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에 캐나다의 대표 커피 브랜드 팀홀튼(Tim Hortons)이 문을 열었다. 캐나다에서 가장 유명한(대중적인) 것이 뭘 까, 하고 생각하면 첫번째로 팀홀튼을 떠올릴 만큼 흔한 국민 커피숍이다. 그만큼 캐나다의 전역에 체인이 위치하고 있다. 커피 가격도 매우 저렴한 편인데, 터무니없이 높아져가는 캐나다 물가를 보다가 팀홀튼의 커피 가격을 보면 깜짝 놀랄 정도. (현재 시점 블랙 숏 커피가 한화 2,000원이 안된다.) 그리고 그런 팀홀튼은 한국에 런칭하면서 ‘비싼 커피’로 꼽히는 스타벅스와 견줄만한 고급화 전략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전략 때문에 가격에 대해 의문을 가진 소비자가 있는 상황에서도, 한국 팀홀튼의 커피가격에 상관없이 브랜드 네임만으로도 호감을 갖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캐나다에 향수를 가진 사람들이다. 유년시절을 캐나다에서 지냈거나, 캐나다에 유학이나 어학연수를 다녀왔다거나. 말했듯 팀홀튼은 캐나다의 상징 같은 커피숍이다. 그러니 캐나다가 그리운 사람들이라면 팀홀튼에 기꺼이 ‘추억의 값’을 지불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 캐내디언들의 유년시절을 관통하는 브랜드가 하나 더 있다. 바로 ‘빌드 어 베어’(Build-A-Bear)다. (Build-A-Bear를 발음 그대로 ‘빌더베어’라고 적는 경우도 있지만, 공식 로고에 ‘-‘마크까지 포함하여 발음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이하 ‘빌드 어 베어’라고 적는다.) ‘빌드 어 베어’는 브랜드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곰 인형(테디베어) 판매를 메인으로 하는 브랜드다.
테디베어라는 건 사실 누구나, 그러니까 브랜드가 아니어도 만들 수 있는 상품인 데다 디자인의 특이성도 입증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빌드 어 베어’는 올해로 벌써 25주년을 맞았다. 이 브랜드가 이렇게 롱 런 할 수 있었던 방법이 뭘까?
테디베어의 상징이라고도 할 수 있는 역사적 테디베어 브랜드, 슈타이프 테디베어다. 1인자는 아닐지라도 유명하기로는 헤르만 테디베어도 빼놓을 수 없다. 브랜드 설립기간이 각 100년이 넘어가는 이 굳건한 선두주자들 사이에서, ‘빌드 어 베어’는 ‘나만의’라는 키워드로 독창성을 선언했다. ‘빌드 어 베어’를 직역하면 곰 인형을 짓는다(만든다)는 뜻이다. 이 컨셉에 얼마나 진심이냐 하면, ‘빌드 어 베어’의 매장은 Store(판매처)가 아닌 Workshop(제작소)라는 이름을 사용할 정도. 실제로 이 매장에서 곰 인형을 고른다는 것은 완성된 곰 인형을 산다는 뜻이 아니다. 이 제작소에서 곰 인형을 ‘만드는’ 순서는 다음과 같다.
아이들은(혹은 소비자는) 먼저 마음에 드는 곰 인형의 디자인을 고른다. 이 때 고르는 것은 완성형의 곰 인형이 아닌 ‘껍데기’이다. 여기에 곰 인형을 채울 솜의 양을 고른다. 안았을 때 폭신폭신한 곰 인형이 좋은 지, 부피감이 있는 곰인형이 좋은 지 사용자가 직접 결정할 수 있는 것이다. 속을 채우면서 곰 인형의 ‘소리’와 ‘향’도 고를 수 있다.
누군가의 목소리를 녹음해 넣을 수도 있지만, 곰 인형에게 생명력을 불어넣는 ‘심장 소리’도 넣을 수 있다. 원한다면 인형에게서 케이크 향이 나게 하는 것도 가능하다. 마지막으로는 곰 인형에 ‘이름’과 ‘생일’을 만들어준다. 이 인형이 누구의 친구인지, 누구에게 받은 것인지를 담은 증명서(Certificate)를 받을 수 있다. 이 과정을 통해 사용자는 아무 곰인형이 아니라 나만의 곰 인형을 가질 수 있게 된다. 단순한 소유격인 ‘나만의’라는 표현을 넘어서 ‘내’가 한 ‘친구’를 탄생시킨 것이다.
소비자가 구입 제품의 생산 과정에 참여하는 행위는 상품에 대한 믿음을 굳건하게 만든다. 사용자는 인형에 더 깊게 연관되고, 이 관계가 깊어질수록 사용자는 이 브랜드를 사랑하게 된다. 사람은 사물에 애정을 느낀다. 로봇이든, 인형이든. 이것은 소비자이든 생산자이든 상관없는 절대 명제다. 애정을 가진 물품을 아끼고 싶어하고, 꾸며주고 싶어한다. ‘빌드 어 베어’는 이 마음을 배신하지 않는다. 옵션으로 곰 인형에 자수를 놓거나, 옷을 고를 수 있다는 뜻이다. 이미 마음 깊이 들어와 버린 곰 인형을 꾸며주고 싶은 것은 당연한 수순이니까.
어릴 때부터 강한 감정적 관계를 가진 곰 인형 브랜드를 성인이 되어서도 여전히 사랑하고, 계속해서 연관구매를 하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곰 인형이란 상품의 특성상, 성인이 된 소비자는 구매율이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고객생애가치(LTV : Life total value ; 한 명의 사용자가 기업과의 거래를 시작한 시점부터 이탈하기까지의 기간 동안 발생시키는 가치의 기대 값 누적수치)기준에서 볼 때 ‘빌드 어 베어’의 주 소비자는 유아동이므로 고객라이프사이클이 짧을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이 경우, 중요하게 생각해야하는 포인트가 하나 더 있다. 바로 ‘소비자(사용자)와 구매자가 다르다’는 것이다.
* 사용자와 구매자가 다른 마케팅에 대한 내용은 아래 칼럼 참고
짧은 고객라이프사이클, 그리고 소비자와 구매자가 다른 상품의 특성. 이 문제들에 대한 답변으로, ‘빌드 어 베어’에서는 아주 특별한 이벤트를 진행한다. 이벤트의 이름은 ‘Count your candles’, 특별한 생일 선물용 곰 인형을 생일에, 나이만큼만 가격을 지불하고 구입할 수 있는 이벤트다. (멤버십 한정) 생일 선물용 곰 인형은 공식적으로 Regularly $14이지만, 생일을 맞은 어린이가 매장에 직접 방문하여(성인동반) 생일 축하를 받을 수 있다면 나이만큼의 가격만 지불하고 해당 인형을 구입할 수 있다.
단순히 곰 인형을 사는 것만이 아니라, 이 이벤트에는 세레머니가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매장 내에서 생일 종을 울리고, 모두에게 축하를 받으며 사진을 찍고, 생일 스티커도 받을 수 있다. 구매자인 보호자가 가장 큰 혜택을 얻는 방법은 가능한 아이가 어릴 때 매장에 방문하는 것이다. 게다가 이 이벤트는 매년 반복되므로 아이는 기억할 수 있는 가장 어린 나이의 생일에 직원들의 축하를 받으며 선물을 받을 수 있다.
아이가 어리면 어릴수록 고객 생애 가치는 커지고(고객 라이프 사이클이 길어지므로), 매장에 방문한 다른 예비 소비자에게 이벤트에 대한 정보가 전달된다. 일종의 광고까지 겸한 셈이다. 이런 긍정적 경험은 아이가 소비자에서 구매자가 될 때 즈음 다음 세대에게 대물림되어 또 다른 소비자를 만들어낸다. 거기에 더해, 새로운 세대의 유입은 곧 브랜드 신선도와도 연결된다.
사실, 테디베어에서 시작하는 이 아이디어는 본질적으로 누군가가 따라하기에 아주 간단한 아이디어다. 한 마디로 정의하면 ‘커스텀 테디베어’아닌가. 그러나 똑같은 제품이라도 어떤 감정을 연결하느냐에 따라 그 가치가 달라진다. 그것은 브랜드 스토리일 수도 있지만, ‘빌드 어 베어’처럼 개인의 스토리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브랜드에서 고객에게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브랜드 스토리보다 고객 스스로에게서 만들어진 스토리가 더 중요시된다는 것은 굳이 말할 필요도 없을 터다.
‘포차코’, ‘산리오’, ‘소닉’등 유명 IP(Intellectual Property: 지식 재산)를 인형으로 구매할 수 있는 곳은 많겠지만, 그 인형을 커스터마이징하여 새로운 이름을 붙이고, 심장을 뛰게 하는 곳은 ‘빌드 어 베어’ 워크샵이 유일하다.
‘빌드 어 베어’의 마케팅 방식을 참고하기 위해서는 이 브랜드가 사물(상품)에 감정을 연결한 방식을 깊게 볼 필요가 있다. 상품에 추억을 연결하고, 강화하는 행위를 통해 브랜드에는 팬이 생기고, 팬들은 소셜 화폐를 자체 생산한다. 정리하자면, 사람들은 결국 감정에 돈을 지불한다는 것.
제품을 소비자에게 어필(소구)하는 방식은 ‘이성적소구’와 ‘감성적소구’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이에 따라 소비자는 이성을 기반으로 소비를 하기도 하고, 감성을 기반으로 소비를 하기도 한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남는 것은 이성에 기반한 지식이 아닌 감정이다.
편해서, ‘좋았다’.
그 최신식 기능이 나를 ‘자랑스럽게’ 만들었다.
감정은 사람의 결정에 강한 힘을 발휘한다. 이성적 상품을 감성으로 풀어 냈을 때, 그리고 감성적 상품에 보다 깊은 스토리를 담아 냈을 때, 롱런하는 브랜드를 만 들 수 있을 것이다.
해당 콘텐츠는 마케터Z 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