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 일을 하면서 깨달은 사실이 하나 있다. 그건 인간이 통계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이다. 주말엔 교통사고가 많고, 갑자기 기온이 떨어지는 날엔 돌아가는 어르신들이 많다. 명절, 크리스마스 즈음 해선 자살률이 치솟는다. 아이가 있는 가정에서 맞고 사는 건 대부분 여자고, 그래서인지 가정 내 자살도 여자가 더 많다. 고독사는 남자가 더 많다.
창 밖에 눈이 소복하다. 그래서 불안하다. 살얼음판 위로 멋모르고 달리던 차들은 브레이크를 잡다가 빙빙 돌아갈 것이고, 눈이다! 맨손으로 눈을 만지고 노는 애들은 동상에 걸려 손이 아파 엉엉 울 것이다. 노인들이 제일 문젠데, 노인들은 오늘부터 길 위에 쌓인 눈이 녹을 때까지 내내 미끄러질 것이다. 몸이 다치는 것도 문제지만 마음도 움츠러들 것이다. 누군가에게 눈은 한 해를 기다려 온 새하얀 기쁨이지만 다른 누군가에겐 희디 흰 빛으로도 아픔을 지우지 못하는 기만적인 지우개다.
오늘 같은 날은 과속하지 않고 발 밑을 조심해야 함은 물론이다. 더해서 서로에게 조금 더 친절한 하루가 되어야 한다. 추운 날의 친절은 그 자체로 세상의 온도를 끌어올리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