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진님이 블로그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번 더 소개합니다.
중국에서는 근로자의 퇴직금(退职金)개념을 경제보상금(经济补偿金)이라고 부른다. 글쓴이가 몇 년 전 회사 이직을 준비하면서 중국인 동료들에게 경제보상금 제도에 대해 문의한 적이 있다. 그런데 일부 직원은 근무기간 매 1년마다 1개월치의 급여를 경제보상금으로 받을 수 있다고 하고, 일부 직원은 우리의 근로계약서에 해당하는 노동계약서가 만기될 때까지 일해야만 경제보상금을 받을 수 있다고 하고, 또 일부는 근로자의 사유로 인해 회사를 그만두는 경우 어떠한 경우라도 경제보상금을 받을 수 없다고 했다.
직장인이라면 당연히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경제보상금에 대한 동료들의 상이한 답변에 호기심이 생겨 직접 중국 노동법을 살펴보게 되었는데, 2008년 중국 노동법이 일부 개정되면서 혼선이 생기고 어렵게 설명되어 있어 읽는 사람마다 해석이 달랐던 것 같다.
한국의 근로기준법은 근로자가 1년 이상 근무하게 되는 경우 회사는 근로자의 퇴직사유와 관계없이 매 1년당 1개월치의 급여를 퇴직금으로 지급하도록 정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한국과 달리 모든 근로자에게 경제보상금을 지급하는 것이 아니다. 근로자 퇴직사유를 기준으로 지급 여부가 결정되고 경제보상금의 계산법도 달라지게 된다.
근로자가 경제보상금 지급 대상에 해당되는 경우 경제보상금은 근무기간이 6개월 미만의 경우 0.5개월 치의 월급, 6개월 이상 만 1년 미만은 1개월치 월급, 만 1년 이상 근무에 대해서는 매 1년 당 1개월치 월급을 보상금으로 받게 된다.
경제보상금 지급대상 판단의 기준은 근로자가 주동적으로 퇴사하는 것과 회사가 주동적으로 근로자를 해고하는 것으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근로자와 회사 중 누가 먼저 계약해지를 제의했는지가 관건이다.
근로자가 계약기간(노동계약) 만기 유무와 상관없이 자진 퇴사를 원하거나, 근로자의 과실로 인해 징계해직되는 등 근로자의 주동적인 퇴직 및 귀책사유로 인한 퇴직은 경제보상금을 받을 수가 없다. 우리에게는 다소 황당한 규정이기는 하지만 근로자가 중국 정년퇴직연령(남자 60세, 여자 50세, 여자 관리직 55세)에 도달하여 퇴직하게 되는 경우에도 경제보상금을 받을 수가 없다.
반면 근로자에게 특별한 과실 및 퇴직사유가 없지만, 근로자가 회사의 부당한 조건이나 근무환경의 이유를 들어 퇴사를 하게 된다면 회사는 근로자에게 경제보상금을 지급해야 하며, 계약기간이 만기되어 노동계약을 재계약하는 시점에서 근로자는 계속 근무하려고 하지만 회사가 원하지 않는다면 회사는 경제보상금을 지급해야 한다.
예를 들어 회사에서 근로자에게 야근비를 지급하지 않았거나 법규정보다 적게 지급한 경우, 사회보험료 미납, 노동계약 재계약시 이전보다 낮은 조건제시, 근로자의 담당업무와 직위를 일방적으로 변경하는 경우, 업무 능력 부족으로 인한 해고 등이 경제보상금 지급 사례에 해당한다.
경제보상금 지급 항목 중 특이한 조항도 있다. 한국의 경우 퇴사 후 일정기한 동종업계 경쟁사에 이직할 수 없다는 경업금지 조항이 근로계약에 포함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중국 노동계약법에서는 경업금지 약정을 맺으려면 그에 상응하는 경제보상금을 지급해야 하며, 보상금이 없다면 노동계약서에 경업금지 조항이 명시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법적효력을 상실된다. 또한 경제보상금을 지급한다 하더라도 경업금지 약정은 2년을 초과할 수 없도록 되어있다.
경제보상금의 기준이 근로자 퇴직사유를 기준으로 판단되기 때문에 때로는 회사와 근로자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기도 한다.
회사는 혹시 모를 근로자의 퇴직에 대비하여 근로자의 과실에 대해 시말서나 경고장의 형태로 증거를 확보해 놓기도 하며, 근로자는 회사의 허점이나 위법사항을 증거로 확보하려고 한다. 근로자가 자발적으로 사직하는 경우에도 회사의 규정과 관행을 문제 삼아 경제보상금을 요구하거나, 회사가 경제보상금 지급을 거절하는 경우 노동소송을 제기하여 경제보상금의 두 배에 해당하는 경제배상금을 노리기도 한다.
중국 노동계약법에서는 회사가 근로자를 고용한 날로부터 1개월 이상 노동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을 경우 매달 급여의 2배를 지불해야 하며, 1년이 지나면 무기한 노동계약을 맺은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한국에 계약직과 정규직이 있듯이 중국에도 계약직에 해당하는 고정기한노동계약(固定期限劳动合同, 이하 ‘계약직’)과 정규직에 해당하는 무고정기한노동계약(无固定期限劳动合同, 이하 ‘정규직’)이 있다.
노동계약을 체결할 때 일반적으로 계약직으로 체결한다. 하지만 10년 이상 연속 근무 또는 연속 2차례 이상 계약직으로 노동계약을 체결한 경우 근로자는 정규직 전환 자격을 확보할 수 있다. 근로자가 정규직 전환의 자격을 갖추었는데도 회사가 근로자와 정규직 계약을 체결하지 않는다면 근로자에게 정규직 자격이 주어진 때부터 근로자에게 2배의 월급을 지급하도록 되어 있다.
또한 근로자가 중대한 과실이 없는 경우 해고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항이 있는데, 일부 근로자들은 추상적인 이 조항을 악용하여 회사에 해고를 유도한 후 노동계약법 위반으로 기소하여 보상금을 타내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중국의 산업기지로 불리는 동관(東莞)에서는 한 근로자가 지난 2007년부터 2011년까지 28개 기업에 취업해 168건의 노동계약법 소송을 걸어 배상금 수령한 사례도 있다.
우리와 상이한 중국 노무제도에 취약할 밖에 없는 중소기업들의 경우 노동계약제도를 소홀히 하여 각종 분쟁에 휘말리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곤 한다. 중국에 진출하는 기업들은 중국의 노무제도를 숙지하고 노동계약법에 맞는 노사문화를 확립해야 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