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온라인으로 가구를 판매하는 서비스를 시작한 기업이 있습니다. 그들은 사업 초기 한 가지 마케팅 전략 아래 어떤 투자도 받지 않고 연 매출 6,000억을 만들어냅니다. 전략은 생각보다 간단했습니다.
1. 하나의 카테고리를 골라 그 카테고리 전용 웹사이트를 만듭니다.
2. 웹사이트의 도메인 이름에 그 카테고리 키워드를 넣습니다. (예: cookware.com)
3. 그 웹사이트에서는 오직 그 카테고리 제품만을 취급합니다.
4. 자연스럽게 그 카테고리를 찾는 고객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집니다.
5. 모든 걸 다 파는 가구 사이트에서 주지 못할 구체적인 제안, 경험을 고객에게 줍니다.
6. SEO의 이점(=상위 노출) + 수준 높은 제안으로 그 카테고리에서 1등이 됩니다.
7. 이 방식을 복제해 또 다른 카테고리로 진출합니다.
도메인 주소 자체에 카테고리 이름이 들어가니 그 검색어를 입력하는 고객에게 상단에 노출됩니다. (당시의 구글에서는 쉽게 가능했다고 합니다.) 한 카테고리 내에서 아주 구체적인 니즈가 있는 고객(예: 주방 기구 중에서도 부피가 큰 식재료를 요리할 때 쓸 냄비가 필요한 사람)에게까지 만족스러운 제안을 하는 수준이 되니 전환율은 점점 높아집니다.
그들은 계속해서 웹사이트를 늘려가면서 200개까지 카테고리를 확장해 6,000억이 넘는 매출을 만들어 냅니다. 미국 가구 업계의 아마존이라고 불리는 웨이페어(Wayfair)의 초기 이야기입니다. (*지금은 하나의 통합 웹사이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취급하는 제품의 양이 아니라 세분화된 고객군에 맞춰 깊이 있게 제안하는 능력이 중요하다는 걸 보여주는 좋은 예라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은 이들의 초기 전략을 작은 기업이 적용해 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평소 랜딩페이지 전환율이 잘 안 나와 고민이 되셨다면, 이번 글을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려보실 수 있을 겁니다. 그럼 시작해 볼까요?
웨이페어(Wayfair)처럼 취급하는 제품이 여러 종류일 때만 페이지를 쪼개는 전략이 유효한 건 아닙니다. 하나의 제품도 어떤 고객이 쓰느냐에 따라 그 쓰임새와 중요도가 달라질 수 있으니까요. 우리의 궁극적인 목적은 우리 제품이 여러 고객군에게 ‘충분히 돈을 내고 쓸 가치가 있는 제품’임을 설득시키는 겁니다. 각각의 고객군에게 맞는 세분화된 랜딩페이지를 통해서요.
클릭업(ClickUp)은 일에 필요한 다양한 기능을 올인원으로 사용할 수 있는 협업 툴을 제공합니다. 이 제품을 사용하면 고객은 슬랙, 노션, 구글 드라이브 등 기능별로 나눠져 있던 서비스를 하나로 대체할 수 있게 되죠. (=핵심 가치 제안)
클릭업은 이 툴을 사용하게 될 고객을 직무(PM, 마케터, 인사관리, 개발 등) 그룹으로 나눕니다. 이후 각각의 고객군에게 맞는 메시지가 담긴 세분화된 랜딩페이지를 제작하죠. 같은 제품이라도 고객마다 중요하게 느낄 포인트가 다르기 때문에 이를 랜딩페이지 메시지에도 맞춤으로 적용해 전환율을 극대화하는 겁니다.
다양한 프로젝트를 효율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PM 팀에게는 ‘올인원(=효율성)’을 강조합니다.
광고 효율, 시장의 흐름에 따라 빠르게 움직여야 하는 마케팅 팀에게는 ‘유연성’을 강조합니다.
지속적인 관리가 중요한 HR팀에게는 쉬운 시스템 구축을 돕겠다고 말합니다.
단순히 첫 헤드라인과 이미지만 변경하는 것이 아닙니다. 하나의 랜딩페이지 안에는 오직 하나의 고객군만을 위한 이야기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그 고객군에게 맞는 장점을 제안하고, 그 고객군들이 인정할 만한 사회적 증거를 내세우며, 그들에게 필요한 템플릿까지 전부 커스텀해 제공합니다.
PM 팀에게는 1) 우선순위를 놓치지 않을 수 있으며, 2) 소통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고, 3) 그래서 결국 프로젝트의 목표 달성을 더 빠르게 끌어낼 수 있다고 말합니다.
마케팅 팀에게는 1) 빛의 속도로 캠페인과 콘텐츠 기획을 해낼 수 있고, 2) 중장기 목표와 단기 목표를 둘 다 관리할 수 있으며, 3) 하나의 마케팅 팀으로 움직이며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인사관리 팀에게는 1) 채용 채널 관리가 더 쉬워지고, 2) 신입사원의 온보딩 경험이 개선될 수 있으며, 3) 직원별 성과 관리 등을 지속적으로 해낼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런 구체적인 제안은 고객들이 이 제품을 ‘나에게 꼭 필요한 제품’처럼 느끼게 만드는 데 도움을 줍니다. 만약 모든 고객에게 이 제품을 ‘채팅, 문서 작업, 파일 공유가 다 되는 툴입니다’라고 소개했다면 어떨까요? 대부분의 고객들이 ‘그래서요? 그게 나한테 뭐가 좋은데요?’라고 되묻지 않았을까요?
사람은 누구나 나에 대해 더 잘 이해하고 있는 기업의 제안에 귀를 기울입니다. 고객 입장에서 이 제품이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할 줄 아는 기업의 말에는 더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죠. 각 랜딩페이지로 연결시킬 마케팅 메시지에도 일관되게 ‘구체성’을 적용한다면 구매 전환율은 2배 이상 높아질 겁니다.
규모가 작은 초기 기업도 이 전략을 적용해 볼 수 있습니다. 아직 넓은 타깃을 모두 만족시키기 어려운 상황이거나, 우리와 가장 핏이 맞는 고객군을 찾는 중이라면 하나의 세부 고객군에만 집중해 랜딩페이지를 고도화해 보세요.
기준의 예)
인구통계 : 연령, 성별, 사는 지역, 결혼 유무 등
직무 : 마케팅, 인사, 세일즈 등
조직 구조 : 에이전시, 스타트업, 글로벌 기업 등
업종 : 음식점, 숙박업, 영화관 등
목표 : 각 고객의 개인적 목표, 직업적 목표, 성취하고자 하는 이상
고통 : 단계별 상황에 따라 겪게 되는 문제
1. 헤드라인 : 강력한 한 문장으로 그 고객 그룹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결과를 약속합니다.
2. 시각화 : 제품을 사용하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는 이미지, 영상 등을 함께 배치합니다.
3. 사회적 증거 : 해당 고객 그룹이 신뢰를 느낄만한 증거(리뷰, 협력사, 수상 경력 등)를 제시합니다.
4. 추가 자료 : 템플릿, 사용 설명서, 함께 사용하기 좋은 연계 제품 등을 각각 커스텀해 제시합니다.
5. CTA : 그 고객 그룹이 눌렀을 때 얻을 수 있는 혜택을 버튼 카피에 적용합니다.
이렇게 하나의 고객 그룹을 위한 랜딩페이지를 통해 목적(=전환)을 달성한 후에는 실제 우리가 그들을 만족시킬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가 가장 잘 아는 소규모의 고객을 찾아 작은 성공을 경험하면, 이후의 방향성은 충분히 내부에서 정할 수 있게 됩니다.
특정 고객 그룹을 위한 랜딩페이지를 따로 만드는 일이 어렵게 느껴지신다면 ‘콘텐츠’가 랜딩페이지의 역할을 대신하게 할 수 있습니다. ‘상세페이지’를 만들어 형태가 있는 상품을 판매하는 스몰브랜드 역시 매번 상세페이지를 바꾸기가 부담스럽다면 콘텐츠를 통해 마케팅 메시지를 세분화할 수 있죠.
가구 브랜드 ‘일룸’은 매거진을 통해 상세페이지 이상의 정보를 고객에게 제공하며 다양한 타깃 고객군에게 각기 다른 제품의 매력을 어필합니다. 글과 이미지를 통해 ‘특정 고객의 관심사와 더 가까운 이야기’로 그들을 끌어당긴 뒤 제품까지 연결시키는 방식입니다.
자사몰에서 운영하는 것이 어렵다면 블로그나 브런치, 인스타그램 등을 활용해서도 얼마든지 세분화된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습니다.
콘텐츠를 통해 자신의 주된 관심사와 관련된 이야기를 접한 뒤 제품 상세페이지를 마주하는 고객
이런 과정 없이 곧바로 제품을 소개하는 상세페이지부터 보는 고객
같은 내용을 읽어도 이 두 고객이 제품에 대해 가지게 되는 감정과 생각은 전혀 다르게 펼쳐질 겁니다.
박상훈 (플랜브로) 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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