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에서 진리로 여겨지는 말들이 있습니다.
사업은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고객이 원하는 것을 주면 그게 팔리는 아이템이 된다
당연한 말입니다. 그런데 이게 말처럼 간단하지가 않습니다.
일단 문제를 발견하는 것 자체가 어렵습니다. 쉽게 발견할 수 있는 문제들은 이미 필요 이상의 수준으로 해결되고 있습니다. 미묘한 차이들을 내세우는 브랜드들 간의 치열한 경쟁 덕분에 고객들은 문제에 대해 생각할 틈조차 없어졌죠. 이미 있는 해결책도 다 써보지 못한 고객들이 ‘우리가 원하는 것은 이것’이라며 획기적인 아이템을 먼저 알려줄 가능성은 더더욱 없고요.
거의 모든 시장이 공급 과잉인 상황. 오늘은 이런 상황에서 좋은 사업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단순히 좋은 아이템을 찾는 것을 넘어 신선한 브랜드 콘셉트를 짜는 방법, 이를 검증하는 방법에 대한 팁도 얻어 가실 수 있을 겁니다. 그럼 시작해 볼까요?
‘리퀴드 데스’라는 브랜드가 있습니다. 알루미늄 캔에 담긴 물을 판매해 1년에 3,000억이 넘는 매출을 내는 브랜드죠. 이 브랜드에 대해 다룬 콘텐츠는 이미 많이 있습니다. 저는 여기서 가장 핵심적인 두 가지 성공 요인만을 간추려서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프로세스에 적용해보려고 합니다.
1. 생수 시장은 미국에서도 당연히 레드오션입니다. 그들은 거대 브랜드들 사이에서 주목받기 위해 기존 브랜드들과 극단적으로 반대되는 콘셉트(=hook)를 내세웠습니다.
기존 생수들이 추구하는 이미지 : 순수함, 깨끗함, 건강함, 생명
리퀴드 데스가 추구하는 이미지 : 펑크, 유머, 지옥, 죽음
2. 완전히 새로운 콘셉트로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뒤에는 브랜드(혹은 창업자)가 가진 문제의식을 드러냈습니다. 리퀴드 데스는 무분별한 플라스틱 사용, 맥주나 에너지 드링크를 멀리하는 건강한 삶에 대해 말했습니다. 사업을 통해 사람들에게 진정으로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었던 겁니다.
이런 독특한 아이디어는 고객에게 먹힌다는 사실을 스스로 증명하지 않으면 시작하기가 어렵습니다. 누군가가 투자자 앞에서 이 사업 아이디어를 설명했다고 생각해 보세요. 반응이 어땠을까요?
“캔에다가 악마 같은 그림을 넣어서 록밴드가 먹기 창피하지 않은 물을 만들려고 합니다. 강렬한 이미지 때문에 물을 숨어서 마시는 록밴드 구성원(=고객)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거죠. 멋지지 않나요?”
당연히 투자를 받기는 어려울 겁니다.
리퀴드 데스는 최소한의 비용으로 이 콘셉트를 검증해 보기로 합니다. 악마의 이미지가 담긴 캔을 렌더링 이미지로 만들고, 주변 지인들을 섭외해 광고 영상을 하나 촬영합니다. 아직 만들지도 않은 제품을 광고하는 영상을 만든 겁니다.
그 영상이 조회수 300만을 기록하며 화제가 됩니다. 대형 편의점 체인으로부터 입점 문의도 받게 됩니다. 본격적인 사업이 시작되는 순간이었죠.
이제 작은 기업들은 단순 제품뿐 아니라 그 제품이 가진 의미(브랜드의 문제의식)를 함께 팔 수 있어야 합니다. 적은 비용으로 트래픽을 끌고 올 수 있는 새로운 콘셉트가 있다면 경쟁에서 한발 앞서나갈 수 있죠.
애초에 이런 요소들을 갖춘 사업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는 프로세스를 정리해 봤습니다.
1. 내가 이 사업을 통해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정리해 보세요. (=문제의식, WHY)
2. 기존 플레이어들이 당연하게 하고 있는 것들에 대해 나열해 보세요.
3. 그것들과 정반대에 있는 것들을 나열해 보세요.
4. 그중 내 문제의식을 담을 수 있는 것들을 모아 콘셉트를 기획해 보세요. (HOOK)
5. 그 콘셉트가 적용된 제품을 고객들에게 최소한의 비용으로 선보이세요. (시장 검증)
6. 고객들이 반응한다면 그걸 사업으로 발전시키세요.
고객에 대해 깊게 이해하는 것은 여전히 중요합니다. 그리고 이제는 창업자 본인에 대한 이해 역시 중요해졌습니다. 그저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는 솔루션을 만드는 기업은 더 큰 자본을 가진 기업들에 의해 쉽게 대체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신만의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고객과 유대감을 쌓아가는 브랜드는 쉽게 대체되지 않죠.
메시지가 있어야 예산이 적은 초기에도 고객과 지속가능한 방식(=진정성이 담긴 콘텐츠)으로 소통하며 마케팅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창의적인 마케팅 전략도 모두 여기에서 뻗어 나옵니다.
애초에 사업을 기획하는 과정에서부터 이런 여정에 도움이 될 요소들을 함께 고려할 수 있다면 성공 가능성은 더 높아질 겁니다.
만약 이미 사업을 하고 있는데 마케팅 아이디어가 잘 떠오르지 않는다면 이런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던져보세요.
우리가 이 제품을 만드는 이유는 뭘까?
우리 브랜드가 사람들에게 진정으로 하고 싶은 말은 뭐지?
여기에 답이 명확하게 정리되어 있지 않으면 소모적인 광고에 의지하게 됩니다. 우리의 마케팅을 고객이 소음으로 여기지 않을 수 있도록, 우리 팀의 문제의식과 콘셉트를 다시 한번 다듬어보면 어떨까요?
박상훈 (플랜브로) 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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