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팀원 세 명이 모여 트위터를 보면서 잡담을 나눕니다. 그런데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습니다. 왜냐고요? 이 셋이서 몇몇 프리랜서와 협업해 실행하는 일이 몇천만 원의 광고보다 가치 있는 바이럴을 만들어내거든요. 심지어 브랜드에 따뜻한 인간미를 더해주고, 기존 고객들의 높은 충성도까지 이끌어냅니다.
오늘은 브랜드가 고객에게 보내는 ‘선물’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평소 마케팅용 선물로 포인트나 기프티콘, 대량으로 찍어낸 굿즈 정도만 생각하고 계셨던 분들이라면 주목해 주세요. 오늘 소개하는 내용을 어떻게 우리답게 적용할지 고민해 보는 것만으로도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떠올리실 수 있을 겁니다.
이전 글에서도 잠깐 언급했던 ‘스트라이프(Stripe)’는 누구나 편리하게 온라인 결제 시스템을 도입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서비스입니다. 직원 하나 없던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지금은 미국에서 가장 큰 핀테크 기업 중 하나로 성장했죠. 그럼에도 여전히 ‘확장 불가능한 일’을 실행하는 소규모 팀을 만들어 고객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일을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3명 이내로 구성된 이 팀(심지어 이들은 본 업무가 따로 있습니다)의 팀원들은 축하할 만한 성과를 달성한 고객들에게 아주 특별한 선물을 보내는 일을 합니다. 그들이 보내는 선물들을 살펴보면 어느 하나 평범한 것이 없습니다.
평소 오토바이를 즐겨 타는 한 창업자의 매출 100만 달러 돌파를 축하하기 위해 그의 회사 색상과 로고가 새겨진 헬멧을 선물합니다.
평소 테니스를 즐기는 한 창업자가 매출 200만 달러를 달성하자 이번엔 그의 회사 색상과 로고가 적힌 테니스공을 선물하며 기쁨을 나눕니다.
두 마리의 웰시코기를 키우는 소규모 창업자가 월 매출 3,000달러를 달성하자 코기 인형과 강아지용 굿즈를 제작해서 선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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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큰 기업이 된 스트라이프는 예산이 풍족하니까 이런 선물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그럼 이건 어떨까요?
연 매출 5만 달러를 달성한 창업자에게는 그의 보트를 3D 렌더링 이미지로 만들어 보내주며 축하합니다.
800번째 결제 고객을 맞이한 창업자에게는 손편지와 함께 더 큰 성장에 도움이 될 책을 선물합니다.
창업에 실패한 고객에게는 그의 사업 이야기를 엮은 인쇄물을 제작해 위로를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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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장가량의 렌더링 이미지, 손으로 직접 쓴 손 편지, 고객의 이야기를 엮은 한 권의 인쇄물. 우리 제품을 꾸준히 써주거나 열심히 홍보해 주는 일부 고객들에게 이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스트라이프가 자신들의 사업 아이템인 ‘결제(=매출)’를 선정 기준에 접목한 것처럼, 우리의 사업 색깔이 선물의 과정 어딘가에 묻어난다면 더 풍성한 스토리들이 만들어질 겁니다.
선물의 감동은 ‘가격’이 아니라 ‘나에 대해 고민한 시간’에 비례해 커집니다. 이런 개인화된 선물을 받은 고객들은 자신들의 감정을 자발적으로 소셜미디어에 공유합니다. 스트라이프의 담당 직원들에 대한 감사의 인사를 담아서요.
보기만 해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이 게시물들은 많은 사람들의 ‘좋아요’와 ‘공유’를 이끌어냅니다. 스트라이프와 기존 고객의 관계는 더 끈끈해집니다. (=고객 이탈 방지) 아직 스트라이프를 사용하지 않고 있는 잠재 고객들은 스트라이프에 대한 좋은 감정을 가지게 됩니다. (=신규 고객 확보에 도움)
세 명의 직원들이 잠깐 시간을 내서 만들어내는 성과 치고는 아주 훌륭한 성과죠.
물론 이런 마케팅 효과를 ‘노리고’ 진행하면 실패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진정성 없는 말이나 행동은 어떤 식으로든 티가 나기 마련입니다. 정말 감사한 고객들에게 뭔가를 전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을 때 아래의 플레이북을 참고해 우리만의 선물 프로세스를 만들어보세요.
1. 가지고 있는 고객 데이터를 통해 선물 대상을 선정합니다. (+대상 선정 기준 마련)
2. ‘개인화’를 위한 정보를 수집합니다. 그들의 구매 이력, 후기, SNS 등을 탐색합니다.
3. 선물 아이디어를 브레인스토밍합니다.
4. 예산과 자원 등을 고려해 선물을 제작합니다.
5. 맞춤 메시지와 함께 선물을 전합니다.
1~2명에게 해보고 끝내는 건 큰 의미가 없습니다. 신규 고객이 계속 확보되고 있는 상황이라면, 마케팅 예산의 10~20%를 할애해 루틴으로 만들어 꾸준히 실행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진정성은 꾸준한 행동이 뒷받침되어야 다른 이들에게도 전달됩니다.
실물이 부담스러울 경우 디지털 파일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보세요. 이메일, DM, 디자인, 일러스트, 랜더링 등의 디지털 파일은 기획에 따라 적은 비용으로도 큰 효과를 낼 수 있는 수단입니다.
3D 프린터를 활용할 수 있거나 손재주가 좋은 팀원들이 있다면 실물 선물을 준비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남들이 하지 않는 선물을 할수록 고객이 느낄 감동의 크기도 커집니다.
물론 모든 기업이 고객을 위한 맞춤 선물을 준비해야 하는 건 아닙니다. 몇몇 대표님들은 이런 걸 준비하느니 광고비를 더 투자해서 매출을 키우겠다고 하실 수도 있죠. 광고에서 충분한 성과를 내고 계신다면 이런 선택도 나쁘지 않은 선택입니다.
꼭 선물이 아니어도 됩니다. 하지만 기존 고객과의 관계를 유지하고, 그들을 기쁘게 할 수 있는 무언가를 꾸준히 시도하는 일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실제 컨설팅을 하다 보면 ‘작은 기업이라서 이런 시도를 할 여력이 없는 경우’보다 ‘작은 기업이라서 이런 시도가 반드시 필요한 경우’가 훨씬 더 많습니다.
광고는 돈만 있으면 언제든 할 수 있습니다. 프로모션과 광고에만 예산을 쏟으면서 어떻게든 매출을 내려는 기업과 아직 규모는 작아도 고객 한 명 한 명에게 진심을 다하는 대표의 모습이 SNS와 후기를 통해 돌아다니는 기업.
제품의 품질이 비슷할 때 여러분이라면 어떤 기업에게 더 관심과 애정이 가시나요?
박상훈 (플랜브로) 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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