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를 포함해서 많은 Native Digital 전문가들이 DT 사업을 위해 굴뚝 기업으로 옮겨가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사오정(사십오 세에 정년)이니 오륙도(오십육 세까지 회사를 다니면 도둑)라는 말 조차도 사치스러운 Native Digital 기업에서 나이들어감에 힘들어하는 중장년들이 그들의 인사이트를 표출할만한 채널이 확장되는건 분명히 긍정적인 일입니다. 이 지점에서 좀 냉정하게 봐야할 것은 Native Digital 기업에서 훌륭한 성과를 만들어 내던 이들도 굴뚝 기업에서 별다른 성과를 못내는 경우가 대부분(!) 이라는 사실입니다. 이러한 원인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제가 그 동안 느낀 몇가지 실수와 교훈을 짧게 공유하고자 합니다.
첫째, 사람도 안 바뀌지만 기업도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그나마 Digital 기업의 위기를 느끼고, 주도적으로 변화를 하려는 임원들은 많습니다만, 실제로 일을 하는 사람들은 '임원'들이 아닙니다. 실무를 이행하는 대다수의 인력들은 바뀌는게 어렵고, 바뀌려고 하지 않습니다. 이를 '굴뚝 기업이니깐 Top Down으로 해결이 가능할꺼야'라고 하면 명백한 오산입니다. 절대로 그렇게 되지 않습니다. 기업을 바뀌는건 프로세스나 시스템이 아닙니다. 구성원 자체를 바꾸지 않는다면 모두가 관성대로 일 할 뿐입니다. 괜한 기존 조직을 변화시키려고 하거나 Synergy를 기대하지 마세요. 그 열정을 다른 곳에 쏟아내는게 생산적입니다.
둘째, 많은 DT 인력들이 Native Digital 기업에서 일하는 관성과 속도로 일을 하려고 합니다. 절대, 뜻대로 되지 않습니다. Digital 기술에 대한 능력과 관심도가 기대에 못 미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제반 환경도 Old 하며, TO가 있더라도 좋은 인재를 채용하는건 더욱 어렵습니다. 사람의 문제뿐만 아닙니다. 똑똑한 컨설턴트들이 작성한 애자일이니 DevOps니 MSA니, AI 따위의 기름끼 번벅한 보고서만 보고 열광하는 기존 멤버들의 이야기에 넘어가 이러한 기술을 실현하려고 하면 절대로 성공하지 못합니다. 현재 기업의 디지털 역량을 잘 분석하고, 그에 따른 수준 변화를 점진적으로 진행해야 합니다.
셋째, 너무 기술 주도형으로 비즈니스를 변화시키려고 하지 마세요. 대부분 기획과 마케터들은 기존 멤버들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엔지니어 중심으로 DT 조직을 형성합니다. 리더가 엔지니어다보니 엔지니어를 충원하여 내부 개발을 하려고 하고, Native Digital 기업에서 했던 개발 프로세스와 신기술을 사용하려고 합니다. 기존 IT 시스템이 그렇게 받춰주지도 않을 뿐더러, 비즈니스간의 연계성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좌절만 할 겁니다. 오히려 내부 정치를 잘 할 수 있는 전략가와 기획력이 더 중요합니다. Native Digital 기업들은 결과 위주로 업무가 진행되지만 굴뚝 기업은 보고서 중심의 업무라는 점을 잘 이해해야 합니다.
어떤 분들은 공감을 하실테고, 어떤 분들은 저 3가지의 문제점을 돌파 중이신 분도 있을 겁니다. 일반화할 자신은 없지만, 그래도 다른 분들보다 먼저 DT를 해본 경험자로서 짧게 이야기를 풀어 보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