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할아버지가 또 꿈에 나왔다고 할머니가 말했습니다.
“재수가 없으려니.”
할아버지는 국가유공자였습니다. 전쟁에서 돌아온 뒤로 술을 많이 마셨습니다. 돈은 없어도 세상 다정해서 동네 아가씨들에게 인기가 있었습니다. 할머니는 그게 못마땅했습니다. 언젠가 샐쭉해 있는 할머니를 할아버지가 자전거에 태워 짜장면을 먹으러 간 일이 있었습니다. 그날 자전거와 두 사람은 함께 논두렁으로 굴러떨어졌습니다. 할머니는 이후로 할아버지와 자전거를 타지 않았습니다.
말년에 할아버지는 파킨슨병을 앓았습니다. 할머니가 집을 비운 사이, 할아버지는 몰래 지팡이를 짚고 한걸음에 십 센티씩 주춤주춤 밖으로 나섰습니다. 집 앞 정류장에서 7번 버스를 탔습니다. 굽이굽이 고갯길을 지나 댐 꼭대기 종점에서 내렸습니다. 거기 물 아래 가라앉은 시간인지 전우인지 헤아리다 보면 할머니가 왔습니다. 두 사람은 손을 꼭 잡고 다시 7번 버스를 탔습니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믹스커피를 한잔씩 마셨습니다.
관 앞에서 할머니는 할아버지 얼굴을 오래 만졌습니다. 할머니가 말했습니다. “나 죽으면 딴 데 묻어라.” 그때 할아버지 나이가 여든셋이었습니다. 몇 년 뒤 할머니도 여든셋에 돌아가셨습니다. 현충원에서 까마득 먼 납골당이었습니다.
가끔 두 분이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 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러다 천국에도 분명 7번 버스가 다니리란 생각에 마음이 놓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