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이야기 SLOWWOWSLOW
먹고 뱉는 균형을 맞추는 작가, 김준헌. 열심히 모은 지식을 십분 활용하여 지식을 자신만의 것으로 만들려는 제 자신을 나타낸 문장입니다. 어떤가요? 저라는 사람이 머릿속에 잘 각인되었나요? 브랜드도 사람들에게 자신을 잘 드러내기 위해 브랜드 메시지를 만듭니다. ‘애플’의 ‘Think Different’, ‘나이키’의 ‘Just do it’처럼 말이죠.
저는 브랜드의 형태를 ‘메시지’라고 생각합니다. 브랜드를 메시지 그 자체로 보는 것이죠. 저는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제안하는 시각적인 비주얼, 제품, 텍스트 등 브랜드의 모든 것이 다 메시지라고 생각해요. 이전 글들을 보면 브랜드 메시지를 거의 브랜드 핵심 가치의 동의어처럼 사용하였는데요. 오늘은 브랜드 메시지를 ‘브랜드가 전달하는 텍스트’로 생각하고 읽으시면 됩니다.
EP.20은 브랜드 메시지에 대해서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브랜드 메시지가 더 중요해진 이유, 좋은 메시지의 기준, 책 ‘스틱!’에서 말한 스티커 메시지의 조건, 그리고 좋은 메시지를 전하는 브랜드를 차례로 알려드릴게요.
브랜드가 메시지에 공을 들여야 하는 이유는?
브랜드 메시지는 브랜드가 전하고자 하는 것을 텍스트로 실체화한 것입니다. 브랜드 메시지는 흔히 슬로건, 태그라인, 카피 등을 포합니다. 브랜드의 가치와 아이덴티티 그 자체는 사람들이 이해하기에 너무 추상적입니다. 그래서 ‘언어적’, ‘시각적’ 실체화가 필요합니다. ‘평화’보다 ‘모두가 맞잡은 손’이 더 먹기 좋은 메시지인 것처럼 말이죠. 사람들이 브랜드가 전달하고자 하는 것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도록 효과적인 브랜드 메시지를 활용해야 합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그 사람이 지닌 가치관과 성격은 그 사람의 말과 글에서 더 잘 느껴집니다. 반대로 그 사람의 말과 글을 통해 가치관과 성격을 판단하기도 하죠. 또 사람에 대한 이미지를 평가할 때, 첫인상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요. 브랜드의 첫인상을 결정하는 것 중 하나가 브랜드 메시지입니다.
저는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 ’29cm’를 애용합니다. 큐레이팅 한 브랜드를 소개하는 ’29cm’만의 카피가 좋은 브랜드를 잘 설명해주기 때문이죠. 작년에 ‘일상을 채우는 물건’이라는 텍스트 덕분에 ‘GBH’라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가 제 관심 브랜드 탭에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일상에서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물건이 사소하지만 큰 만족감을 준다고 말하는 ‘GBH’의 방향성이 잘 드러난 카피였죠.
이처럼 브랜드 메시지는 브랜드의 상을 만들어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브랜드가 잘 드러나는 브랜드 메시지는 브랜드가 추구하는 아이덴티티와 실제로 고객들이 느끼는 브랜드 이미지의 간극을 줄여줍니다.
많은 브랜드들이 과거부터 쭉 브랜드 메시지에 공을 들였습니다. 브랜드 메시지는 현시대에 더 중요해졌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생각한 이유는 총 4가지입니다.
첫째, 사람들은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를 구매합니다. 사람들은 브랜드를 더 이상 기능만으로 소비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브랜드를 통해 자신을 표현합니다. 제가 올해 들어 튼튼한 원단의 무지티만 구매하는 이유는 미니멀한 삶을 살기 시작한 저를 표현하기 위한 소비인 것처럼 말이죠. 무언가를 산다는 건 ‘나는 이런 가치관을 가진 사람이에요’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입니다.
같이 프로젝트를 하고 있는 형이 말하더라고요. 티셔츠는 결국 자신을 대변하는 포스터가 된다고요. 제 티셔츠에 적혀있는 문구나 디자인, 핏 등이 결국 제가 추구하는 가치관이나 문화를 대변하는 것이죠. 티셔츠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브랜드가 소비자의 가치관을 대변하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소비자가 메시지를 원하니 브랜드는 자신의 가치관이 잘 드러난 메시지를 전달해야겠죠. 브랜드는 “우린 이런 가치, 방향성 가진 브랜드야!”라고 브랜드 메시지를 통해 멋들어지게 말한 후, 소비자와 깐부를 맺어야 합니다.
둘째, 브랜드는 너무나 많은 브랜드 사이에서 기억돼야 합니다. 사람들이 넘쳐나는 콘서트장에서 아무리 소리쳐도 제 말은 들리지 않죠. 현재 브랜드의 상황도 콘서트장과 마찬가지입니다. 수많은 메시지의 ‘소음’으로 가득한 시장에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오려면 브랜드 메시지를 더 정성스럽게 다듬어야 합니다. 브랜드를 돋보이게 하는 텍스트가 필요합니다. 브랜드 네임과 로고에서 미쳐 드러내지 못한 브랜드의 특성, 가치, 방향성, 성격 등을 표현하는 브랜드 메시지를 통해 깊은 인상을 심어야 합니다.
소비자의 뇌가 기억할 수 있는 브랜드는 한정되어 있습니다. 이해할 수 없고 기억되지 못하는 브랜드는 잊히고 오래 살아남지 못하죠. 소비자의 깊은 마음속에 하나의 상으로 기억되려면 브랜드만의 효과적인 메시지 전달이 필요합니다.
셋째, 소비자 접점이 늘어난 만큼 브랜드가 잘 담긴 브랜드 메시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브랜드 안에 브랜드 안에 브랜드. 요즘 제가 느끼는 브랜드의 형태입니다. 애플 안에 아이폰이 있고 아이폰 안에 애플뮤직이 있듯이 말이죠. 애플을 위한 브랜드 메시지, 아이폰을 위한 브랜드 메시지, 애플뮤직을 위한 브랜드 메시지가 각각 필요합니다. 또 브랜드가 전개하는 콘텐츠, 프로젝트 등을 위한 브랜드 텍스트도 따로 필요하죠.
각각은 다르면서 또 같습니다. 각 브랜드를 잘 드러냄과 동시에 일관성 있는 텍스트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느껴집니다. 소비자 접점이 많아진 만큼 브랜드 안의 브랜드를 위한 텍스트 각각의 역할이 중요해졌습니다.
좋은 브랜드 메시지란?
그렇다면 좋은 메시지란 무엇일까요? 브랜드 메시지의 제 1목표는 기억되는 것입니다. 좋은 브랜드는 소비자 곁에 오래 남아있습니다. 브랜드는 기억되어야 하고 슬금슬금 사람들의 삶 속에 스며들어야 하죠. 물론 제가 글 쓰는 사람인데 그림 잘 그리는 사람으로 기억돼서는 안 되는 것처럼 브랜드가 오인되지 않고 잘 기억돼야 합니다. 브랜드 메시지는 브랜드 본연의 모습이 대변해야 하죠.
그렇다면 브랜드 메시지에서 고려되어야 할 점은 두 가지입니다. (1) 무엇으로 기억될 것인가? (2) 기억되려면 어떻게 전달해야 하는가?
브랜드마다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브랜드 메시지를 고객에게 일방적으로 전달하면 고객들은 듣지 않습니다. 고객이 듣고 싶은 텍스트로 치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고객이 기억하기 쉬운 텍스트로 치환한 텍스트가 좋은 브랜드 메시지인 것이죠. ‘스틱!’의 저자는 듣는 순간 사람들의 머릿속에 찰싹 달라붙는 메시지를 ‘스티커 메시지’라고 말합니다.
좋은 브랜드 메시지를 만드는 방법은?
‘스틱!’의 저자 칩 히스와 댄 히스는 스티커 메시지의 법칙을 총 6가지로 분류했어요. 단순성, 의외성, 구체성, 신뢰성, 감성, 스토리가 스티커 메시지를 만드는 법칙이라고 말해요. 저자가 말한 6가지 법칙을 크게 무엇으로 기억될 것인가와 기억되려면 어떻게 전달해야 하는가의 기준으로 나눠보았어요. 메시지의 본질과 형태로 나누는 것이죠. 어느 한쪽의 밸런스라도 무너지면 결코 좋은 메시지가 나올 수 없어요.
저자는 말하고자 하는 핵심을 말해야 한다고 말해요. 저자가 말한 ‘단순성’이란 간단한 요약문을 쓰거나 쉬운 단어를 사용한 메시지가 아니라 핵심을 내포한 메시지예요. 브랜드 메시지의 본질은 브랜드의 핵심 가치에 존재하죠. 브랜드는 핵심 가치를 내포한 메시지를 전달하여 소비자에게 하나의 상으로 인식되어야 해요. 즉, 소비자가 브랜드 메시지를 보고 브랜드를 명확히 정의할 수 있어야 하죠. 스티커 메시지는 브랜드와 소비자의 간극을 좁힙니다. 소비자가 브랜드가 누구인지에 대해 정확히 알게 되고 기억하게 되는 것이죠.
소셜 미디어 ‘인스타그램’의 ‘#그냥다좋아서그램’이라는 카피는 핵심을 잘 담았다고 생각합니다. ‘인스타그램’은 끊임없이 소셜미디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떨쳐내야 했습니다. 사람들이 느끼는 ‘인스타그램’ 중독자의 이미지는 남들의 시선을 극히 신경 쓰며, 사람들의 관심에 메말라 있는 이미지잖아요? 이는 ‘인스타그램’이 만들어진 의도와는 전혀 다른 사용자의 모습이죠. ‘인스타그램’은 ‘과시’가 아닌 브랜드의 핵심 가치인 ‘공유’의 플랫폼이라는 것을 재인식시켜야 했어요.
‘그냥다좋아서그램’이라는 카피는 ‘세상이 보는 나’로 만들어진 일상보다 자신의 취향이 담긴 일상을 세상과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인스타그램’의 핵심 가치를 담은 브랜드 메시지이죠. 이처럼 스티커 메시지는 소비자의 마음속에서 희미해져 가는 브랜드의 핵심 가치를 다시 상기시켜주기도 해요.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알아냈다면, 이제 어떻게 말하고 싶은지를 알아내야죠. 저자는 간결함, 의외성, 구체성, 신뢰성, 감성, 스토리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해요. 메시지의 핵심은 보통 그대로 먹기가 힘들거나 맛이 없는 원재료입니다. 브랜드는 소비자가 먹기 좋게 브랜드 메시지를 다듬어야 합니다. 저자는 소비자가 기억하기 쉬운 메시지 요리법을 알려주었어요.
저자는 짧고 간결한 메시지는 소비자의 뇌에 더 잘 달라붙는다고 말해요. 그러나 브랜드가 전하고자 하는 바는 간단하지만은 않죠. 그렇기에 짧아진 메시지 안에 다양한 의미를 압축하여 채워 넣어야 합니다. 저자는 청중이 이미 가지고 있는 기억, 이미 존재하는 것을 활용하거나 은유를 활용하여 어려운 것을 알기 쉬운 것으로 대체하라고 말해요.
저자는 사람들이 우리의 메시지에 관심을 갖게 만들려면 사람들의 예상을 깨뜨려야 한다고 말해요. 허를 찌르고 긴장감을 높이고 이목을 집중시키는 것이죠. 그리고 관심을 유지하기 위해서 사람들의 흥미와 호기심을 자극해야 한다고 말해요.
메시지를 명확하게 만들려면 구체적이고 상세한 이미지를 만들어야 해요. 구체성은 우리의 이해를 돕거든요. 저자는 감각을 이용해 검토할 수 있다면 그것은 구체적이라고 이야기해요. 기억은 하나의 금고에 쌓이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갈고리가 얽혀있는 네트워크 구조라고 해요. 그렇기 때문에 쉽게 연상되고 연결되는 구체적인 언어는 기억되기 쉬운 것이죠.
저자는 메시지를 믿게 하려면 사람들이 직접 체험해볼 수 있도록 도와줄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해요. 현대 사회에는 지나치게 많은 메시지가 흘러 넘치기에 사람들은 그 출처를 궁금해하고 신빙성을 의심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통계나 외부 권위를 이용하거나 핵심적이고 진실한 세부사항이 필요하다고 말해요.
저자는 메시지를 상대방이 중요하게 받아들이도록 하려면 무언가를 느끼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해요. 감정은 행동을 일으키기 때문이죠. 감정에 호소하도록 만드는 이유는 사람들의 마음을 이끌기 위해서라고 말해요. 메시지가 그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무언가와 결합되어 있음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말해요.
메시지대로 상대방이 행동하게 하려면 스토리를 들려줘야 해요. 스토리는 환경과 맥락을 보여줍니다. 깨닫지 못했던 일상적인 관계를 재조명하고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 뜻밖의 해결책을 강조해 제시하라고 말해요. 저자는 메시지를 창조하기보다 일상 속 스토리를 포착하여 메시지에 담는 것이 더 간단하다고 말해요.
이 6가지 요소는 바로 소비자 중심적인 메시지를 위한 요소입니다. 브랜드가 전하고 싶은 내용을 브랜드 입장이 아닌 소비자 입장에서 더 기억하기 쉽게 떠먹여 주는 것이죠. 저자는 메시지를 만들 때 가장 위험한 것은 ‘지식의 저주’라고 말해요. 일단 무언가를 알고 나면 알지 못한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상상할 수 없게 되는 것이죠. 당연하지만 항상 소비자 입장에서 이해하기 쉽게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저도 항상 독자가 읽기 쉬운 글을 쓴다고 마음 먹어도 제 글에 취해 저만 이해할 수 있는 글을 쓸 때가 많습니다. 발표를 할 때면 청중이 당연히 알 것 같다고 느낀 내용을 생략했다가 애를 먹은 적도 있고요. 브랜드 메시지도 항상 소비자 입장에서 제작되어야 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좋은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브랜드는?
저는 제 머릿속에 맴도는 브랜드 메시지를 항상 적어 놓곤 해요. 그리고 나중에 실제 그 브랜드를 찾아보고 정말 적절한 메시지다 싶으면 더 깊게 파보곤 하죠. 오늘은 제 뇌세포에 딱 달라붙은 메시지를 전달한 두 브랜드를 소개해볼까 해요. 바로 ‘밑미’ 그리고 ‘지그재그’입니다
‘밑미’는 ‘진짜 나’를 찾는데 도움을 주는 자아성찰 큐레이션 플랫폼이에요. ‘밑미’를 만든 손하빈 대표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를 잘 모른 채 살아가고 있다고 말해요. 특히 펜데믹 상황이 개인의 단절감과 무기력을 더욱 가중시키도 했죠.
‘밑미’의 손하빈 대표는 숙박 어플 ‘에어비앤비’를 퇴사한 후, 엄마의 팝업 식당 ‘금자씨 부엌’을 오픈부터 브랜딩까지 모두 총괄하는 일을 진행했어요. 스스로 ‘내가 이걸 왜 했을까’ 생각해보니 엄마의 자아실현을 도와 진짜를 찾아드리고 싶었다고 해요. 그때 손하빈 대표는 ‘나는 누군가 진짜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걸 도와주고 싶구나’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손하빈 대표는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 수 있고, 진짜 나를 찾는데 도움을 주는 프로그램, 콘텐츠를 제공하기로 마음먹었어요.
밑미는 모든 사람들이 ‘진짜 나’를 발견했을 때,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알게 되고, 삶을 내 뜻대로 살아갈 수 있다고 믿어요. 그리고 그 믿음을 바탕으로 사람들이 다양한 심리적 문제를 극복하고, 일상 속에서 자신만의 속도를 발견할 수 있도록 돕는 다양한 서비스와 제품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밑미는 심리 상담과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리추얼 프로그램을 제공합니다. 개인에게 배달되는 편지인 ‘밑미레터’를 통해 가벼운 심리상담이나 새로운 리추얼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좋은 습관 형성을 돕는 ‘온라인 리추얼’을 통해 다양한 리추얼 메이커와 함께 매일 주어진 미션을 수행하여 리추얼 라이프를 제안해요. 이외에도 밑미홈이라는 오프라인 공간과 프라이빗한 상담 프로그램, 제품을 판매하는 상점도 운영하고 있어요.
‘Nice to meet me’는 ‘밑미’의 브랜드 슬로건입니다. ’나를 만나서 반가워’라는 의미로 나를 마주하고 찾아가는 즐거운 여정을 의미합니다. 이 밑미의 브랜드 메시지는 진짜 나를 찾기 위한 브랜드인 ‘밑미’의 핵심 가치를 명확히 담고 있죠. 이 슬로건으로 ‘밑미’가 무슨 브랜드이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나요?
또 ‘Nice to meet you’라는 쉬우면서 모두가 아는 간결한 문장을 활용한 동시에, ‘you’를 ‘me’로 바꾸면서 듣는 이의 호기심을 자극한다고 느꼈어요. 제가 이 브랜드 메시지를 오래 기억할 수 있었던 이유는 한 번 꼬은 익숙한 문장이기 때문인 것 같아요. 사람들의 머릿속에 ‘?(물음표)’를 만드는 슬로건이라고 생각해요. ‘의외성’이 주는 호기심은 대상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집니다. 제가 이 슬로건을 보고 ‘밑미’의 인스타그램을 한참 동안 둘러본 것처럼요.
지그재그는 여러 쇼핑몰을 한 데 모아 보여주는 여성 패션 버티컬 커머스입니다. 지그재그는 다른 패션 플랫폼과 달리 온라인 쇼핑몰과 상품을 쉽게 검색해주는 쇼핑 검색 엔진의 역할을 하고 있죠. 지그재그는 개인화 스타일을 추천하는 고도화된 기술을 바탕으로 여성 쇼핑앱 부문 시장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지그재그는 지속적으로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아가는 일 그 자체가 최고의 패션이라는 메시지를 전해왔습니다. 지그재그가 가지고 있는 가치는 ‘누구나 자신만의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입니다. 실제로 지그재그의 첫 화면은 유저마다 다르다고 해요. 고객 개인의 취향을 마음껏 드러낼 수 있는 어플인 거죠. 나이 혹은 선호하는 스타일과 상관없이 자신을 표현하기 좋아하는 사람을 모으는 것이 지그재그가 바라보는 목표입니다.
2021년 지그재그의 새로운 캠페인에서 윤여정 배우가 ‘그러니까 너네들 맘대로 사세요’라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이 카피 외에도 ‘옷 입는데 남의 눈치 볼 거 뭐 입니?, ‘왔다 갔다 사는 거지’, ‘Life is zigzag’ 등 자신의 스타일을 유감없이 드러내고 남들 신경 쓰지 말고 쇼핑하라는 메시지는 지그재그의 가치와 매우 밀접하게 연결됩니다.
이 메시지는 윤여정 배우가 전달한다는 점에서 큰 강점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윤여정 배우는 MZ 세대에게 존경받는 배우입니다. 2018년 SBS ‘집사부일체’에서 “나는 나답게 너는 너답게 살면 된다. 어른이라고 해서 꼭 배울 게 있느냐?”라고 말하는 장면이 저는 너무 멋있었어요. 차가운 듯 보이지만 그 속에서 현실적이면서 따뜻한 조언이라고 느껴졌거든요. 또 웹 예능 ‘문명특급’에서는 “내 마음대로 하는 환경에서 일하면 괴물이 될 수 있다. 그게 매너리즘이야”라고 말하며 늦은 나이에도 도전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죠.
이러한 윤여정 배우의 거침없고 솔직한 모습, 진정한 어른의 조언에 저뿐만 아니라 많은 젊은 사람들에게 힘이 되었습니다. 멋진 인생 선배인 윤여정 배우가 지그재그 광고 속에서 나 자신을 중시하라고 하는 메시지는 패션을 넘어, 멋진 인생에 대한 조언으로 느껴집니다. 사람들은 멋진 어른의 조언이라는 맥락 속에서 메시지를 전달받았고 이는 이들의 뇌에 딱 달라붙을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솔직히 저는 지그재그를 한 번도 이용해 보지 않았지만 이 메시지만으로 지그재그에 대한 브랜드의 방향성을 잘 이해할 수 있었어요.
잘 쓰인 문장 하나가, 잘 선택된 단어 하나가 브랜드와 소비자가 약속을 맺을 수 있는 좋은 시작을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브랜드는 기업의 구성원이 제품이나 서비스를 통해 지향하는 가치인 동시에 사람들에게 전하는 약속이기도 합니다. 브랜딩은 브랜드의 생각과 약속을 꾸준하게 실체화해나가는 과정이고요. 근데 브랜드가 사람들과 약속을 하고 싶어도, 내가 누군지 알리고 싶어도 그렇지 못할 때가 많은 것 같아요. 여러 채널을 통해 아무리 브랜드를 노출시켜도 결국 기억을 못 하는 시대가 온 것이죠. 너무나 많은 메시지가 전달되고 있습니다.
이때 소비자가 먹기 좋게 잘 다듬어진 브랜드 메시지는 수많은 메시지 사이에서 빛을 발한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이야기가 너무 당연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스틱!’의 저자가 말한 것처럼 ‘지식의 저주’에 걸리지 않기 위해선 항상 고객이 잘 기억할 수 있는 메시지에 대한 충분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참고자료:
칩 히스, 댄 히스 (2009), ‘스틱! 1초 만에 달라붙는 메시지, 그 안에 숨은 6가지 법칙’, 엘도라도
DMCU (2021) ‘브랜드 메시지 전략 구축 4단계 – 잠재 고객을 연결, 참여, 그리고 전환’, 오픈애즈
정영선 (2021), ‘고객이 환호하는 ‘지그재그’ 브랜드 메시지 세팅’, 원티드
마케팅하는 천대리 (2021), ‘왜 지그재그는 윤여정을 모델로 썼을까?’, 오픈애즈
김지영 (2021), ‘[트렌드분석] MZ 세대가 열광하는 쇼핑앱 4社, 인기 비결은?’, 시사CAST
스티비 (2021), ‘보낸사람: 밑미, 일과 일상 사이 ‘진짜 나’를 찾는 편지’, 스티비
주넌 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