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일그러지는 순간
이렇게 아름다운 여자가 나를 좋아하다니,
꿈은 아닐까 생각하던 때가 있었다.
그게 악몽일지는 미처 몰랐지만.
이미 나와 만나기 두 계절 전,
그녀는 모르는 남자와 다정하게 찍은 사진 속에 있었다.
아프다던 주말에 그와 함께한 스티커 사진까지 발견한 순간,
그녀의 웃음이 마치 다른 사람처럼 느껴졌다.
그녀가 울면서 나에게 매달리는 것도,
카톡으로 보내온 ‘두 사랑’ 뮤직비디오처럼
자신도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하는 것도
나를 현실로 되돌려 놓지 못했다.
몇 주 동안 그녀를 놓지도 못하고
현실을 부유하던 나에게
너는 방향을 알려주겠다며 다가왔다.
‘양다리는 양다리로 갚아주면 되는 거야’
너는 조용하고 담담한 목소리로
양다리녀를 자처했다.
그때의 너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내 상처를 감싸고 싶었던 걸까,
아니면 너 자신이 나를 붙잡고 싶었던 걸까.
끝끝내 나는 너를 이해하지 못했다.
글쎄, 지금 돌아보면 나는
그저 그녀가 불행하길 바랐던 것 같다.
하지만 우연인 척 너의 향수를 묻히고 그녀 앞을 지나가도,
너와 함께 본 영화를 대놓고 언급해도,
그 어떤 것도 그녀에겐 상처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이제 너도 같은 사람이 되었다'라고 말하는 듯
상쾌하게 웃는 그녀의 미소를 보고서야 알았다.
그녀와의 시간이 빛났다고 느꼈던 것은
나만의 착각이라는 걸.
그녀와의 시간은 검게 물들었고
지워지지 않는 오점이 되었다.
결국, 그 오점과 함께서야
나는 그녀를 놓을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너였다.
‘난 괜찮아. 나는 계속하고 싶어.’
맑고 깊은 눈으로 그렇게 말하던 너를
나는 끝내 마주 보지 못했다.
너를 볼 때마다, 나의 비겁함이 천천히 목을 조여왔다.
너와 함께한 시간은 늘 어딘가 미안했고,
그 미안함이 너를 점점 밀어냈다.
너의 마지막 인사를 듣고도,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렇게 나는 너를 놓쳤다.
너의 목소리, 너의 표정,
그리고 네가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네가 나와 어떤 것을 하고 싶었는지
너라는 사람을 하나도 모르는 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