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을 품은 애플
얼마 전에 지인들과 만나 지금 긴박하게 돌아가는 주식시장에 대해 이런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스티브 잡스가 살아있었다면 지금의 애플 주가는 달라졌을까?”, “인공지능 시대 끝자락에 있을 엔비디아의 모습은 어떻게 변해있을까?”, “삼성전자는 아직도 10만 전자를 꿈꾸는가?” 뭔가 깊어 보일 수도 있지만 그리 깊지 않은 수준의 이야기였습니다. 사실 거대한 주식시장 속에서 우린 한낱 ‘개미’에 불과하지만, 어쨌든 관련 업계를 다니고 있는 지인들과 인공지능 테크놀로지에 아주 조금 관심이 있으면서 동시에 애플 마니아(앱등이 혹은 애플빠)인 제가 나눈 이야기의 주제였습니다.
그리고 그 대화 속에서 애플의 잠재력을 다시 한번 곱씹어보게 되었답니다. 스티브 잡스 사후 애플은 딱히 이렇다 할 변화 없이 지금까지 흘러온 것 같습니다. 케이스나 액세서리는 해가 갈수록 바뀌는데 디바이스(의 디자인)는 그대로였으니까요. 물론 배터리 용량도 메인 칩의 처리 속도 등이야 충분히 개선되긴 했지만요.
그 사이에 갤럭시는 폴더블 스마트폰부터 ‘AI 폰’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굉장히 관심이 가긴 했지만 그렇다고 안드로이드로 가고 싶은 마음은 없었습니다. 그래도 애플이라면 언젠가 더욱 심플하고 편리하며 혁신적인 디자인으로 AI를 품은 디바이스를 내놓게 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죠. 외형상의 변화도 기대가 크긴 했지만 당장 디자인이 중요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애플의 빅 이벤트 중 하나인 연례 세계개발자 회의(WWDC, Apple WorldWide Developers Conference)에서 애플은 애플 인텔리전스(Apple Intelligence)라는 거대한 이름의 인공지능을 품게 되었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아이폰 그리고 아이패드의 운영체제인 iOS에 AI 기능을 더하게 된 것이죠. 여기에는 오픈 AI의 챗GPT가 들어가게 됩니다. 음성 어시스턴트 시리(Siri)가 챗GPT를 품으면서 애플 유저에 더욱 가까이 다가가게 되는 셈입니다.
챗GPT를 사용해 보셨다면 아시겠지만 생성형 인공지능은 사용자가 입력한 쿼리의 맥락을 이해하고 그에 맞는 답을 도출해 냅니다. 챗GPT를 갖게 된 애플의 시리도 사용자가 요구하는 결과물을 제시하되 결코 뻔하지 않은, 관련성이 가장 높을법한 데이터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개인 정보 유출에 대한 리스크입니다. 이메일, SNS, 애플리케이션 등 ‘나’라는 사람의 정보는 여기저기 널려있을 정도입니다. 그만큼 디지털 대전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는 우리의 정보를 걸어둔 채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받고 있는데요.
애플의 경우는 아이폰과 연동되는 디바이스가 여럿입니다. 아이패드나 맥북, 애플워치 등이 대표적인데요. 고도화를 이룬 기능을 다양한 기기에서 경험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여기에 ‘프라이빗 클라우드 컴퓨팅(Private Cloud Compute)’을 활용해 유저의 데이터를 저장하거나 액세스 할 수 없도록 개인정보 보호를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서버에서 실행되는 코드를 검사하면서 개인정보 보호 이슈가 없는지 다시금 확인하도록 했다는군요. 개인정보에 대한 철저한 방어막은 이제 필수입니다.
원하는 이모티콘을 찾을 수 없을 때 인공지능이 자동으로 이모티콘을 생성할 수 있도록 젠모지(Genmoji) 기능을 탑재할 예정이라고 했고 사진 앱에 인공지능을 더해 키워드로 개체를 검색할 수 있도록 했으며 사진에서 사람을 지우는 등 구글에서 선보였던 Magic Eraser 기능을 추가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또한 애플 펜슬을 이용해 계산식을 넣게 되면 인공지능이 이를 인지하고 분석해 답을 제공하거나 텍스트를 기반으로 이미지를 만들어 주는 Text to image 기능도 수행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또 한 가지는 녹음 기능입니다. 통화 중 녹음기능이 없어 그간 별도의 앱을 설치해서 활용하기도 했었는데요. 이제 애플도 이게 가능해졌답니다. 다만 통화자 모두에게 녹음 사실이 공지됩니다. 통화가 끝나면 기록물을 기반으로 요약본이 생성된다고 전했습니다.
애플은 이제 막 인공지능을 탑재하기 시작했습니다. 삼성전자의 AI 폰이 퍼스트 무버라고 한다면 애플의 아이폰은 패스트 팔로워일 수 있습니다. 앞서 간다고 해서 모두가 ‘혁신’이 될 순 없습니다. 뒤늦게 쫓는다고 해서 혁신을 이루지 못하는 것도 아닙니다. 퍼스트 무버가 혁신을 이뤘다면 패스트 팔로워가 이를 얼마나 뒤엎을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되겠죠. 그런 의미에서 애플의 애플 인텔리전스는 얼마나 차별점이 있을까요?
사실 몇 가지 주된 기능을 살펴보긴 했지만 ‘이런 게 가능해?’라고 할 만큼 놀라운 기능이 있던가요? 본래 영화를 보더라도 묵직한 한방이 될 수 있는 반전 요인이 재미와 감동을 줄 것이고 음식을 먹더라도 눈이 번쩍 떠질법한 ‘킥’이 필요한 법입니다.
애플이 WWDC를 통해 발표한 내용들이 과연 주가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요. 더구나 타이틀은 애플 인텔리전스인데 뭔가 챗GPT의 흔적이 더 많아 보이는 건? 테크놀로지란 꾸준하게 발전하듯, 인공지능 역시 날이 갈수록 진화를 거듭합니다. 이젠 디자인의 혁신이 문제가 아닌 것 같습니다. 디바이스 안에 담긴 인공지능이 얼마나 유저를 끌어모을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되겠죠. 저는 여전히 애플의 한방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 아래 사이트를 참고했습니다.
– <Apple Intelligence: every new AI feature coming to the iPhone and Mac>(2024.6.11), the verge
– <Apple Intelligence is the company’s new generative AI offering>(2024.6.10), techcrunch.com
해당 콘텐츠는 Pen잡은 루이스님과 모비인사이드의 파트너쉽으로 제공되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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