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달리고 있다. 사람들은 왜 러닝에 열광할까? 우선 건강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늘었다. 건강을 중시하는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진 것이다. 운동을 통해 건강을 챙기려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몸과 신발 한 켤레만 있으면 당장 달릴 수 있는 러닝은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삶 속에서 건강을 중요시하게 되었고 담배를 끊어야겠다는 다짐과 함께 뛰기 시작했다. 또 혼자 할 수 있는 운동이고 제약이 많이 없다. 코로나19로 모여서 운동하지 못하는 영향도 있을 것 같다. 그리고 경쟁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부담스럽지 않은 운동이다. 남들보다 잘해야 할 필요가 없다. 자신의 페이스대로 운동할 수 있다. 여기까지가 내가 생각한 러너들이 많아진 이유이다. 그리고 나를 포함한 많은 러너들이 나이키의 러닝 앱인 ‘NIKE+ RUN CLUB’을 사용한다.
스포츠 브랜드 업계 1위 나이키는 계속해서 브랜드를 디지털로 전환하고 있다. 나이키는 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집중할까? 그 이유는 운동 외에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컨텐츠가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나이키의 경쟁자가 ‘아디다스’가 아닌 닌텐도와 같은 ‘게임’ 브랜드가 되어버렸다. 게임이나 컨텐츠를 즐기는 시간이 운동하는 시간을 점점 갉아먹고 있는 것이다. 타임셰어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나이키는 이제 ‘나이키가 최고입니다’가 아닌 ‘여러분 운동합시다’라고 말해야 한다. 사람들이 운동하지 않는다면 나이키의 존재 이유는 옅어진다. 나이키는 사람들에게 나이키만의 가치 그리고 ‘운동’이라는 행위를 다시 제안하기 위해 디지털로 전환하기 시작했다고 생각한다.
나이키의 가치와 메시지는 ‘승리’, ‘Just do it’이다. ‘승리’라는 단어에서 우린 경쟁자라는 존재가 떠오를 수밖에 없고 비교와 경쟁을 통해 쟁취해야만 할 것 같다. 그리고 승리하기 위해 ‘Just do it’ 해야 할 것 같다. 계속 도전하고 한계를 뛰어넘으며 말이다. 나이키는 ‘승리’라는 가치를 약간은 다른 시선에서도 바라보기 시작했다. 우선 승리를 경쟁과 비교를 통해 달성하는 것이 아닌 함께 달성하는 것으로, 승리해야 할 대상은 타인이 아닌 자신 그리고 우리의 세상으로 규정한다. 그러기 위해 우린 ‘Just do it’, 행동해야만 한다. 나이키는 점차 자신들의 브랜드 가치와 메시지를 확장하고 있다. 나이키가 아닌 ‘NIKE+ RUN CLUB’이라는 어쩌면 하위의 브랜드를 분석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나이키의 가치를 확장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이 바로 나이키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즉 ‘NRC’라고 생각한다.
나이키는 ‘NIKE+ RUN CLUB’ 을 2014년에 출시했다. NRC는 GPS 기능을 이용하여 고객의 러닝을 기록하고 이를 관리해준다. 또 코치들의 러닝 가이드를 통해 러닝을 배울 수 있으며 친구, 커뮤니티와 함께 러닝을 공유할 수 있다. 한마디로 러닝 파트너 어플이다.
NRC에서 전하고 싶은 가치는 NIKE와 동일하다. 우린 우리 자신에게 ‘승리’하기 위해 ‘Just do it’해야 하고 NRC는 이를 도와준다. 우리는 대부분 운동선수가 아니다. 그리고 운동보다 더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게임과 컨텐츠가 존재한다. 그렇기에 NRC는 우리가 ‘꾸준히’ 운동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데 초점을 맞춘다. NRC가 제안하는 라이프스타일은 ‘꾸준히 운동하는 삶’이다. NRC는 고객에게 ‘함께 달려요’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러닝의 장점이자 단점은 ‘혼자 하는 운동’이라는 것이다. 요즘에야 러닝 크루가 많지만 기본적으로 러닝은 혼자 하는 운동이다. 혼자 하는 운동의 단점은 의지가 쉽게 꺾일 수 있고 흥미가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나이키는 이 문제의식과 디지털 환경으로의 전환을 바탕으로 고객들의 러닝 파트너인 NRC를 만들었다.
NRC가 고객과 함께 꾸준히 달리기 위해 집중한 부분은 총 3가지이다. 이 세 가지 부분을 바탕으로 NRC를 분석해보았다.
(1) 달리고 싶은 욕구를 극대화하여 달리게 할 것
(2) 함께 달리는 느낌이 들도록 할 것
(3) 쉽고 직관적일 것
어플을 켜자마자 ‘시작’이라는 단어가 뜬다. 다른 것은 다 차치하고 바로 달리라고 말한다. ‘Just do it’과 가장 잘 어울리는 UI이다. 시작 버튼은 스위치를 누르듯이 작동하며 누르고 난 후에 인터페이스가 러닝 환경에 맞춰 바뀌면서 몰입하기 쉽다. 오락실 게임기에 동전을 넣으면 ‘Press Start’가 나오는 것처럼 말이다. NRC 어플은 게임과 굉장히 유사하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게이미피케이션을 활용한 PX[Player Experience]가 곳곳에서 나타난다.
예를 들면, 기록 탭에서 자신이 달린 km에 따라 러닝 레벨이 색을 통해 나타난다. 태권도 띠와 같은 개념이다. 그리고 다음 레벨까지 남은 km를 보여주며 달성 의지를 가지게 한다. 그리고 달성 기록에 따라 배지를 지급하고 자신의 예전 기록을 넘어서면 그에 대한 축하 알림 메시지가 뜬다. (나이키는 레벨을 나타내는 컬러 인터페이스를 끄는 기능도 추가하여 등급을 매기는 데 지친 사람들을 배려하기도 한다.) 게임의 등장으로 위험해진 나이키는 게임을 등지기보단 게임 작동 원리와 구조를 오히려 러닝에 적용해 고객들의 참여와 동기부여를 끌어올린다.
함께 하면 더 멀리 그리고 더 오래 달릴 수 있다. NRC가 추구하는 방향성이다. 이에 NRC는 러너들을 위한 다양한 러닝 가이드를 마련했다. 달리는 동안 코치 분들이 자세, 페이스와 같은 정보를 계속 전달하며 마치 옆에서 코치님이 케어해주는 듯한 기분이 든다. 운동선수가 아닌 일반인에게도 코치가 생기는 것이다. 또 NRC는 ‘러닝 클럽’이라는 커뮤니티를 활성화하였다. 모든 고객은 ‘러닝 클럽’에 참여하거나 만들 수 있으며 다양한 공통의 챌린지를 수행할 수 있다. 클럽 안의 친구들과 러닝을 공유하고 비교하며 원한다면 경쟁도 가능하다. 서로가 서로를 위해 동기부여를 제공하는 것이다. NRC는 이렇게 공동체를 만들어 함께 달리는 경험을 제공한다. 앱 내부에서가 아닌 외부에서는 나이키의 브랜드 이미지를 잘 활용하여 NRC 이용자 모두를 하나의 공동체로 묶었다. 러닝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면 인스타그램에 스우시와 함께 자신의 기록이 쓰여 있는 게시물을 보았을 것이다. 나이키는 이 SNS 공유를 통해 어플을 사용하는 모두가 나이키의 일원이 된 듯한 느낌을 선사한다.
NRC의 가장 큰 특징은 쉽다는 것이다. 직관적인 아이콘을 사용하였고 친절하며 직관적이다. 애플 워치에서는 정말 필요한 기능만 있으며 필요한 내용만 있다. NRC에 대한 모든 경험은 쉬워야 한다는 원칙에 만들어진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운동을 시작하기 어려워한다. 그렇기 때문에 꾸준히 함께 운동하자는 메시지를 가진 NRC가 어렵고 복잡하게 설계되는 것은 당연히 모순적이다. 고객은 NRC를 통해 쉽게 운동할 수 있어야 한다.
나이키는 NRC를 통해 고객과 가장 가까이에서 소통한다. 그렇기에 ‘승리’, ‘Just do it’이라는 가치와 메시지를 최대한 부드럽게 전한다. ‘Just do it’은 고객을 움직이게 하는 강력한 메시지이지만 직접적으로 말하기엔 너무 센 메시지이다. ‘그냥 해’라고 자극하는 메시지보단 ‘함께 달려요’라고 제안하는 메시지를 통해 친절하고 직관적으로 나이키의 핵심가치를 전달하는 것이다. 이처럼 나이키는 NRC라는 브랜드를 통해 나이키의 가치를 새롭게 커뮤니케이션한다고 생각한다. 나이키는 보통 운동선수, 스포츠를 통해 가치를 드러낸다. 선수들의 노력, 꾸준함, 도전, 한계를 뛰어넘는 모습을 통해 말이다. ‘선수들도 꾸준한 노력과 도전으로 승리하였습니다. 여러분도 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반대로 NRC는 나와 다를 바 없는 일반인의 노력, 꾸준함, 도전이 여러 채널을 통해 직접적으로 보인다. 이는 사람들에게 더 와닿을 수밖에 없다. NRC의 멤버들은 모두 NIKE의 가치에 공감하는 사람이자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주는 장점은 브랜드 메시지를 고객과 가장 가까운 위치에서 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브랜드가 소비자의 삶 속에 함께 할 수 있는 좋은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나이키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고 소비자는 더 가까이에서 나이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되었다. 난 나이키와 함께 꾸준히 나 자신이 성장하기 위해 뛰고 트레이닝한다. 그렇게 나이키의 일원이 된 것이다. 브랜드 팬이 있다는 것은 같은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생겼다는 것이다. 브랜드 가치에 공감하고 메시지를 같이 전파하는 브랜드 팬. 갑자기 떠올라 기억이 안 나지만 누군가가 브랜딩은 결국 단 한 명의 브랜드 팬을 만들기 위한 행위라고도 하였다. 브랜드 팬이 결국 브랜드가 오래 살아남을 수 있는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
주넌 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