킨 파일럿 방송. 당시에는 나름 신선했죠. 그렇게 1년, 5년이 지나더니 벌써 16년을 채웠습니다.


그런데 개그콘서트를 보는 사람들이 한결 같이 말하는 내용이 하나 있습니다. '똑같은 레퍼토리' '지겹다' 등. 이러한 여파로 시청률이 떨어질 때면 '3주 연속 한자릿수 시청률' '추락하는 개콘' 등의 기사가 뒤따르죠.


올해 시청률을 살펴보자. 1월 평균 15%대였던 시청률은 2월 14%, 3월 12%, 4월~6월 12%, 7월~9월 11%, 10월~11월 10%를 각각 기록했다. 확실히 하락세다. 그렇다고 '개콘'에 위기라는 딱지를 냅다 갖다 붙이기에는 성급한 감이 있다. 지난 3월 투입돼 9개월 째 '개콘'을 이끌고 있는 조준희 PD를 만나 "정말 위기냐?"고 물었다. 그는 "항상 위기였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지금의 '개콘'을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 '개콘' PD가 말하는 위기 그리고 이유(마이데일리) 


가령 개그맨 김병만과 노유진 주연의 '달인' 코너는 2007년 12월부터 2011년 11월까지 무려 4년동안 매주 일요일에 방영됐습니다. 이밖에 불편한 진실, 집으로, 생활의 발견 등 2년 이상 방영됐던 코너를 비롯해, 헬스보이와 헬스걸과 같이 시즌제로 운영되는 프로그램도 있습니다.

저는 이것이야말로 개그콘서트가 지속가능한 콘텐츠를 만드는 원동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응? 폭망했다며?


라는 의문을 제기할 수 있겠지만, 개그콘서트가 주말을 마감하고 월요일을 시작하는 대표 콘텐츠로 자리잡았다는 걸 부정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사실 개콘 위기론은 늘 나오는 키워드이기도 하죠.


*관련 기사  또 다시 '위기론' 개그콘서트, 이제는 현실이다(2015 스포츠서울)  풍자와 해학 잃은 ‘개콘’은 ‘개그 콘테스트’일 뿐(2014 티브이데일리)  '개그콘서트', 이대로 괜찮아요?(2013 스타뉴스)


개그콘서트에서 방송되는 코너는 치열한 경쟁을 이겨낸 팀들만이 누릴 수 있는 영예입니다. 하나의 코너를 짜기 위해 베테랑 개그맨들이 일주일내내 고심해서 나오는 결과물들인 셈이죠.


개그맨들은 매주 목요일 새 코너 검사를 받고 공개경쟁을 거친다. 60~70명의 경쟁을 뚫고 무대에서도 방송이 나갈지는 미지수다. 제작진은 보통 한 번의 녹화에 15개 코너를 녹화하지만, 실제 방송에는 12~13개만 내보낸다. 녹화현장에서 방청객 호응이 없으면 바로 `아웃`이다. - 600만 이끈 `개콘` 장수 비법(이데일리) 


다만, 한 번 뜬 코너가 식상하다는 이유로 곧바로 내리지는 않습니다. 사람들이 '지겹다'는 소리를 할 때까지 밀어주다가 최소 1년은 지난 뒤에 개편을 감행합니다.


이 부분이 플랫폼 사업자로서 개그콘서트가 갖는 강점입니다. 두 가지 이유가 이를 뒷받침합니다.


1. 이상보다는 현실을


개그콘서트는 현실감이 뚝뚝 묻어나오는 콘텐츠 플랫폼입니다. 무작정 새로운 콘텐츠만으로 플랫폼을 채우지 않습니다. 킬러콘텐츠를 내세우며 사람들을 모은 뒤 그 안에서 새로운 콘텐츠를 선보이며 선순환하는 구조입니다.


해당 프로그램을 매주 보는 사람들에게는 똑같은 레퍼토리로 보일 수 있습니다. 다만 처음 프로그램을 보는 이의 입장은 다릅니다. 결국, 더 많은 시청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식상하다는 비판을 감수하게 된다는 의미가 됩니다. 개그콘서트는 아마도 후자를 택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2. 지속 가능한 콘텐츠 제작 환경


개그콘서트는 장수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새로운 코너들을 만들었습니다. 초창기 핵심 콘텐츠인 사바나의 아침이 없었다면 지금의 개그콘서트는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그 이후에 봉숭아 학당이 뒷받침을 해줬죠. 이러한 장수 프로그램을 통해 플랫폼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앞서 언급했던 달인이나 헬스보이 같은 신선한 코너들이 자리를 잡아오는 구조를 유지해왔습니다.


매일마다 새로운 콘텐츠를 만든다는 것은 신선한 이미지를 주지만, 또 한편으로는 기반이 없는 콘텐츠 생산 환경을 방증합니다. 매일, 매주 콘텐츠의 종류가 바뀐다고 가정하면 플랫폼 정체성 자체가 흔들립니다. 가령 지난 달에는 예능을 만들던 곳이 이번 달에는 다큐멘터리로 장르를 바꾼다면 이용자들은 어떻게 생각할까요.

많은 사람들은 개그콘서트를 손가락질하며 종영할 때가 됐다고 하지만, 플랫폼의 정체성 측면에서는 오히려 이러한 구조가 안정성을 보장하는 건 아닐까 생각하게 됩니다.


모 콘텐츠 제작 스타트업이 초창기 참신한 콘텐츠를 내세우며 어마어마한 인기를 끌더니 한 순간에 장르를 바꿨습니다. 인기는 예전만 못합니다. 재생 숫자만 해도 3분의 1로 줄었습니다. 참신한 콘텐츠로 시장에 자리잡았음에도, 이제는 시청자들의 기억에서 점점 사라지는 건 아닐까 아쉬움이 있습니다. 당장 '새로운 것'에만 집착하는 것보다 개그콘서트가 운영하는 플랫폼 전략을 배워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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