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새로운 제품(또는 스타트업)을 만드는 것은 기존에 존재하는 제품에서 만족스럽지 못한 부분이 존재해 시장에 새로운 혁신을 만들기 위함이거나 아니면 기존에 정말 없는 시장이라고 생각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이루어지는 경우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어떤 제품을 만들기 위해 살펴보면 이미 시장에서 잘하고 있는 제품들이 있거나, 없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시장에 제품이 존재하고 있기 마련입니다. 이런 경우 우리는 기존 제품이 가지고 있지 않은 다른 기능들을 더하거나 우리가 더 잘할 수 있는 방법들이 무엇인지를 발굴해 내어 우리 제품에 탑재하려 하곤 합니다. 그래서 대부분 제품 소개서나 IR 자료에서 경쟁사와 분석하는 자료들을 보면, 우리 제품들은 제시하는 모든 기능에 O 표시가 되어있고, 경쟁 제품들에는 X 또는 ▵ 표시를 해놓음으로써 우리 제품이 경쟁 제품보다 우수하고 뛰어남을 표현하곤 합니다.
우리는 이렇게 우리 제품이 할 수 있는 것들을 계속해서 더하거나, 우리 제품이 사용자에게 여러 가치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하면서 우리 제품의 가치를 더하고자 합니다. 하지만 정말 더하는 것이 좋을까요?
이번 글은 초기 제품 구축에서 제품 팀이 추구해야 할 목표에 대해서 적어보았습니다.
글의 순서는 아래와 같아요.
1. 정말 그 가치들을 전달하는 게 중요한가요?
2. 바꿔보거나 빼기
최근 한 학회의 기획분야 심사를 진행하면서 놀라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안타깝다는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현업에서 직접 제품을 만드는 경험을 해보지 않아서 다소 간의 아쉬움은 존재했지만 제품을 만드는 대학생 분들의 아이디어나 제품 구현의 퀄리티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수준이 높아 다소 놀라웠습니다. 제가 대학생 때는 무엇을 했나 자책하게 만드는 경험이었습니다.
놀라운 점도 많았지만 정말 딱 하나 아쉬운 점이 있었는데, 대부분의 제품들이 기존 제품들과 차별화를 추구하기 위해서 새로운 기능을 더하려고 했던 부분이었습니다. 특히나 짧은 시간 안에 제품 구현을 진행해야 하는 팀 입장에서는 정말 구현할 필요가 없을 수 있는 기능들도 있었어요. 그리고 그런 것들이 해당 팀이 경쟁 제품 대비 차별화 지점이라고 강조하는 부분들이었어요.
여기서 나오는 또 다른 문제는 팀이 원래 해결하고자 했던 문제를 제품이 제공하는 핵심 기능을 통해서 온전히 해결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부분입니다. 심지어 핵심 기능이 기존 경쟁 제품과 사용자 경험 또는 기술적 구현으로는 거의 차이가 나지 않았어요.
즉, 핵심 기능에서 차별화를 만들기 어려우니 이를 다른 기능의 구현으로 보완하고자 했으며 결국 핵심 기능에 대한 구현이나 검증조차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여러 부가 기능의 구현만 더해지고 있었어요. 핵심 기능에 대한 검증조차 온전하지 않은 상태에서 다른 가치들을 만들어서 제품의 차별화를 더하는 것이 정말 중요할까요?
같은 가치, 같은 기능을 제공하더라도 사용자 경험을 바꿔보거나 사용자 경험 상 필요하지 않았던 여러 부가적인 요인들을 빼버렸다면 어떠했을까요? 사용자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했었어야 할 여러 액션들을 분석하고, 필요하지 않았다면 과감하게 빼버리는 것은 어떨까요?
토스의 간편 송금을 예시로 들어볼게요. 송금이라는 기능은 기존에도 이미 대부분의 은행에서 수행할 수 있는 기능이었습니다. 다만 공인인증서 인증을 진행해야 하거나 수수료를 내야 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토스의 간편 송금은 송금이라는 같은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지만 공인인증서 인증이나 수수료라는 부분을 빼버리면서 사용자 경험을 좋게 만들어 제품의 성공을 만들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경험적인 측면에서는 어떠했을까요? 은행마다 다른 사용자의 계좌번호를 입력해야 하기보다,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사용자의 연락처로 송금할 수 있도록 만들었어요. 사용자는 전달받은 계좌번호와 은행을 하나하나 확인할 필요 없이 편리하게 송금을 위한 정보를 입력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물론 이후에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여러 부가적인 기능이 들어오고, 점차 플랫폼 형태로 커지긴 했지만 초기에는 이렇게 송금이라는 경험을 극단적으로 단순하게 바꿔놓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기존 제품들과 차별화를 만들기 위해서 부가적인 기능들을 더하기만 하는 것은 핵심이 무엇인지 놓치기 쉽고, 제품 구현에 필요한 시간이 늘어나게 되며, 리소스 또한 더 많이 들어가게 됩니다. 그래서 토스의 사례와 같이 같은 가치를 달성하게 만들기 위함이라도 사용자의 경험을 바꿔보거나, 그 경험을 극단적으로 단순하게 만들거나, 오히려 그전에는 당연히 필요하다 인식되는 기능들의 불필요함을 파악하고 굳이 필요하지 않다면 과감하게 빼버려 사용자 경험을 단순화하는 것 또한 차별화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이렇게 만든 제품이 곧 혁신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초기 제품 구축 시, 가장 중요한 것은 제품이 만들고자 하는 가치를 온전히 전달하게 만드는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가치의 제공 방식이 기존과 다른 형태가 되는 것이 차별화 지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형태라 함은 경험을 온전히 바꾸어 복잡한 것을 단순하게 바꾸는 것이 될 수도 있고, 불필요함을 제거하는 것이 될 수도 있습니다. 차별점을 만들기 위해 기존 제품이 굳이 제공하지 않는 여러 기능들을 더하지 말고, 핵심 기능에 대해서 철저하게 고민해 보고 경험을 재설계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June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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