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호님이 영국 체류 중 블로그에 게재한 글을 모비인사이드에서 편집, 정리해 소개합니다
김기태(TED) (링크드인, 페이스북), 제가 그를 처음 알게 된 것은 2016년 가을 즈음입니다. 페이스북을 통해 알게 된 한 동생이 그의 글을 소개해준 것이 계기였습니다. 이후 저는 그가 맨체스터를 방문했을 때 함께 식사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그는 영국인들과 함께 스타트업을 준비 중이었습니다.
한국인끼리 해도 어려운 창업을 타국에서!
외국인과! 진행한다니!
하지만 과거 행적을 대략 들어보니 그의 시도를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 2017년 5월 그는 티(Tea) 서브스크립션(Subscription) 스타트업, “다이버시티(DiversiTea)”를 창업합니다. 그는 다이버시티를 이렇게 소개했습니다.
“다이버시티는 매월 네 종류의 다른 차(茶)를 계절과 테마에 따라 큐레이션해서 고객에게 소개하는 스타트업입니다. 차는 모두 시중에서 구하기 쉽지 않은 상급의 차들로 구성이 됩니다.”
그가 영국에서 스타트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 어려움 등에 대해서 이야기 나눴다.
사실 이 아이디어를 처음 생각했던 것은 2015년 11월이었어요. 당시 저는 쉐필드 스타트업 위캔드(Weekend)라는 해커톤 성격의 행사에 참여했죠. 3일(금-일)간 사람들끼리 아이디어를 모아서 일요일 저녁에 그 아이디어를 최소기능제품(Minimum Viable Product)과 함께 발표하는 행사에요. 당시 저의 팀은 냉차(Iced Tea) 스타트업을 제안했었어요.
영국에서는 슈퍼에서 살 수 있는 시원한 음료가 탄산음료와 몇몇 착즙 주스 외에는 마땅한 대안이 없는 상황이었거든요. 그런데 막상 시장조사를 하다 보니 영국에서는 립톤(Lipton) 브랜드 = 냉차라는 인식이 강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참고로 립톤이 100년이 넘은 영국 브랜드입니다.
영국은 꽤 보수적인 시장인지라 기존의 냉차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을 변화시키기 어렵다고 판단했고 제 팀은 일요일 아침에 피벗팅(Pivoting)을 해버리고 말았어요. 당일 아이디어 발표를 할 때 우리가 했던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요.
"We were an Iced tea company 2 days ago, now we are an IT company."
(이틀 전에 저흰 티(Tea)를 팔았죠. 하지만 오늘 저흰 IT를 팔러 나왔습니다.)
그런데 발표 이후에도 저는 계속 차 스타트업에 대한 미련이 남았어요. 그때 즈음 셰필드 대학교 창업 소사이어티(Sheffield Entrepreneurs Society)에서 임원으로 일하면서 창업 비자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리고 저는 창업을 결심하게 되었죠.
준비하는 과정이 꽤 힘들었죠. 3000자에 달하는 지원 서류를 작성하는 것도 힘들었지만, 그사이 집에 도둑이 두 번이나 들었거든요. 무엇보다 힘들었던 것은 아이디어의 검증 과정이었어요. 고려하지 않은 부분(수익성, 식품 위생조건 등)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비즈니스 모델을 계속 고쳐나갔죠.
그래서 만든 아이디어가 “다양성을 전면에 내세운 작은 카페, 다이버시티(Divesitea: Diversity + Tea)였어요. 이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저는 창업 비자를 받고 1년 영국에서 더 머물게 됩니다.
당시 창업 팀은 한국인 2명, 영국인 2명으로 구성되었는데, 다들 개인적 사정으로 쉽게 진행이 되지 않았어요. 결국 당시 프리랜서 웹 개발자로 일하고 있었던 영국인, 제임스(James)와 둘이서 다시 팀을 꾸렸죠. 제임스는 과거에 서브스크립션 커머스(Subscription Commerce)를 준비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서브스크립션 커머스로서의 피벗팅을 제안했고 제 차에 대한 집착 + 제임스의 서브스크립션이 뭉쳐져서 지금의 다이버시티가 탄생했어요.
2017년 2월에 팀을 재정비했고 3월부터 5월까지는 시스템 구축과 시장조사를 병행했어요. 동시에 제품 디자인도 했죠. 이러한 노력 끝에 저희는 5월에 공식 오픈을 하게 되었습니다.
제임스와의 커뮤니케이션이 가장 힘들었어요. 역할(개발자 - 기획자)에서 오는 생각의 차이부터, 언어에서 오는 뉘앙스 차이, 두괄식 vs 미괄식의 차이까지 갈등이 자주 발생할 수밖에 없었죠. 저희는 그래서 될 수 있으면 대화는 메세징 앱(예: 카카오톡)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하게 되었습니다. 앱에 작성하면서 어느 정도 커뮤니케이션이 정제되는 효과가 있더라고요.
그래도 대화가 풀리지 않으면 전화를 합니다. 그래도 해결이 안 되면, 서로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잠깐 가진 후 대화를 지속해요. 그래도 안 되면? 해당 문제의 영역이 개발과 기획 중 어느 곳에 걸쳐있는지 재확인하고 개발이면 제임스의 의견에, 기획이면 제 의견을 무조건 존중하기로 상호 간에 약속을 했습니다.
법대를 들어갈 때까지만 해도 (로스쿨 - MBA - IB)의 진로를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리고 법대를 들어올 때는 장학금도 받았고 시작은 꽤 좋았죠. 그런데 첫 학기 첫 과목인 “헌법”을 Fail 했어요. 낙제한 거죠. 생각해 둔 진로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어요. 석사를 가기 위해서는 학점이 꽤 중요했거든요.
결국, 전 기존의 목표 대신 “경험이라도 최대한 해보자”라는 목표를 세우게 됩니다. 그러던 중 영국 유학생은 한국에서 공부하는 학생 대비 대외활동을 하기 쉽지 않다는 점을 발견하게 되었죠. 그래서 친구들과 “그.바.영(그대가 바라는 영국)”이라고 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어요.
이 프로젝트를 통해 제 삶은 눈에 띄게 바뀌게 되었어요. 무엇보다 영국과 한국에 있는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죠. 후에 제가 독일로 교환학생을 다녀오면서 제 네트워크는 유럽까지 확장되었어요. 스위스와 독일에서 진행된 스타트업 행사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었죠.
그.바.영은 하나의 프로젝트였어요. 영국 유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모여서 스스로를 홍보하자는 컨셉이였죠. 저는 함께 운영하는 친구들에게 세 개의 이니셔티브(To, From, In the UK)를 제시했었어요. 예를 들어, To The UK는 영국에 오는 학생들을 위한 이니셔티브로 저희는 한인 유학생들과 함께 학과별 유학 박람회를 진행했었어요. 대략 150여 명이 참석했죠.
In The UK의 경우, 저희는 영국 학생들을 대상으로 동기부여 강연회인 'HIM(Healing, Inspiration, Motivation)' 컨퍼런스를 열었어요. 총 2회를 진행했고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고 계신 분들을 연사로 모셨어요. 대략 아래와 같은 분들을 섭외했었습니다.
프레이저 도허티(Fraser Doherty) (슈퍼잼 창업자), 필립 툴바(Phillip Tulba) (사회적 기업가), 김민형 교수(옥스퍼드대 수학과), 전성민 헤드헌터, 정주용 칼럼니스트, 이성모 기자, 시드니 (뷰티 유튜버), 이승윤 (바이라인 창업자) 등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져주었어요. 네이버 메인으로 저희 이야기가 뜨기도 했고, 페이스북에서도 많은 사람이 관심을 보였죠. 한편 이 프로젝트가 자생적으로 운영되도록 시스템을 구축하는데도 많은 신경을 썼어요. 약 2년 반의 시간동안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영국은 창업을 하나의 라이프 스타일로 인식하고 있어요. 하나의 커리어로서 “나는 성공한 스타트업을 만들거야”라는 어떠한 목표를 이루는 것보다, 본인이 무엇을 시작하고 진행한다라는 행위 자체에 의의를 두는 사람들이 많은 것같아요. 그래서 이전의 업종과 상관없이 연쇄적으로 창업하는 경우도 자주 봐요.
사람들이 외국은 실패에 대해서 관대하다고 하지만 꼭 그렇지는 않아요. 실패에 대해서 매우 냉정하게 평가를 합니다. 그리고 다시 창업하려는 이들에게 “왜 다시 창업하려 하는가”에 대한 명확한 이유를 요구합니다. 창업을 단순히 경력으로 남기려는 소위 “꾼”보다는 진정한 창업가를 찾으려는 거죠.
영국 정부도 직접적인 펀딩보다는 창업 생태계를 키우기 위해 노력해요. 그리고 기존의 창업 경험이 있는 선배들과 멘토들은 처음 창업하는 이들이 생태계에 들어와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네트워킹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에 더 집중을 하는 것 같아요.
강한 성취감을 느끼고 싶어요. 처음에 창업할 생각은 없었어요. 그런데 스타트업 행사를 다니면서 창업자들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발표하는 모습을 보면서 생각이 조금씩 바뀌게 되었어요. 그들은 언제 다가올지 모르는 실패의 앞에 서서 아낌없이 자신의 열정을 사람들 앞에서 발산하고 있었어요.
그때 나도 저런 열정, 성취감을 느끼고 싶다는 생각이 처음 들었어요. 메슬로(Maslow)의 욕구 단계에서 가장 높은 단계에 있는 “자기실현”의 욕구가 아마 그런 게 아닐까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저도 다이버시티를 만들게 되었고 이제는 조금씩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저에게도 창업이 하나의 라이프스타일이 되어가는 것 같아요. 저에게도 창업이 하나의 라이프스타일이 되어가는 것 같아요.
와튼 스쿨의 애덤 그랜트(Adam Grant) 교수는 “오리지널스(Originals)”에서 창의력을 발휘하기 전에 앞서 동료들로부터 인정을 받으라고 조언한 바 있습니다. 김기태 대표의 링크드인에 동료들이 남겨준 추천사를 보니 오늘 인터뷰에서 보여준 그의 삶에 더욱 신뢰가 가게 되었습니다. 그가 앞으로 그려나가는 라이프스타일이 그의 삶에 어떻게 성취감을 줄수 있을지 기대가 됩니다.
"Ted is a brilliant ‘people person’, capable of orchestrating teams of people and coordinating them towards a common goal in a strategic manner. He always gives 110% effort to any task, and puts a lot of passion and determination into achieving the best outcome. Ted was a pleasure to work with on every project we have coordinated together, and I would recommend him to any business or employer."
"테드는 공통의 목표를 위해 팀원들의 협력을 이끌어내고 중재하는데 탁월한 친구이다. 그는 항상 최고의 결과를 위해 110% 이상 노력과 열정을 쏟아 붓는다. 그와 함께 일한 것은 즐거운 경험이었고 나는 다른 회사나 프로젝트에 그를 기꺼이 추천할 용의가 있다."
[이봉호의 영국 스타트업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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