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모비인사이드 심상용 에디터
4월 12일 서울대학교산학협력단과 크레이티브팩토리 사업단 주최로 서울대학교에서 ‘스타트업을 위한 시장전략’ 강연이 진행됐습니다. 예비 창업가를 꿈꾸는 학생부터 IT시장 취업을 희망는 학생, 스타트업 종사자 등 많은 사람들이 모인 가운데, 네이버웹툰 김준구 대표가 네이버웹툰의 성장과정과 사업을 바라보는 관점에 대해 발표했습니다. 김 대표는 예비 창업가들에게 ‘좋아하는 일’, ‘명확한 타깃팅’, ‘무한한 문제해결’ 등 3가지 키워드를 강조했는데요. 해당 발표 내용을 정리했습니다.
“저는 공대생이자, 만화 덕후였습니다. 병역특례를 마치고, 학교로 돌아가기 전 만화 서비스를 담당하게 됐는데요. 벌써 13~14년이 지났네요."
김준구 대표는 만화를 좋아하는 이유로 웹툰 서비스를 담당한 이후 네이버웹툰이 글로벌 플랫폼으로 자리잡기까지 큰 역할을 했다. 오전에는 기획자로, 오후에는 경영자로, 저녁에는 편집자로 일하며 네이버웹툰을 진두지휘하고 있으며 마음의소리, 이말년 시리즈, 외모지상주의 등 다양한 네이버웹툰에 캐릭터로 등장하기도 한다.
김 대표는 ‘덕업일치’를 이룬 대표적인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네이버에서도 하나의 서비스를 가장 오래 운영한 담당자로 유명한데, 그는 만화에 대한 애정이 있었기 때문에 10년 넘게 사업을 운영할 수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은 무한한 동기부여가 됩니다. 뻔한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지만,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밤을 지새워도 좋아하는 일을 하면 스트레스도 덜 받고, 덜 피곤하잖아요. 또한 좋아하는 일로 성공한다면 그 기쁨은 배가 되죠. 실패하더라도 그 시간은 아깝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창업을 할 때 ‘성공’을 기준으로 아이템을 선정하면 성공할 확률이 낮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 또는 잘 알고 있는 시장에서 문제를 발견했을 때 혁신이 일어나는 셈이죠.”
그는 좋아하는 일을 했을 때 시장을 바라보는 관점도 달라진다고 이야기했다.
“네이버에서 처음으로 발표한 모바일 서비스는 ‘네이버웹툰’이었습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DIPC(Device > Infra > Platform > Content) 순환을 예측한 것이 아니라, 웹툰 서비스를 좋아하는 이용자의 입앙에서 서비스를 바라보니, 모바일 서비스를 빨리 준비해야겠다고 생각했죠. 또한 경영자 마인드가 아니라 콘텐츠 제작자 입장에서 작가들과 이야기 나누다 보면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하죠."
사업, 기획을 할 때는 누구를 대상으로 하는지 타깃층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필요하다. 타깃의 범위가 너무 좁으면 확장성의 한계가 발생할 수 있고, 정확하게 정의하지 않으면 시장에서 애매한 위치에 놓이게 된다. 김 대표는 시장에서 핵심 사용자층을 형성해야 더 큰 소비자층에 다가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타깃층을 명확하게 규정했을 때 아이템에 대한 준비가 됐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이 때 중요한 것은 사용자 100명으로부터 80점의 평가를 받기보다, 20명으로부터 만점의 평가를 받는 것입니다. 서비스부터 콘텐츠의 구성, 비즈니스 모델 등 모든 요소가 타깃층에 부합해야 하죠. 웹툰의 경우 초기 데이터를 바탕으로 특정 독자층을 공략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독자층이 넓어지는 효과가 있더군요. 이런식으로 다양한 타깃을 공략하는 콘텐츠를 운영하다보니 전연령층이 좋아하는 플랫폼으로 거듭나게 됐죠."
추가적으로 김 대표는 타깃층을 공략할 수 있는 자신만의 무기를 갖춰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각 타깃층 마다 다른 성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를 이해하고 공략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합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네이버웹툰의 경우 글로벌 8개 국가에 서비스되고 있는데요. 각 나라마다 접근하는 방식이 다릅니다. 일본의 경우 19~24세 연령층의 콘텐츠 소비가 높은 편인데요. 그들을 대상으로 유료모델을 도입할 예정입니다. 인도네시아의 경우는 유료 콘텐츠에 대한 인식이 없기 때문에 도입할 수 없는 모델이죠. 오히려 게임과 연동된 비즈니스 모델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는 유료 모델보다는 기부와 광고를 통해 시장에 접근하고 있습니다. 내 사용자를 정의하고 공략할 수 있는 무기를 갖췄을 때 시장에서 승패가 결정되는 셈이죠."
사업은 문제를 무한 반복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사업을 오래 운영한 대표일수록 자신만의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데, 예비 창업자들은 선배 창업자들의 노하우를 귀담아 듣는 편이다. 김 대표는 선배 창업자들이 문제를 해결한 결과를 따라하기 보다, '사고방식'에 주목하라고 설명했다.
“사업을 운영하며 무수히 많은 문제와 직면하게 됩니다. 해결해야 될 문제를 정의하고 하나씩 풀어나가야 하죠. 이 때 'Why to do', 'What to do', 'How to do’ 3가지 질문을 반복하며 해결방향을 정리하고 실현 가능한 요소부터 실행하면 됩니다. 네이버웹툰도 위 방식을 통해 자리를 잡아갔죠. 네이버는 오프라인 콘텐츠를 디지털화하여 서비스했는데, 만화분야는 콘텐츠가 부족한 상황이었습니다.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해 네이버가 직접 제작투자를 진행하게 됐죠. 또한 주요 타깃층인 13~18세 남성 이용자들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엑티브액스, 결제모델을 제거하면서 비즈니스 모델을 다시 설계하기도 했습니다. 콘텐츠 수급부터 작가섭외, 콘텐츠 정의 등 모든 문제에 대해서 위 사고방식을 무한 반복하며 간결하게 해결해나가고자 했습니다."
시작은 미비했지만, 현재 네이버웹툰은 매일 850만 명이 사용하는 서비스로 성장했다.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도 활용하고 있는데, 그 배경에는 만화를 사랑한 김준구 대표의 열정과 노력이 있었다. 김 대표는 웹툰 서비스를 담당하던 사원시절 36년 계획을 작성했는데, 이제 3분의 1일을 달려왔다고 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는 김준구 대표, 그의 행보가 향후 국내외 웹툰시장을 어떻게 발전시킬지 더욱 기대가 된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매일 재미있게 일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사원 때 세운 제 ‘꿈’이 있었죠. 지난 12년 동안 한국 콘텐츠 시장에 창작 생태계를 만들었다면, 앞으로 12년은 한국 콘텐츠가 해외로 나갈 수 있도록 해외 사업에 더욱 집중하고 싶습니다. 그 후 12년은 콘텐츠 가이로써 메인 스트림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