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이 답답하고, 앞이 보이지 않는다는 신고였다. 구급차만 9년을 몰았다. 지령만 듣고도 심상치 않은 상황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심장 문제인가, 머리 문제인가. 심장이 제 기능을 못 해서 머리에 문제가 생겼나. 다급한 마음에 출동 중 환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 여보세요.”
“여보세요, 119입니다.”
“네에.”
“아버님, 답답하고 눈이 안 보이신다고요.”
“어어... 이만 갈 때가 됐어.”
한숨과 함께 전화가 뚝, 끊어졌다. 네비게이션 상으론 현장까지 거리가 3킬로 남짓이었으나 구불구불한 산길이라 예상 소요 시간이 10분을 넘겼다. 마을 앞 노인 보호 구역, 시골 초등학교 앞 어린이 보호구역 방지턱을 날듯이 넘으며 현장으로 달려갔다. 머잖아 슬레이트로 지붕을 얹은 오두막이 나타났다. 소생장비를 챙겨 헐레벌떡 구급차에서 뛰어내렸다. 심호흡을 한 번 한 뒤, 출입문을 열었다.
집안은 하얀 연기가 자욱했다. 그야말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상황. “계세요오!” 소리치자 연기 너머로 맥빠진 목소리가 답했다. “갈 때가 됐어어...” 서둘러 창문을 열어 환기를 했다. 그러자 침대에 누워 멍하니 천정을 보는 노인, 거실 한가운데서 연기를 푹푹 뿜어내는 낡은 화목 보일러가 모습을 드러냈다. 노인에게 곧장 고농도 산소를 투여했다. 증상은 채 십 분도 되지 않아 호전되었다.
“집안에 구름이 쫘악 깔렸길래...”
그래서 노인은 연기 너머로 내 목소리가 들렸을 때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저승사자가 왔구나 생각을 했단다. 노인의 휴대전화 속 아들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나는 아주 오래된 광고처럼 말했다.
“이번 겨울엔 아버님 댁 보일러 바꿔드려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