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모바일 전문 미디어 '모비인사이드'의 기사를 브런치 독자들을 위해 다시 한 번 소개합니다.
1.밤 11시에 출근한다.
2.강남역 부근에서 일한다.
3.업무시간은 새벽 4시까지다.
Q. 그의 직업은 무엇일까?
정답: 스타트업 콜버스 대표
콜버스는 오후 11시부터 다음 날 오전 4시까지 스마트폰으로 예약을 한 사람들을 비슷한 목적지를 중심으로 함께 태우는 '버스 공유 서비스'다. 현재까지는 서울 강남구에서 시범 서비스를 하고 있으나, 내년에는 서비스 지역이 더욱 확장될 전망이다.
도대체 왜? 야밤부터 새벽까지 운행되는 서비스가 만들어진 것일까. 박병종 콜버스 대표(사진)는 두 가지 이유를 근거로 댔다.
#1 한국경제신문에서 기자로 활동했을 때부터 '새로운 시장'에 대한 목마름이 있었다. 그중 가장 호감이 있었던 회사는 우버였다. 물류/교통 시스템 전체를 혁신한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을 해소해주고, 서비스 공급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편리함을 보장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버 버스를 만들어보는 건 어떠할까?
#2 야간 교통 취약자들이 눈에 들어왔다. 일례로 대리기사들은 목적지까지 손님을 데려다주고 다시 도심지로 돌아갈 방법이 없다. 택시를 타고 돌아가자니 남는 돈이 없다. 그래서 '대리셔틀'이라고 불리는 불법 운행을 이용하는데, 12인승 오래된 고물차에 최대 28명까지 타고 140km/h를 밟는다. 위험함은 물론, 사고가 나면 보험 처리도 되지 않는다. 야간 버스를 탈 고객은 충분히 많다.
콜버스는 중소기업청의 경제적(5000만원), 공간적 지원을 받아 탄생했다. 많은 사람들이 시도했으나, 규제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으로 인해 실천하지는 못했던 일. 그걸 만들어낸 것이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간다는 것조차 어렵다. 하물며 모두가 포기한 길을 간다는 건 어떠하겠는가. 박 대표 역시 그 점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사업을 시작하기 전 가장 면밀히 검토했던 것은 규제에 대한 내용이었다.
"법률 검토가 가장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가장 철저해야 하는 부분이었죠. 그래서 저희는 콜버스의 사업에 관련해 태평양에서 법률 검토를 받았습니다. '스타트업 디시'를 받았음에도 비싸더군요. 그래도 많은 배려를 받았고, 합법적인 방식으로 서비스를 기획했습니다. 가령, 법에서는 노선 운행을 하며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유상 운송을 하면 안되는데요. 저희는 유상 운송을 허가받은 전세버스 업체와 협의해 앱 가입자를 대상으로 한 서비스를 만들었죠."
스타트업에 숙명처럼 따라오는 것. 인재 채용 역시 쉽지는 않았다. 박 대표와 같이 비개발자 출신이 개발 인력을 찾는 것은 하늘에 별 따기 수준이다. 그는 로켓펀치, 데모데이, 디캠프 등 각종 채용사이트를 총동원해 구인 게시글을 올렸지만, 묵묵부답이었다.
"기자 생활을 하면서 두 달 동안 구인란을 전전긍긍했는데, 결국 찾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결국 사표를 쓰고 나왔는데요. 다행히 퇴사 후 2주만에 마음이 맞는 분을 찾았고,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역임하고 있습니다. 둘이서 공동 창업한 셈이죠. 그 다음에 디자이너를 찾았죠. 알려지지 않은 스타트업이 구인을 한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이럴줄 알았으면 IT 기자 시절에 대표님들 말고 CTO님들을 인터뷰할 걸 그랬어요(웃음)."
사람을 구한다고 끝나는 게 아니다. 이제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박 대표는 데이터 수집 과정도 어려웠다고 말했다. 콜버스는 구글맵을 기반으로 시스템을 구성했다.
문제는 데이터에서 발생했다. 다행히 서울시와 국토교통부에서 공개한 공공데이터에는 방대하고도 양질인 데이터들이 많았다. 다만, 이를 실제 서비스에 적용하는 것은 또 다른 과제다. 수많은 데이터를 재 배열하고 편집, 수정, 그리고 기관에 자료를 재요청하는 작업에 오랜 시간을 쏟았다.
"시행착오가 많았습니다. 버스정류소의 좌표를 구글맵에 올렸는데, 실제 위치와 차이가 많은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맵에 따라 조금씩 다른 결과값이 나왔죠. 이에 맞춰서 재편집하는 일들이 가장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자, 어찌어찌해서 시스템까지 만들었다. 이제 버스를 구해야 한다.
"전세버스 업체 설득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그냥 기자 때처럼 무작정 회사에 방문해 '대표님과 얘기하고 싶다'고 했는데, 듣지를 않더군요. 문전박대도 일쑤였습니다. 서비스 자체를 '불법'이라 생각하는 분들이 많았기 때문이죠. 밑에 직원분들은 추가적인 일을 만들기가 싫었던 것 같기도 하고요."
결국, 극적으로 제휴를 하겠다는 버스 업체를 만났고, 12월부터 베타 서비스를 가동하고 있다.
"콜버스는 25인승 버스를 이용하지만 15명만을 태웁니다. 타는 승객의 개인 공간을 보장하기 위해서 15명으로 확정했습니다. 취객 탑승도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앱을 동작해 100미터 이내의 버스 정류장으로 이동해야 하는 구조인데, 카카오택시 예약조차 어려운 만취한 승객에게는 큰 장벽이죠. 남녀 성비의 문제는 오히려 택시를 탔을 때 더 많이 지적되는 부분입니다. 좁은 공간에 남녀가 갖힌 형태로 있기 때문인데요. 버스는 공공성을 갖고 있기에, 오히려 안전하다고 생각합니다."
콜버스가 강남구를 시범 서비스 지역으로 선정한 이유는 무엇일까. 박 대표는 "서울 택시 운송량의 6.7%가 강남구 내에서 이동한다"고 강조했다.
"콜버스는 확실한 고객이 있는 곳을 타깃 지역으로 선정했습니다. 그리고 경로 최적화 알고리즘도 자체 개발했습니다. 비슷한 시간대 비슷한 경로로 가는 승객들을 연결해 버스가 실시간으로 경로를 바꿔가며 태우는 구조입니다. 실시간으로 콜(예약 주문)이 오면, 출발지와 목적지를 확인합니다. 운행되고 있는 버스의 위치를 파악해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버스기사의 자체 내비게이션앱으로 신호를 보냅니다. 기사는 결국 내비게이션 시스템만 따라가면 되는 직관적인 구조입니다."
콜버스의 기술적인 도전은 계속된다. 머신러닝 기술을 통해 콜이 없을 경우 버스 대기 위치, 공차율을 줄이기 위한 경로, 목적지 자동 추적 시스템 등을 고도화하기 위한 작업 중이다.
콜버스는 이달 31일까지 무료로 운행된 뒤 2016년 1월부터는 유료로 전환되며, 강남, 서초, 송파구로 서비스를 확대할 예정이다. 가격은 대략 야간택시의 3분의1 정도에 해당되는 금액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
"야간에 운행되는 버스의 전세 비용을 승객들이 나눠서 내는 것으로 이해하면 쉽습니다. 해당 버스를 타는 사람의 숫자와 각 승객이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거리를 합산해 N분의 1로 나누는 형태입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록 서비스비용이 저렴해지는 구조입니다. 저희가 목표로 하는 가이드라인이 야간 택시 비용의 3분의 1정도고요."
박병종 대표는 "놓여있는 규제의 테두리에서 혁신적인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고 말했다.
만약 아이폰이 2009년 12월에 한국에 들어오지 못했다면, 누구나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시기는 더욱 늦춰졌을 것이다. 대중교통 역시 마찬가지라고 박 대표는 말했다. 버스는 아직도 많은 영역을 수작업으로 처리하고 있는 '가장 아날로그적인 영역'이지만, 동시에 고객을 위해서라면 혁신해야 되는 영역이다. 아무도 하지 못한다면 자신이 하겠다는 것. 콜버스에 담긴 그의 비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