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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하사색 Oct 16. 2021

아이의 생일 미역국을 끓이면서


매년 추석 즈음이 생일인 

둘째 아이의 생일 미역국을 끓이면서

9년 전 이맘때가 생각이 난다.


엄마가 만들어 주는

미역국을 유독 좋아하는 둘째 아이


큰아이를 자연분만으로 낳고

병원에서 퇴원 후 산후조리원으로 들어가서

2주 동안 산후조리를 했지만

둘째 아이 출산 후에는

첫째 아이를 봐줄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병원에서 퇴원 후 2주간 산후도우미를 불렀다.   


퇴원하고 나면 추석 연휴라

며칠 동안 산후도우미분이

오시지 않기 때문에

2박 3일인 병원 입원기간을

3박 4일로 연장했고


첫째 때 산후조리원에서

2주간 모유수유하느라

신경 쓰며 쉬지 못했던 것이

산후조리원에서의 2주로는

아무 의미가 없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3박 4일은 분유만 먹여달라고 부탁하고

되도록 병실에 둘째 아이를

데려오지 않았다.


퇴원하고 둘째 아이를 안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그때부터 시작된 육아전쟁

신생아 한 명 있었을 때는

오로지 신생아만 신경 쓰면 됐었는데

3살 된 큰아이도 신경 써야 하니

기쁜 마음도 잠시

몸도 마음도 많이 힘들었다.


꼬물꼬물 한 둘째가 태어난 지 얼마 안 됐던

그 해 추석 연휴

시댁에서 추석 음식을 먹으러 오라며

남편과 큰아이를 불렀다.


아내로서 엄마로서 챙겨줘야 하는

남편과 큰아이가 시댁을 가게 돼서

편하고 좋았지만

한편에서 느껴지는 쓸쓸함과 외로움,

아직도 이맘때가 되면

서운한 감정이 생각난다.


내가 그때 정말 원하는 게

무엇인지 시간이 지나서 알게 됐는데

꼬물꼬물 울기만 하던

둘째 아이를 함께 돌봐주고

나도 돌봄을 받고 싶은 마음이었던 것 같다.


나도 처음부터 엄마가 아니었던 것처럼

엄마가 언제나 돌봐주는 존재가 아니고

돌봄이 필요할 때가 있지만

아직도 맘 놓고 표현하기는 어렵다.


그때는 왜 대놓고 붙잡지 못했을까?

산후조리하는 며느리보다

산후조리하며 먹을 것이 없는 집에서

추석 연휴를 보낼 아들과 손주가

더 신경 쓰이셨던 시부모님


매년 추석 연휴마다 떠오르는

나쁜 잔상을 빨리 털어내고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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