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백경 Nov 21. 2024

삶은 매스게임이 아니다

처음 보육원에 갔을 때 총무과장인가 하는 분으로부터 S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S는 친부모가 있지만 차라리 없는 게 나은 부모라 보육원에 입소를 했다. 올해 태어나서 처음 동물원에 다녀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후원을 결정했다. 워낙 험한 세상이라 직접 얼굴도 볼 수 없고 말도 걸 수 없지만 뭐, 그런 게 중요한 건 아니니까. 다행히 과장님이 얼핏 보여주신 동물원서 찍은 사진 속 S는 한 번 보았다. 세상이 온통 눈이 멀도록 환하게 웃고 있었다.


돈 많은 사람들이 행복을 실현하는 방법은 여기 나 말고도 이야기해 줄 사람들이 많으니 굳이 말 않도록 하고, 나 포함 그냥저냥 먹고사는 사람들이 행복해지는 방법 중 하나는 세상을 현미경을 들고 보는 것이다. 툭툭 던지는 친구의 말마디에서 오랜 애정을 보고 온데 기름을 묻혀가며 통닭을 뜯는 내 새끼의 작은 손에서 큰 감사를 본다. 그리고 없는 것처럼, 나완 상관없는 것처럼 여겼던 사람들을 본다. 그들의 아름다움을 본다. 나는 S에게서 빛을 보았고, 그 빛이 더 단단히 뿌리내리도록 흙 한 줌을 보탰다.


이건 그냥 나한테 하는 말이므로 취향이 아니라면 지나쳐도 좋다. 아득한 화려함을 쫓지 말자. 가까이 다가가 아름다움의 향기를 맡자. 삶은 매스게임이 아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