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모비인사이드 정예지 에디터
'운전은 가족한테 배우면 안된다.', '동생 과외하다 성격 배렸다.' 등등 가족간의 호러 스토리가 많이 있다. 가족이 웬수다...라는 말이 괜히 있는게 아닌 것 같은데 하물며 사업은 어련할까?
헌데 한 사무실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고 각각의 스타트업을 꾸려가는 형제가 있다. 오히려 바로 옆에서 서로가 어떻게 스타트업을 운영하는지 볼 수 있고, 날 선 비판을 들을 수 있어 좋다고 한다. 어떻게 두 형제가 스타트업 세계에 뛰어들게 되었는지 알아보기 위해 Omnious(이하 옴니어스)와 AIO&CO(이하 아이오앤코)를 찾았다.
좌: Omnious 전재영 대표 / 우: AIO&CO의 전재훈 대표
전재훈 대표가 운영하는 아이오앤코는 해외 직구 커머스사에게 뷰티제품에 대한 소싱과 물류관련 솔루션을 제공하는 스타트업이다. 현재 100여 가지의 한국 브랜드 제품과 20여가지 해외 뷰티 브랜드 제품 소싱을 담당하고 있는데, 아이오앤코가 해결하고자 하는 것은 다음과 같다.
해외 커머스의 바잉 MD가 일일이 입맛에 맞는 브랜드와 제품을 찾기도, 최저가로 소량 발주의 소싱을 해결하기도 쉽지 않다. 아이오앤코에서는 여러 MD들의 요청을 모아 대량으로 구입하기에 각 브랜드 제조사의 MOQ(최소주문물량)를 만족시킬 수 있다. 브랜드사에서도 다양한 해외 고객사의 오더를 아이오앤코를 통해 한번에 받을 수 있으니 윈윈이 되는 구조이다. 최근 아이오앤코는 AFSmall.com 서비스를 오픈하여 다양한 국가의 커머스 바잉 MD 네트워크를 확보하고 뷰티 상품 자동화 데이터 공유 서비스를 오픈했다.
전재훈 대표(아이오앤코): "방글라데시의 고객사 중에 페이스북으로 한국제품을 판매하는 한 리테일 업자가 있어요. 조그만 창고와 상점을 운영하고 있죠. 아이오앤코의 솔루션을 통해 다양한 제품을, 원하는 수량에 맞춰 받을 수 있죠. 저희의 일을 단순히 보면 그저 유통업이겠지만 누군가에게는 꼭 필요한 일입니다. 아이오앤코가 경쟁력을 가지면 그 사람들도 경쟁력이 생기게 되는 것이죠."
내년이면 사업 3년차가 되는 아이오앤코는 한국, 중국, 홍콩에 지사와 창고가 있으며 현재까지 55개국, 600개 커머스 고객사에 100여 가지의 브랜드를 소싱하며 성장하고 있는데, 사실 아이오앤코는 전재훈 대표의 두번째 창업이다.
전재훈 대표(아이오앤코): "20대 초반에 첫 창업을 했습니다. 그 땐, 중국 소비재를 일본과 동남아에 수출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일본에 창고를 두고, 라스트마일 배송을 준비하고 있었는데요.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났죠. 원전사고도 나면서 몇년동안 준비하던 것들이 헛수고로 돌아갔어요. 그 당시 분위기가 어땠냐면, 모두 유서를 써두었고 허무함에 휩싸여 있었죠. 그런 혼란한 시기를 겪으면서 단방향은 리스크가 크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다시 마음을 잡고 다시 시작한 것이 아이오앤코입니다. 하지만 다시 단뱡향 때문에 문제에 직면하게 됐어요. 한국 제품을 중국으로 유통했었는데 사드문제가 터졌죠. 하지만 일본때와 달라진 점은 좀 더 유연하게 견딜 수 있는 정신력이 생겼고, 준비를 해둔 것이 있어 팀원들과 바로 방향을 바꾸어 동남아 등 한국 뷰티제품을 판매할 시장을 찾는데 집중했습니다. 운이 좋게 방글라데시, 말레이시아, 태국, 싱가폴 등 15개 국가의 고객사들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위기가 기회가 된 셈이죠."
전재훈 대표는 동생 전재영 대표보다 먼저 창업의 길을 걸었다. 그만큼 자연재해나 정치적 관계 등 예상치 못한 많은 외부 요소들이 사업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을 알고 있다. 7년간 많은 고비를 넘기며 스타트업을 운영하고 있는데, 동생이 스타트업 창업에 대해 조언을 구할 때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전재훈 대표(아이오앤코): "망해도 빨리 망하는 게 낫다고 생각하거든요. 다시 도전하면 되니까요. 게다가 망하더라도 배우는 것이 많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창업을 말리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걱정은 됐죠. 동생이나 창업 팀원들이 대학원에서 공부하던 학생들이라 창업에 대한 경험이 모두 없는 상태였어요. 그래서 비즈니스 적으로 잔소리를 많이 하긴 했지요."
이렇게 동생도 창업을 하게되어 이제는 전재영 대표가 됐다. 그가 운영하는 옴니어스란 스타트업은 패션과 AI를 합친 스타트업으로, 이미지 인식 AI를 개발하고 있다. 대학원에서 공부를 하다 패션시장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창업을 하게 되었다는데 그의 창업 스토리를 들어 보았다.
전재영 대표(옴니어스): "대학원에서 뇌공학을 연구했습니다. 거기서 인공지능에 입문하게 되었고 딥러닝에 대한 기회를 보았습니다. 어릴 때부터 패션을 좋아하기도 했지요. 매장에 없는 물건도 수소문해서 사곤 했습니다. 근데 요즘은 소비 패턴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구글에 치면 바로 상품이 나오죠. 하지만 자세히 패션 이미지를 보면 커머스 사이트나, 구글에서 이미지가 중구난방으로 펼쳐져 있는 걸 볼 수 있어요. 유독 패션은 검색해서 찾는게 여전히 어렵습니다."
"AI는 사람들이 하던 일을 풀어내기 시작했습니다. 사람수준으로 물체를 인식할 수 있죠. 생수병을 검색할 때 생수 브랜드를 치거나 생수라고 검색하면 검색 결과가 잘 뜨죠. 하지만 패션은 잘 안되더라구요. 태그가 많기 때문입니다. 패션은 핏, 색상, 디테일, 패턴, 소재, 사이즈를 다양하게 고려합니다. 그런 정보를 상품에 다 입력하지 않으면 사람들이 검색해서 찾기가 어려워 지는 것이죠. 이커머스에서는 그 작업을 AMD나 셀러에게 맡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패션 이미지에 정보를 정확하게 태깅을 하기 위해서 전문성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러한 전문 지식을 갖고 있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사람이 수작업으로 태깅한 정보들이 통일되거나, 정확하지도 않습니다. 패션 이미지 인식 기술을 통해서 카테고리, 검색 키워드, 색상뿐 아니라 프린트, 디자인 디테일, 스타일 같이 상품의 디테일한 특징까지 정확하게 태깅해주는 AI를 만들면 다양한 패션 이미지를 통일되게 관리할 수 있고 태깅과 검색의 비효율적인 프로세스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또한 이커머스가 모바일에 최적화될수록 검색 효율을 위해 정확하고 풍부한 태그를 구매자에게 제공하는 것이 매출 상승에 중요합니다. 또한 이커머스 업체에서 이미지 태깅 AI 도구를 통해 운영 비용을 줄일 수 있고, 검색 필터도 사용자 니즈에 맞게 다양하게 제공가능합니다. 고도화된 패션 개인화 추천을 위한 데이터 확보에도 중요한 정보로 활용이 됩니다. 게다가 인공지능과 IoT생태계가 성장할수록 음성이나 이미지 검색 쿼리와 같은 비정형 데이터가 많아질 텐데, 그러한 검색 쿼리에 잘 대응하기 위해선 이미지 태깅 기술이 매우 중요합니다"
"옴니어스는 해당 프로세스에 해답을 제시하며 패션 이커머스를 비롯한 버티컬 산업의 성장에 도움이 되고자 합니다. 알리바바가 지난 광군절 때 하루 약 28 조의 매출을 올렸을 때도 방대한 양의 업무처리를 단시간에 하기 위해 인공지능으로 광고를 생성하고, CS 하고, 잘 팔릴 것 같은 제품을 찾아 셀러에게 알려서 생산량을 조절하게 했습니다. 인공지능이 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옴니어스도 그런 관점에서 고객에게 효율적으로 스케일업할 수 있게끔 AI 도구들을 개발할 것입니다."
"그 문제를 잘 풀 수 있는 기술을 연구하고 싶었어요. 근데 대학원 연구실에 데이터가 있는 것도 아니였고, 이 기술로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답이 창업밖에 없더라구요. 창업 후, 옴니어스는 2년간 패션 이미지 데이터를 쌓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패션 이미지 인식을 가장 잘 할 수 있는 스타트업이라는 자신이 점점 들어요."
스타트업을 시작한지 어언 2년이 지난 지금, 사업에 자신감이 붙기 시작했다고 하지만 전재영 대표가 처음부터 창업에 관심있었던 것은 아니다. 창업에 대한 확신이 많이 부족하여 형인 전재훈 대표을 비롯하여 많은 창업자에게 조언을 구했다.
전재영 대표(옴니어스): "사실 처음에는 창업에 대한 확신이 없었습니다. 많은 사람들 중에 '왜 내가' 창업을 해야하는지부터 고민해야 했습니다. 예행연습을 해보자고 생각했고, 학교에서 시행하는 창업 프로젝트에 참가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기지가 발현되었는지 우승을 하게 되었네요. 결국 같은 학교 학생들과 창업하게 됐습니다."
"형을 포함해 많은 창업자들을 찾아가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성공한 스타트업은 대부분 서비스 스타트업인데요. 기술 기업으로 성공한 사례는 한국에서는 찾기 힘들어 외국 사례도 많이 참고하고, 회사 구조와 문화도 하나하나 벤치마킹해보고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지금껏 스타트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옴니어스의 전재영 대표는 design thinking, agile 개발 방법론을 기반으로 여럿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직원들과 1:1로 대화해보고, 원하는 시스템이 있으면 도입할 수 있는지 적극적으로 알아보고 있다고 한다. 직원들도 무언갈 얻어가는 회사이고 싶다는데, 그렇기에 일주일에 한번은 재택근무 등을 도입해 직원들이 최대의 효율을 낼 수 있도록 보조하고 있다. 반면에 아이오앤코의 전재훈 대표는 아이오앤코를 축구팀에 비교한다.
전재훈 대표(아이오앤코): "스타트업을 스포츠로 말하자면 팀원이 모자란 축구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9명이고 상대는 11명인 거죠. 게다가 상대는 브라질팀이라고 가정하면, 한사람이 1.1배는 해야 빈자리를 메꿀 수 있습니다. 분위기는 수평적으로 될 수있도록 꾸려가지만 업무에 있어서는 수직적으로 관리해요. 저희는 사입, 물류, 유통을 담당하는데 실수가 나면 대형사고가 되죠. 그래서 리더들의 발언권에 힘을 실어줍니다."
각각 전자상거래 스타트업, 기술 기반 스타트업으로 색깔이 완연하게 다르고, 운영 방식도 같지 않다. 하지만 오히려 차이점 때문에 영감과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하는데, 형제끼리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것은 어떨까?
전재영 대표(옴니어스): "가족이니까 피드백을 믿고 받아들일 수 있는 장점이 있어요. 다른 사람들은 이 말을 어떤 의도로 했는지 파악해야할 때가 있죠. 가족이니 서로 사업에 대해 직언을 해주는데 자극이 되고, 가슴이 아플때도 있지만 마인드 컨트롤하고 다시 생각해보면 전재훈 대표님의 말이 맞아요. 게다가 학생일 때부터 형(전재훈 대표)이 사업을 하는 걸 보았습니다. 항상 중국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애기해주었고, 자신은 어떻게 사업을 해내갈 것인지 공유했습니다. 기업가로서 큰 영감을 주었지요."
가족이기에 사업에 대해 서로 애정을 담아 직언해 줄 수 있다는 둘. 그 뿐만 아니라 한 명은 비즈니스 적으로, 한 명은 기술적으로 뛰어나니 모자란 점을 대신 채우고, 서로가 사업의 지향점에 잘 다가갈 있도록 도울 수 있다. 이 둘은 형제 사이를 넘어 사업의 좋은 파트너를 만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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