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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하사색 Jan 29. 2022

나의 시어머니


결혼 전에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관계가 있었다.

아들 하나로 맺어진 고부관계,

시어머니와 며느리



딸 다섯을 낳아 키운 엄마의 수고를 보며 자랐고

하나 둘 며느리가 되는 언니들을 보면서도

끝까지 남의 일이라고 생각했던 관계가

나에게도 생겼다.



막내로 태어난 나는

16년 전 한 집안에 맏며느리가 되었다.

친정 분위기와는 다른 집 안에 적응해야 했고

엄마와는 다른 성향의 어머니를 모시게 됐다.



사랑하는 아들을 나눠가져서일까?

가끔은 집착처럼 보이는 관심이

아들에 대한 사랑일까, 애증일까?

어쩌면 당신이 며느리로 살아온 삶에서

제일 큰 흔적일지도 모르겠다.  



엄마라는 삶이 다 그런 건지

삶의 연륜이 적은 나는 잘 모르지만

당신들의 삶은 닮은 듯 안 닮은 듯



지금까지 견뎌온 이야기를 듣다 보면

그 속에 풀지 못한 한이 숙제처럼 남아있어

때론 애처롭고 때론 처량하다.



어려운 상황이 올 때

친정엄마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될 거라고 말하고

시어머님은 더 안 좋아질 상황을 미리 걱정한다.



곧 팔순을 맞이하는 친정엄마는

남아 있는 인생에 관해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곧 칠순을 맞이하는 시어머님은

아직도 자식들에게 주고 싶은 게 많으신지

오늘도 부지런히 하루를 여신다.



여자의 인생을 묻어두고

엄마로서의 일생을 살아오신 당신들

내가 감히 당신들의 삶을 판단할 수 있으랴

내가 감히 당신들의 삶을 재단할 수 있으랴



며느리는 결코 딸이 될 수 없기에

끝까지 이해할 수 없는 게

고부관계라고 하지만

매년 맞이하는 명절마다

어머님의 생각을 이해하려고 하기보다는

어머님의 마음을 바라보려고 한다.



맏며느리로 당신들의 손자를 낳아드린 내가

몇 년 뒤에 시어머니가 되어

고부관계를 맺게 될 그녀에게는

어떤 모습으로 기록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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