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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날이 있다.

by 백경

내가 이걸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되는 날이. 오늘따라 아픈 사람이 왜 이렇게 많은지 모르겠다. 아니, 이건 잘못된 문장이다. 아픈 사람은 원래 많다. 내가 그걸 생각하지 않고 살뿐이지.


엘리베이터도 없는 빌라 3층에서 옴짝달싹 못하던 노인은 너무 무거웠다. 백 킬로쯤 되었을 것이다. 노인을 들것에 태워 방을 벗어나려다 구석에 놓인 오줌통이 뒤집어졌다. 걸레로 바닥을 닦고 다시 들것 손잡이를 손에 쥐었다. 계단을 내려오는 동안 무릎이 덜거덕거렸다. 노인은 병원 가는 내내 속이 안 좋다고, 먹은 것도 없는데 왜 이런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아침부터 배도 아프고 ‘등’이 담이 온 것처럼 아프다고 했다. 정확한 건 검사를 해야 알겠지만 심장에 문제가 있을 것 같았다.


노인을 병원에 인계하고 귀소 하는 중에 또 출동이 걸렸다. 며칠 전에 함께 점심을 먹고 헤어진 친구가 연락이 안 된다는 내용이었다. 구조대가 굳게 닫아건 구조대상자의 집 도어록을 뜯어냈다. 문이 열렸다. 현관 바로 앞에 사람 하나가 신발도 벗지 않고 앞으로 쓰러져 있었다. 손가락과 발가락이 마네킨처럼 굳어 있었다. 말은 없었다. 말은 헐레벌떡 달려온 친구가 했다. 그것도 말이라기 보단 울음에 가까운 것이었지만.


소방서에 돌아와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주 절친인데, 지금은 조금 멀리 떨어져 산다. 연말이라 목소리 좀 듣겠다고 연이틀 전화를 걸었는데 죄 받질 않았다. 오늘도 안 받을 모양인지 통화 연결음이 유독 굼떴다. 열 번쯤 소리가 울리다 멈췄다. 목소리가 들렸다.


“아, 왜.” 친구가 말했다.

“살아있냐.”

“어.”

“살아 있으면 됐다.”


전화를 끊고 나니 가슴이 뜨끔거렸다. 신은 사람을 왜 이렇게 무겁게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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