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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bizen Sep 19. 2016

O2O와 IoT를 대하는 자세

업의 본질

1. 집에서 PC로 혼자 컴퓨터를 가지고 놀다가 학력고사(수능 아님)가 끝나고 처음으로 컴퓨터 학원을 다녔다. 첫시간 첫강의 때, 강사가 들어와서 간단하게 자기 소개를 하고 이야기를 해주었는데 잊혀지지가 않는다.


본인이 은행권 SI(당시, 대형 SI는 대부분 은행권이었다)를 해보면서 개발자들에게 은행업을 가르쳐보고, 은행원에게 컴퓨터도 가르쳐 보았다고 한다. 그러면서 "어느 쪽이 효율이 높을 것 같아요?"라는 질문을 하였다.


답은 후자가 훠어얼씬 높다고 했다. 논란의 여지가 없지는 않지만 업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가 중요하다는 점을 전달하려고 했었던 것 같다.




2. 세상이 전부 O2O로 흐를 것만 같다. O2O 스타트업들의 상당수는 젊은 청년들이 패기로 뭉쳐 IT 기술에서 시작하여 오프라인 서비스를 연결시킨다. 욕먹을 각오를 하고 말하자면 그 중에 대부분이 업에 대한 이해가 낮은 뿐 아니라, 심지어 그 업에 오래 종사한 분들을 무시하는 자세까지 보인다.


기술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는 있지만 그 역시 '업에 대한 이해'가 전제되어야 하지 않을까?




3. 한때, 배달앱에서 사용자들이 주문을 하면 해당 서비스 사업자가 업체에게 수작업으로 전화를 통해 주문을 하는게 놀릴거림처럼 떠돌았다.

그게 왜?

그것보다는 경험을 공유하고 업체에 대한 판단을 할 수 있는 평판 시스템의 순기능에 집중하는게 훨씬 중요한 것 같은데...



4. 서비스가 전부 O2O로 흘러간다면 기술은 AI이고 기기는 IoT로 흐르는 착각(현재로서는 이 단어를 바꿀 생각은 추호도 없다.)이 든다. 아마존의 에코에 대한 호응이 좋으니 너도나도 스마트 스피커를 만들어댄다. 스마트 스피커는 '스마트한 스피커'이지 '스피커가 가능한 스마트'가 아닐 것이다.


아마존의 에코가 기본적(!!!)으로 좋은 평을 받는 것은 알렉사보다는 스피커 본연의 기능으로서 흘륭한 음질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너도나도 에코의 성공 요인과 아마존의 플랫폼 전략에 대한 보고서를 써대고 제품을 만들다 보니 '스피커'보다는 '알렉사'에 집중한다.


국내에서 슬슬 상용화 되어 나오는 제품을 보니 알렉사만큼도 못한 AI는 차치하고 음질이 에코와 상대가 안된다. 제품의 본질에 대한 착오이다.



5. SI던, O2O이던, IoT던 중요한 것은 근본적인 가치이다. 오픈 소스 몇개 조합해서 만들 수 있다고 큰소리치는 기술쟁이들은 제품보다는 본질에 대한 이해가 더 필요해 보인다. 디스플레이는 사라지지만 전략과 기획, UX가 더욱 더 중요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물론, 그렇다고 전략과 기획, UX들이 업에 대한 이해와 자세가 훌륭하다는 이야기는 절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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