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있었던 미국 대선의 최대 승자는 트럼프가 아닌 일론 머스크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머스크는 선거 기간 동안 트럼프에게 약 1,800억 원을 후원하고 유세 활동에도 직업 참여하는 등 적극으로 지지를 표했습니다. 트럼프도 당선 시 머스크를 주요 요직에 임명하겠다고 화답했습니다.
그리고 대선 결과는 모두가 아시는 것처럼 트럼프의 승리로 돌아갔습니다. 이 결과에 힘입어 테슬라의 주식은 8%가 급등하며 52주 신고가를 경신했고, 사흘 만에 시가 총액이 2천억 달러(약 280조 원)가 증가하며 1조 달러를 돌파하는 무서운 기세를 보여주었습니다.
이는 현대 기업에서 CEO의 언행이 기업 가치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시라고 할 수 있는데요. 최근 이러한 효과를 누리기 위해 마크 주커버그가 발 벗고 나선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주커버그는 애플의 스티브 잡스, 엔비디아의 젠슨 황과 더불어 3대 단벌 신사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아침마다 옷을 고르는 시간과 에너지를 아끼고 싶다며 늘 회색 티셔츠만을 고집했는데요. 여기에 짧은 머리와 특유의 맹하고 큰 눈이 더해지면서 너드(Nerd)의 이미지가 붙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주커버그의 모습을 보면 180도 달라진 것을 바로 알 수 있습니다. 트렌디한 디자이너 브랜드의 옷을 입고, 파마를 하는가 하면, 격투기 선수를 연상시키는 근육질 몸매까지 자랑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개인적인 취향의 변화일 수도 있지만, 메타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주커버그의 변화에는 머스크와의 공개 설전이 결정적 역할을 했습니다. 이 두 사람은 원래부터 사이가 좋지 않았는데, 지난해 메타가 X(트위터)를 겨냥해 ‘스레드(Threds)’를 출시하면서 더욱 악화됐습니다. 특히 머스크가 한판 붙자며 도발하자 주커버그는 “장소를 보내라”며 응수했고, 곧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습니다. UFC 회장인 데이나 화이트는 굴러 들어온 빅매치를 성사시키기 위해 발 벗고 나섰습니다.
비록 실제 대결은 성사되지 않았지만, 이 해프닝은 의외의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주커버그의 호기로운 모습에 호감을 보인 것입니다. 마침 이미지 변신이 필요했던 메타로서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적극적인 리브랜딩 작업을 추진했습니다.
주커버그가 리브랜딩을 시도하고 있는 배경에는 메타의 전략적 변화가 있습니다. 과거 소셜미디어 중심의 기업이었던 메타는 최근 메타버스와 AI 등 다양한 신사업을 펼치고 있는데요. 이러한 변화를 효과적으로 알리기 위해 주커버그의 패션에도 변화가 필요했던 것입니다. 대표적인 메타의 전략적 변화는 다음의 같이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첫 째, VR 시장에서의 변화입니다. 사명을 ‘메타’로 바꿀 만큼 야심 차게 추진했던 VR 기기는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습니다. 더구나 애플이 ‘공간 컴퓨팅’이라는 키워드와 함께 출시한 비전프로마저 시장의 냉담한 반응에 직면했습니다. 메타는 이러한 실패를 통해 중요한 교훈을 얻었습니다.
결국 실생활에서 자연스럽게 활용할 수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에 메타는 트렌디한 선글라스 디자인에 기술을 결합하는 형태의 제품으로 전략을 수정하고 있는데요. 이러한 메시지를 대중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주커버그의 스타일 변화는 꼭 필요했습니다.
둘째, AI 전략의 차별화입니다. 대부분의 기업이 폐쇄형 AI 개발에 몰두하는 동안, 메타는 과감하게 오픈형 AI개발을 선택했습니다. 이러한 결정은 젊은 개발자들과 기술 커뮤니티로부터 호응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으며, 주커버그의 새로운 이미지는 이러한 개방적이고 혁신적인 전략과 자연스럽게 맞아떨어지고 있습니다.
셋째, SNS 시장에서의 새로운 시도입니다. 최근 ‘텍스트힙’이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텍스트 기반 소통의 가치가 재조명되는 가운데, 스레드의 성공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메타는 인스타그램 특유의 감성을 그대로 스레드에 이식하면서, 텍스트 기반 SNS도 충분히 트렌디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습니다. 이미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이라는 거대 SNS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새로운 시도를 하는 메타의 모습은 주커버그의 리브랜딩과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리브랜딩 이후 메타의 성과는 뚜렷합니다. 메타버스 투자 실패로 주가가 급락했던 메타는 리브랜딩의 시발점이라 할 수 있는 일론 머스크와의 설전 이후 2배 이상 치솟았습니다. 또한, 자체 개발한 생성형 AI ‘라마’는 오픈소스화 이후 3억 5천만 회가 넘는 다운로드를 기록하며 시장의 호응을 얻고 있으며, 망할 거라던 스레드도 출시 1년 만에 MAU 2.75억 명을 돌파하며 X와의 격차를 좁혀가고 있습니다.
이처럼 메타는 소셜미디어 기업의 한계를 넘어 기술과 문화의 교차점에 있는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으며, 그 모습은 주커버그의 외형적 변화에서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주커버그의 변신은 메타의 미래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자 동시에 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는데요. 앞으로 그의 변신이 테크 업계에 어떤 바람을 일으킬지 주목해 보아야겠습니다.
*위 글은 ‘테크잇슈’ 뉴스레터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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