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모비인사이드 심상용 에디터
재팬부트캠프에서는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일본의 한국인(Korean meetup)’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일본 각계 각층에서 근무하고 있는 한인들이 모여 정보를 공유하고 네트워크를 쌓는다. 스타트업들은 한인 네트워크를 통해 비즈니스 파트너를 모색하거나 인재 채용 등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올해 3회를 맞이한 ‘일본의 한국인’ 행사에는 약 140여 명이 참여했고, 일본에서 오랫동안 생활하고 있는 업계 종사자 4명(야후재팬 우나리 부장, Referme 조희준 대표, MJS Fiance & Technology 최창환 이사, IRIS 한애리 엔지니어)이 스피커로 참석해 일본 비즈니스 문화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Referme 조희준 대표는 지난 20년 동안 일본 금융시장에서 근무하다가 최근 인재추천 플랫폼 ‘원티드'의 일본 자회사 ‘Referme’의 대표로 취임했다. 그는 일본의 문화적 특성 때문에 보다 현실적인 비즈니스 전략으로 시장에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예전에 한국 기업과 일본 투자자를 연결해주기도 했는데, 그 중에 지금까지 성공적인 비즈니스를 하는 기업은 하나도 없습니다. 두 나라의 다른 비즈니스 문화가 이런 현상을 만드는 것 같은데요. 한국 기업의 경우 과도하게 비즈니스를 진행하는 반면, 일본 기업은 매우 현실적이죠. 다른 문화를 가진 두 기업이 지향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에 비즈니스가 결렬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좀 더 현실적인 방식으로 일본 기업과 이야기를 나눈다면 좋은 기회가 찾아 올 것 같네요."
MJS Fiance & Technology 최창환 이사는 이전에 근무하던 회사가 일본진출을 준비하게 되면서 일본으로 넘어왔다. 일본에 대해 아는 것이 하나도 없었지만, 맨땅에 헤딩하듯이 시작해 추후에는 일본 법인 대표로 활동하기도 했다. 그는 한국과 일본 비즈니스 문화에 대해 ‘효과’와 ‘효율’의 차이라고 설명했다.
“처음 일본 시장에 진출해서 자리 잡기까지 약 2년의 시간이 걸린 것 같습니다. 일본에서 결과를 얻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근본적으로 한국과 일본 사람들이 사고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효과를 중요시 하지만, 일본은 효율을 내세우는 편이죠. 효율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계속 테스트하고 운영해봐야하기 때문에 오랜 시간이 필요로 합니다. 일본 진출을 생각한다면 그들 페이스에 맞추는 것이 중요한데요. 한국에서 하던 방식을 현지 상황에 맞춰 커스터마이징 한다고 생각하지 말고, 새로 처음부터 시작한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한애리 엔지니어는 9년 동안 일본에서 생활하고 있다. 이전 파이브락스의 일본 진출을 돕기도 했는데, 그 과정을 함께 진행하면서 한국 스타트업이 일본에 정착하기 매우 힘들다는 것을 몸소 느꼈다고 한다. 그녀는 문서 작성부터 회의 준비까지 한국과 일본은 큰 차이를 가지고 있다고 이야기 했다.
“한국에서 준비한 발표 자료를 보면 한 페이지에 한 문장이 전부죠. 일본 영업은 그렇게 준비하면 안됩니다. 한 페이지에 많은 양의 정보를 적어야 합니다. 미팅 이후 발표자료가 윗선으로 보고되는데, 자료 내의 내용을 읽고 검토하는 경우가 많죠. 미팅할 때마다 참여하는 인원수에 맞게 인쇄본을 준비하는 것도 기본입니다. 일본 오피스가 없던 시절, 주위 편의점을 돌아다니면서 자료를 인쇄했던 기억이 있네요.(웃음)"
한국 기업은 일본시장 진출을 위해 현지 VC 또는 투자자를 찾거나, 협력 파트너를 물색한다. 조희준 대표와 최창환 CTO는 이에 대해서 일본은 VC 뿐만 아니라 기업의 스타트업 투자 또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이를 적극 활용하는 것도 유용한 방법이라고 이야기했다.
<조희준 대표>
"일본에 펀딩 구조는 한국과 조금 다른 부분이 있습니다. 사업 법인 자체가 VC 역할을 하며 많은 투자를 하고 있죠. 어떤 방식이든지 사전 커넥션이 필요하겠지만, 일본 진출 시 VC만 공략하기 보다 비즈니스적으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법인회사도 검토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최창환 이사>
“일본 대기업의 경우 단순히 자금만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향후 사업에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는지 판단합니다. 일본 기업이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투자하는지 실펴보고 접근하거나, 함께 일하고 싶은 회사와 협력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이야기 나누면서 투자를 유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추가적으로 한애리 엔지니어는 일본 조직문화에 대해 탑다운 방식으로 진행된다며 의사결정권자를 내 편으로 만드는게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이야기 했다.
<한애리 엔지니어>
“일본 내 비즈니스를 빨리 진행하기 위해서는 최종 의사결정권자가 우리 회사에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있느냐가 중요합니다. 의사결정이 탑다운 방식이기 떄문이죠. 만약, 최종 의사결정권자가 우리 서비스에 관심이 없다면 해당 기업 최대 주주와 친분을 쌓는 것도 비즈니스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일본에는 ‘ おとなのじじょう(오토나노 지죠)’라는 말이 있는데요. 이해관계자 끼리 서로 도와주는 것을 뜻하죠. 즉, 의사결정라인을 찾아서 우리 편으로 확보하는게 일본 비즈니스의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세사람은 일본 시장진출을 준비하고 있는 스타트업에게 현실적인 조언을 해주었는데, 특히 최창환 이사는 '일본 업체를 만나면 반드시 듣는 질문 5개가 있다'며 이는 필수적으로 준비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일본 기업은 비즈니스를 진행함에 있어서 여러분이 생각하고 있는 것보다 10배 이상 디테일합니다. 일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반드시 물어보는 질문이 있더군요. 그 중에 5가지를 추려봤습니다.
1) 실적은 어떻게 됩니까?
2) 해당 서비스(또는 제품)의 이점과 강점은 무엇입니까?
3) 다른 제품과 비교한 자료는 있습니까?
4) 일본 메뉴얼은 준비가 되어 있습니까?
5) 향후 일본 내 법인 설립 등 서비스(또는 제품) 서포트는 준비되어 있습니까?
일본 시장진출을 준비하고 있다면 무엇보다도 위 5개 질문에 대한 답변을 철저히 준비해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