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렌탈 인수를 위한 최후의 승부수
지난 1월 26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사모펀드(PEF) 운용사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이하 어피니티)의 롯데렌탈 인수에 대해 최종적으로 '불허' 결정을 내렸습니다. 업계 2위인 SK렌터카를 이미 보유한 어피니티가 1위 사업자인 롯데렌탈까지 인수할 경우, 시장의 경쟁이 실질적으로 제한될 수 있다는 것이 핵심 이유였습니다.
많은 언론이 "딜이 무산되었다"라고 보도하고 있지만, 저의 시각은 조금 다릅니다. 이 딜은 단순한 인수합병 시도가 아닙니다. 2015년부터 시작된 어피니티의 11년에 걸친 집요한 '롯데렌탈(구 KT렌탈) 짝사랑'이 그 배경에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어피니티가 공정위 불허 결정 이후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고자 합니다. 즉 이 딜을 왜 포기할 수 없는지, 그리고 공정위의 벽을 넘기 위해 어떤 '포트폴리오 스왑(Portfolio Swap)' 전략을 구사할 것인지 심층 분석해 봅니다.
시계를 2015년으로 되돌려 보겠습니다. 당시 렌터카 시장의 절대 강자였던 'KT렌탈(현 롯데렌탈)'이 M&A 시장에 매물로 나왔습니다. 당시 이 딜은 조 단위의 메가 딜로 시장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습니다.
이때 KT렌탈 인수에 가장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던 곳 중 하나가 바로 어피니티였습니다. 어피니티는 당시 타이어 업체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하거나 독자적인 펀딩을 통해 공격적인 베팅을 준비했습니다. 하지만 승리의 여신은 1조 200억 원이라는 파격적인 금액을 써낸 롯데그룹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그로부터 9년이 지난 2024년, 어피니티는 2위 사업자인 SK렌터카를 인수하며 렌터카 시장에 우회 진입했습니다. 그리고 불과 1년 만에 다시 매물로 나온 롯데렌탈을 인수하겠다고 나섰습니다. 2015년 입찰 경쟁에서 패배했던 아쉬움을 11년 만에 설욕하고, 기어이 업계 1위 타이틀을 거머쥐겠다는 집요한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입니다. 이러한 생각에는 렌터카 비즈니스가 본질 적으로 금융과 유통을 결합한 비즈니스로 PEF 입장에서 안정적으로 투자하기 좋은 사업이기 때문입니다.
대규모 자금을 저리로 조달하여 차량을 대량 구매(Fleet Purchase)합니다. 이 과정에서 제조사(현대차, 기아 등)로부터 받는 할인율이 원가 경쟁력의 핵심으로 롯데렌탈은 업계 1위의 구매력을 바탕으로 가장 높은 할인율을 적용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차량을 3~5년 대여하며 렌탈료를 수취합니다. 단기 렌터카는 가동률(Utilization Rate) 관리가 핵심이며, 장기 렌터카는 우량 고객(법인) 확보가 핵심입니다. 또한 단기 렌터카는 장기 렌터카에서 발생하는 중도반납 차량을 운영하도록하여 반납 리스크를 분산 시킵니다.
렌탈 기간이 끝난 차량을 중고차 시장에 매각합니다. 여기서 발생하는 매각 이익이 전체 영업이익의 30~50%를 차지합니다. 롯데렌탈은 자체 경매장(롯데오토옥션)을 보유하여 매각가를 극대화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으며, 최근 중고차를 해외 수출하며 이익을 극대화 하고 있습니다.
어피니티 입장에서 롯데렌탈은 단순히 '좋은 매물'이 아니라, 10년 넘게 공들여온 하우스의 '숙원 사업'인 셈입니다.
공정위의 이번 불허 결정은 매우 이례적이고 강력했습니다. 통상적인 '조건부 승인(가격 인상 제한 등)'을 넘어 아예 결합 자체를 금지했기 때문입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1) 시장 획정의 쟁점: '카셰어링' 배제와 '단기 렌트' 집중
공정위는 쏘카 등 카셰어링 업체를 동일 시장으로 보지 않고, 전통적인 '단기/장기 렌터카' 시장으로만 좁혀서 판단했습니다.
2) 독점의 공포
제주도 렌터카 시장은 '렌터카 총량제'라는 강력한 행정 규제로 인해 신규 공급이 차단된 시장입니다. 공정위는 이 지역에서 1위(롯데)와 2위(SK)가 결합할 경우, 신규 진입자가 없는 상태에서 가격 통제권이 완벽하게 결합 기업에 귀속될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이는 2024년 기준 제주 지역 합산 점유율이 21.3% 임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경쟁 압력이 '0(Zero)'에 수렴한다는 정성적 판단의 근거가 되었습니다.
3) 사모펀드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규제 당국의 불신
이번 결정의 이면에는 사모펀드(PEF)의 '볼트온(Bolt-on)' 전략에 대한 공정위의 뿌리 깊은 경계심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공정위는 의결서 및 보도자료를 통해 "사모펀드가 단기간에 1·2위 사업자를 연달아 인수한 뒤 고가 매각을 위해 시장 경쟁을 인위적으로 왜곡할 우려가 크다"고 명시했습니다. 특히 PEF 특성상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위해 단기적 수익 극대화에 치중할 것이라는 우려가 깊게 작용했습니다.
즉 이는 향후 PEF가 주도하는 동종 업계 1·2위 간의 결합(Roll-up)에 대해 규제 당국이 얼마나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지 보여주는 중요한 판례가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피니티는 여기서 물러설까요? 앞서 언급했듯 11년을 기다려온 딜입니다. 전문가들은 어피니티가 'SK렌터카 매각 후 롯데렌탈 인수'라는 고난도 스왑 전략으로 선회할 것으로 봅니다. 이는 과거 딜리버리히어로가 '배달의민족'을 인수하기 위해 알짜였던 '요기요'를 매각했던 사례와 판박이입니다.
어피니티는 공정위에 이의신청을 제기하면서 새로운 시정 조치 방안을 제시할 것입니다. 기존의 '가격 동결' 같은 행태적 조치가 거부당했으므로, 이제는 "경쟁 제한의 원인이 되는 SK렌터카 지분을 제3자에게 매각하겠다"는 구조적 조치를 제안할 가능성이 100%에 가깝습니다.
투자자의 관점에서 2위(SK)와 1위(롯데)는 질적으로 다릅니다.
롯데렌탈은 연간 차량 구매 대수가 압도적으로 많아 제조사로부터 받는 할인율이 더 높습니다. 이는 곧 원가 경쟁력과 직결됩니다.
롯데렌탈은 렌터카뿐만 아니라 국내 최대의 중고차 경매장(롯데오토옥션), 카셰어링(그린카), 차량 정비 등 모빌리티 전반의 밸류체인을 완성해 두었습니다. SK렌터카가 '추격자'라면 롯데렌탈은 '지배자'입니다.
어피니티는 2015년 당시에도 KT렌탈이 가진 플랫폼으로서의 가치를 높게 평가했습니다. 이제 그 비전을 실현할 기회를 눈앞에 두고 2위 자리에 만족할 리 없습니다.
어피니티는 2024년 8월 SK렌터카를 약 8,200억 원에 인수하여 상장폐지(Delisting)를 완료했습니다. 상장폐지는 의사결정의 신속성을 확보하고 주주 간섭 없이 구조조정을 단행하기 위한 수순이었습니다. 현재 SK렌터카는 비상장사로서, 100% 지분을 보유한 어피니티가 매각을 결정하면 즉시 실행이 가능합니다.
어피니티의 이러한 전략 수정이 가능한 가장 큰 이유는 매도자인 롯데그룹의 절박한 상황 때문이다. 롯데그룹은 현재 창사 이래 최대의 유동성 압박을 받고 있으며, 롯데렌탈 매각은 선택이 아닌 필수 생존 전략입니다.
롯데그룹의 핵심 축인 롯데케미칼은 석유화학 업황 침체로 인해 2024년 대규모 적자를 지속하고 있으며, 롯데건설의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우발채무 리스크도 여전히 그룹 전체의 신용도를 짓누르고 있다. 롯데그룹은 2024년부터 파키스탄 법인 매각, 롯데손해보험 매각 시도 등 자산 유동화에 총력을 기울여왔으나, 1조 원 이상의 현금이 일시에 유입되는 '빅 딜'은 롯데렌탈 매각이 유일했다.
롯데지주와 호텔롯데는 "매각이 불발되어도 재무 안정성에 문제없다"고 방어하고 있지만, 시장의 평가는 냉정하다. 만약 어피니티와의 딜이 완전히 깨진다면 어떻게 될까요?
현재 금리 상황에서 1.6조 원 이상의 현금을 동원해 렌터카 회사를 인수할 다른 주체를 찾기 어렵습니다. 국내 대기업은 문어발 확장 비판 때문에 불가능하고, 다른 PEF들은 공정위 리스크를 목격했기에 입찰에 소극적일 것입니다.
재매각 프로세스를 밟을 경우, '팔리지 않은 매물'이라는 낙인효과(Stigma Effect)로 인해 밸류에이션이 1.6조 원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큽니다.
새로운 딜을 시작하려면 실사(Due Diligence)부터 다시 해야 하므로 최소 6개월~1년이 지연됩니다.
따라서 롯데그룹 입장에서는 어피니티가 "SK렌터카를 팔고 다시 오겠다"고 제안할 경우, 판을 깨기보다는 계약 종결 기한(Long Stop Date)을 연장해 주고 어피니티의 전략 수행을 지원하는 편이 자금 회수의 확실성을 높이는 길입니다.
또한 어피니티 입장에서는 SK렌터카를 1조 원 이상의 가격에 매각하여 1차 차익을 실현하고, 그 자금으로 롯데렌탈을 인수하여 '진정한 1위'로 도약하는 그림을 그릴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매물로 나올 SK렌터카는 모빌리티 확장을 노리는 다른 글로벌 PEF나 금융지주(KB, 신한), 혹은 플랫폼 기업(쏘카, 카카오 등)에게 매력적인 먹거리가 될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시장은 '어피니티의 롯데렌탈' vs '새로운 주인의 SK렌터카'라는 더욱 치열한 경쟁 구도로 재편될 것입니다.
향후 3~6개월간은 표면적으로는 공정위와 어피니티 간의 법적 공방(재심의, 행정소송)이 부각되겠지만, 물밑에서는 어피니티와 롯데그룹, 그리고 SK렌터카 잠재 인수자 간의 치열한 3각 협상이 진행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어피니티는 SK렌터카의 매각 주관사를 선정하고 비밀리에 티저 레터(Teaser Letter)를 발송할 것으로 보입니다.
공정위의 불허 결정은 어피니티에게 뼈아픈 타격이었지만, 렌터카 사업의 추진하고자하는 의지를 꺽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어피니티는 2위 사업자인 SK렌터카를 성공적으로 밸류업(Value-up)하여 매각 차익을 실현하고, 그 자금으로 1위 사업자인 롯데렌탈을 인수함으로써 '차익 실현'과 '시장 지배력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전략을 구사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단순한 희망 사항이 아닌 '실행 가능한 전략'인 이유는 롯데그룹의 절박한 자금 사정과, 1위 사업자(롯데렌탈)가 가진 대체 불가능한 매력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어피니티는 공정위의 결정에 순응하여 물러나기보다는, 재심의 요청이라는 명분하에 시간을 벌고, SK렌터카 매각을 통해 규제 장벽을 넘는 정공법을 택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공정위의 이번 결정은 국내 자본 시장의 성숙도를 보여주는 사건으로 생각됩니다. 과거에는 기업의 효율성 제고 논리가 독과점 우려를 덮는 경우가 많았으나, 이제는 '소비자 후생'과 '공정한 경쟁 환경'이 최우선 가치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어피니티의 'SK렌터카 매각 후 롯데렌탈 인수' 시나리오는 이러한 공정위의 원칙을 존중하면서도, 투자자로서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현실적 타협안'입니다.
결국, 이 시나리오는 모든 이해관계자의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지점 인점과 더불어 자본은 결국 가장 효율적인 곳으로 흐르는 원칙을 보여줍니다. 어피니티의 11년 짝사랑이 롯데렌탈 인수라는 결실로 맺어질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SK렌터카의 새 주인은 누가 될지, 2026년 모빌리티 시장을 주목해야 할 이유입니다.
오늘 글은 여기에서 마무리합니다. 관심을 가지고 읽어서 감사드리고, 창을 닫기 전에 잊지 마시고 “좋아요” 혹은 “추천” 그리고 브런치 "구독"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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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1. 이효식, <KT Rental sale hits snag>, <<The Korea Times>>, 2015-02-16
2. 신용배, <Investors line up for KT Rental>, <<The Korea Herald>>, 2015-01-28
3. 박재현, <공정위, 렌터카 1·2위 합병 불허…어피니티의 동시 지배 제동>, <<프리진뉴스>>, 2026-01-26
4. 공정거래위원회, <SK렌터카-롯데렌탈 기업결합 심사결과 발표>,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2026-01-26
5. 박정우,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SK렌터카 인수 공정위 심사 결과>, <<스페셜경제>>, 2026-01-27
6. 노자운, <Affinity reviews options after South Korea blocks Lotte Rental-SK deal>, <<ChosunBiz>>, 2026-01-26
7. 안효성, <공정위, SK렌터카·롯데렌탈 결합 불허>, <<중앙일보>>, 2026-01-26
8. 서재원, <공정위 퇴짜맞은 롯데렌탈 매각…증권가 "증자 재검토 가능성">, <<딜사이트 플러스>>, 2026-01-27
9. 장석진, <SK렌터카 2024년 연간 실적 추정치>, <<스트레이트뉴스>>, 2024-01-16
10. 이지윤, <어피너티, 내달 11일 롯데렌탈 인수 계약 체결>, <<인베스트조선>>, 2025-02-28
11. 정진욱, <롯데렌탈 2024년 3분기 실적 보고서 매출 영업이익>, <<이코노미조선>>, 2024-11-05
12. 윤정원, <IMM·글랜우드·어피너티 참전…SK렌터카 매각 청신호>, <<더팩트>>, 2024-03-13
13. 김정용, <롯데렌탈 매각 제동에 조달 전략 다시 짜야할 롯데그룹>, <<인베스트조선>>, 2026-0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