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에 대한 탐닉의 시작은 2018년부터였다. '오픈 바자(Open Bazaar)'의 분산형 커머스의 모습은 굉장한 충격이었다. MD가 주도하는 중앙 집중화되어 있는 기존 커머스 시스템과는 전혀 다른 형태의 P2P 거래가 이루어지는 모습을 보고, 미래형 서비스 인프라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시작된 블록체인과의 만남은 분산형이라는 인프라로 이어지고, 새로운 형태의 인프라로 만들수 있는 서비스에 대해 상상의 나래를 펴기 시작했다.
2. 2018년에 공저를 했는데, '블록체인' 파트를 담당했었다. 개인적으로 매우 즐거웠던 경험이다. 해당 도서를 읽으신 분은 느끼겠지만, 다분히 '서비스'적인 개념과 관심으로 접근했다. 메이드세이프, 비트메시지(Bitmessage), 비트티저(BitTeaser), 메타 엑스(MetaX), 뮤직코인 등을 소개하며 중앙집중형 서비스가 만들어낼 수 없는 가치를 어필했다. 그리고, 블록체인에 대한 개인적인 관심과 기술적인 이해는 2019년 초에 멈춰져 있다.
3. 공부를 하면할수록 결국은 블록체인만으로 돌아가는 서비스를 만들기 힘들다는 확신을 받았기 때문이다. 관심의 시작이었던 오픈 바자(Open Bazaar)는 들어오는 Peer들이 줄어들수록 웹페이지에 구멍이 뻥뻥 뚫렸다. 누군가 개입되어 이러한 경우를 메꾸어주지 않는다면 서비스적인 가치는 사라질 수 밖에 없으니... 그렇게 흥미를 잃었던 블록체인은 유시민이 TV에 나와서 '문과 천재가 이해하는 기술에 대한 철학'을 강의(토론이 아니었으니)하고, 비트코인으로 떼돈을 벌어 회사를 퇴사한다는 옆동료가 생겨나도 다시 생기지가 않았다.
4. 그렇게 세월은 흘렀고, 여전히 '분산형'이라는 허상을 쫓아가는 서비스적인 시도는 계속되는걸 지켜보았다. 해시크래프트에 블록체인이 적용이 되거나 금융권들이 만들어내는 DID의 모습을 볼때마다 더욱 냉소적이 되었다. 절대 해킹되지 않는다는 블록체인은 중앙 집중화되어 있는 화폐거래 시스템과 월렛이 공격 당하면서 뻥뻥 뚫리고 말았다.
5. 3년여 시간이 지난 현재의 상황을 보면 나의 예상은 보기좋게 틀리고 말았다. 암호화 화폐는 여전히 모두의 관심사이고, NTF는 메타버스와 만나서 노다지처럼 보이고 있다. 50대 아재는 이해할 수 없는 담배피는 원숭이는 30억원이 넘는 금액으로 거래가 되고 있는 세상이 되어 버렸다. 분산 인프라의 기술과 서비스적인 가치 보다는 철저하게 '인간의 욕망'을 노리는 시장이 탄생해버린 것이다.
6. 끝도 없이 성장할 것 같은 NFT 시장과 뒤늦게 이 시장에 뛰어드는 대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는 모습이지만, 서서히 거품이 꺼진다는 기사들이 나오고 있다. 감히 예측을 해보자면 NFT가 초기처럼 대박이 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여기에 마케팅적인 분석과 기술에 대한 이해는 필요없다. '거품이 꺼진다'라는 이야기가 나오는게 '인간의 욕망'이 모이는데 장애물이 되기 때문이다.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았던 허상이니 더욱 그렇다.
7. 그렇다고, 블록체인의 발전과 관심이 멈추지는 않을 듯 하다. 분산형이라는 그 탄생의 목적에 맞게, 또 누군지 알 수 없는 이들이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로 인간의 욕망을 자극할 것이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백화점에서 Flex를 마음껏 하는데, 그 사이에 코인이 올라서 소비보다 수입이 많아지는 걸 경험했으니......
8. 2018년에 본인이 저술했던 책은 아래와 같은 글로 마무리를 했다.
"전문 기술 기업이 아닌 바에야 정작 중요한 것은 새로운 서비스를 기획하는 일이다. 이때 고려할 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정보의 분산과 공유를 통해서 생기는 이득이 처리 속도나 집중보다 커야 한다.
둘째, 비용 효율과 같은 기업의 목적보다는 사용자 가치를 우선으로 접근해야 한다.
셋째, 채굴의 가용성이 넘어설 수 있는 네트워크 참여자들의 현실적인 보상에 대해 설계가 필요하다.
넷째, 보안에 대한 문제점을 처음부터 고려해야 한다.
다섯째, 블록체인이라는 단일 기술에 한정되기보다는 분산형 서비스 모델에 초점을 맞춘 설계를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