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시간 즈음 배달 오토바이 한 대가 소방서 주차장으로 들어섰다. 배달 기사는 통닭이 담긴 비닐봉지 몇 개를 사무실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말도 없이 자리를 뜨려 했다. “닭 시킨 사람 있어?” 누군가 말했고, 몇 초간 눈빛을 교환한 대원들은 곧 배달을 시킨 사람이 아무도 없단 걸 알아챘다. 사무실을 나가 돌아가려는 배달 기사를 불러 세웠다.
“저기요!”
“맛있게 드세요오오오오.” 하며 멀어지는 오토바이. 뭐지. 웬 통닭이지. 잠시 고민하던 찰나 아까 다녀온 고속도로 출동 건이 떠올랐다. 아버지를 요양원에서 집으로 모셔가는 중인데 갑자기 숨이 가쁘다는 신고였다. 신고자의 차는 고속도로 휴게소에 정차되어 있었다. 검정색 벤츠였다. 환자는 뒷좌석에 모로 누워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환자를 구급차에 태워 산소를 공급하며 이동하는 중에 보호자가 물었다.
“통닭 좋아하세요?”
“네?”
“통닭 좋아하시냐고요.”
“좋아하지요.”
“알겠어요.”
그것 말곤 눈앞의 통닭 잔치를 설명할 길이 없었다. 구급대 전용 휴대전화의 통화기록을 살폈다. 통닭 좋아하시냐고 물었던 신고자의 번호를 찾아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저, 아까 출동 나갔던 구급대원입니다.”
“잘 도착했나요?”
“네? 네.”
“고마워요.”
그리고 뚝. 고맙다는 얘기도 못해서 다시 전화를 걸까 하다가 관뒀다. 그런 소릴 듣기 싫어서 부러 전화를 서둘러 끊은 것 같았기 때문이다. 언젠가 커다란 수박 두 통이 사무실에 들어온 걸 두고 누가 향응이니 어쩌니 한 게 마음에 걸려서 ‘통닭을 지원받았습니다’라는 골자의 문서를 작성한 뒤 보고했다. 밤엔 센터 인근 고물상에서 불이 났다. 실컷 먹고 난 뒤라 밤샘 작업도 거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