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지 못한 상반기를 돌아보며
올해 상반기를 돌아보다 문득,
책을 거의 읽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새로운 일들을 많이 시작한 해라고
스스로를 위로해 봤지만,
그 아쉬움까지 덜어주진 않았다.
책을 읽는 습관을 되찾기 위한 작은 장치로
요즘 나는 종종 북클럽에 참여한다.
첫 모임의 단골 질문은 언제나 비슷하다.
‘평소 책을 좋아하세요? 자주 읽는 편인가요?’
그 질문을 들으면, 자연스레
시기별로 좋아했던 책들이 떠오른다.
가장 처음 푹 빠졌던 책은 초등학생 시절의 '초록일기'였다.
또래의 시선으로 담아낸 이야기에 매료된 나는
수업 시간에 몰래 책을 읽다가 칠판지우개를 맞기도 했다.
그 여운을 따라 '아홉 살 인생'까지 이어서 읽다 보니,
독서는 점점 습관으로 자리 잡아갔다.
중·고등학생이 되어서는 '룬의 아이들' 같은
판타지 소설에 푹 빠져 살았다.
입시에 치이던 날들이었지만,
다른 세계에 잠겨드는 시간은
그때의 나에게 작은 숨구멍 같았다.
그러다 대학에 들어가고, 군대라는 현실을 마주하면서
'1만 시간의 법칙'이나 '원씽' 같은 자기 계발서가
자연스레 손에 들어왔다.
빈틈없이 살아야 한다는 메시지가 때로는 부담스러웠지만
막막한 시기였기에 누군가가 방향을 알려주는 듯한
그 문장 하나하나가 더없이 절실했다.
성인이 된 지금은 좋은 책이라면
장르나 주제에 상관없이 펼쳐보려 한다.
이해가 되면 되는 대로, 심지어 이해가 되지 않더라도
나름의 여운을 남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은 책 전체 내용이나 유명한 논문까지도
유튜브 영상이나 요약 콘텐츠로 빠르게 소비되는 시대다.
이런 시대에 굳이 책을 읽어야 할 이유는 뭘까?
스스로에게 물어보곤 한다.
사람마다 각자의 이유가 있겠지만,
내게 책이란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도구였다.
영상은 정해진 속도에 따라 흘러가기에
이해되지 않아도 그냥 지나치는 경우가 많았지만,
책은 언제든 한 줄에서 멈춰
나만의 템포로 생각을 조절할 수 있었다.
아직은 영상을 멈춰 두고 생각하는 것보다,
문장 위에 잠시 서서 내 속도로 따라가는 것이
내게 훨씬 익숙하고 편안하게 느껴진다.
요즘처럼 모든 것을 빠르게 요약하고
경험하려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
아직 책을 한 권도 읽지 못한 한 해를 보내고 있다면
한 번쯤 그 흐름을 거슬러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일지도 모른다.
식사 한 끼, 커피 한 잔의 값으로
느림이 주는 사색의 여유와 즐거움을
다시, 또는 처음으로
깨닫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