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한 무료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비트'가 폐업의 위기에 몰렸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주 요인은 무료 서비스임에도 월정액 서비스의 2배, 종량제 서비스와 동일한 저작권료를 들 수 있는데요. 바이라인 네트워크에서 아래와 같이 잘 정리해줬습니다.
종량제 스트리밍 방식은 사용자가 음원을 스트리밍 방식으로 재생할 때마다 비용을 내는 경우에 적용된다. 이 경우 음악 서비스 업체는 한 곡당 7.2원의 저작권료를 낸다. 이를 각 저작주체들이 나눠갖는다. 저작권자(작사.작곡.편곡)들이 1.2원, 실연권자(가수.연주자)가 0.72원, 음반사(제작사)가 5.28원이다. 월정액 스트리밍 방식은 종량제의 딱 절반의 금액을 낸다. 전체 저작(인접)권자들에게 3.6원이 지불되는데, 저작권자 0.6원, 실연권자 0.36원, 음반사 2.64원으로 배분된다.
하지만 국내 스트리밍 음원 시장은 거의 모두 정액제 방식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종량제 스트리밍 방식으로 음악을 듣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국내 1위 음원 사이트인 멜론에서는 종량제 스트리밍 방식으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방법이 존재하지도 않는다. 문제는 비트와 같은 광고 기반의 무료 음원 서비스다. 이 서비스는 종량제 스트리밍도 아니고 정액제도 아니다. 국내 음원 사용료 징수 규정에는 광고 기반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에 대해 기준이 없다.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비트는 가장 비싼 기준인 종량제 스트리밍 과금 체계에 따라 저작권료를 내고 있다. 멜론의 두 배다. 비트 측이 “규정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 음악 앱 ‘비트’가 ‘멜론’보다 저작권료 두 배 더 내는 이유(바이라인네트워크)
비트가 기존 유료 서비스와 비교해 불합리한 대우를 받고 있는 건 분명합니다. 미국에서는 스포티파이와 같은 서비스에 대해 '광고 기반 무료 서비스에 대한 징수규정'과 같은 법적인 테두리가 있습니다. 무료인 서비스에 대해 좀 더 완화된 규정을 적용한다는 의미입니다.
국내와 해외의 차별적인 법을 놓고 본다면 분명히 개선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당위성'만으로는 법 개정에 힘을 얻기 어렵습니다. 여기에 소속된 이해당사자들간의 공감대 형성이 필요한 부분이죠. 그 부분에 대한 논의는 빠져 있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며칠 전 만난 가요계 한 관계자는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도입 후 더 힘들어졌다"며 아래와 같이 말하더군요.
"스트리밍 형태의 생태계가 가져온 것은 '양극화'입니다. 아이돌과 같이 대중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경우에는 더 많은 돈을 벌어들이게 되지만, 인디밴드나 특정 분야의 음반 제작자, 작곡자들은 mp3 다운로드 때보다도 손실이 큽니다."
왜일까요. 대중적인 인기가 다소 부족한 분야의 가수, 제작자의 경우에는 직접 검색해서 음원을 다운로드 받던 PC 시절 때보다도 불리하기 때문입니다. 음원저작권 3개 단체 사용요율을 표로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다운로드와 비교했을 때 스트리밍을 통한 음원 청취당 수수료는 줄었던 상황이었지만, 최근 똑같은 가격으로 개편됐습니다.
다만, 콘텐츠 노출 비중은 떨어졌습니다. 모바일 환경에서는 검색의 비중보다는 메인 화면에서의 직관적인 큐레이션을 통한 콘텐츠 소비 비중이 높기 때문이죠. 대중도가 떨어질수록 대중에게 다가서는 기회가 더 줄어들게 된 셈입니다.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는 주로 '모바일 앱'에서 사용됩니다. PC 시대만 하더라도 거대한 컴퓨터 화면에서 직접 음원을 검색하고 다운로드 받아 MP3 기기로 옮겨서 음원을 들었죠. 이 시기만 하더라도 독특한 색깔이 있는 음원들이 검색을 통해 주목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스마트폰의 화면은 4~5인치에 불과합니다. 화면에서 보여줄 수 있는 콘텐츠 숫자의 한계가 있습니다. 결국에는 메인 페이지에 음원이 노출이 돼야 재생숫자가 늘어나고, 이를 통해 이해 당사자들(음반제작자/작사/작곡/가수/연주자 등)이 돈을 벌 수 있게 됩니다.
대중적인 인기가 있는 가수들의 경우는 모바일 앱 기반의 스트리밍 서비스가 유리한 점이 많습니다. 음원에 대한 접근성이 더욱 높아졌습니다. 일일이 다운받지 않더라도 음원을 들을 수 있는 구조로 인해 이용자들이 손쉽게 그들의 음악을 들을 수 있죠. 이에 따라 콘텐츠 노출도 역시 높아졌습니다.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자주 음원을 들려줄 수 있는 플랫폼이 생긴 셈이죠.
하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대중적인 인기가 부족한 가수나 작곡가 등은 더욱 돈을 벌기 어려워진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결국 비트가 법 개정에 대해 힘을 얻기 위해서는 일의 자리 비중에 불과한 1차 음원 제작자(작사, 작곡가, 가수, 연주자)들의 공감대를 얻어야 합니다. 단순히 저작료를 높여주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이들의 노출도를 올려 수익 보장을 해주거나 또 다른 비즈니스모델을 보여주는 등, 기존 스트리밍 서비스와 차별화된 접근이 필요합니다.
카카오가 이달 초 모바일 대리운전 서비스 사업(카카오드라이버)에 진출한다고 공식 발표한 모습이 오버랩됩니다. 대리운전업계가 "카카오가 대리운전 시장까지 장악할 수 있다"고 반발했음에도 진행할 수 있었던 근간에는 취약한 조건에서 일하던 대리운전기사들의 지지가 뒷받침됐기 때문입니다. 기업고객간거래(B2B2C) 영역에서 파괴적 혁신 서비스가 어떻게 시장에 자리잡을 수 있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비트도 마찬가지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