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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하사색 Feb 26. 2022

어머님의 홍어찜, 추억의 홍어애국

낯선 홍어애국 냄새와 함께 어머님의 사랑이 배어있다


  친정 부모님의 고향은 경상남도 남해이다. 두 분 다 결혼 전에 서울에 올라오셨기 때문에 나는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외가 친척들이 남해에 계시기에 어릴 적 남해에 내려갔던 기억이 어렴풋이 나긴 하지만 나에게 남해는 낯설다.

  엄마의 산후조리를 해 주기 위해 서울에 올라오셨던 외할머니의 이야기, 엄마가 자라왔던 이야기, 언니들이 기억하는 외갓집에 대한 기억들을 가끔씩 전해 들었을   기억 속에 남해는 여전히 머나먼 어느 곳이다.




  남편의 고향은 전라남도 흑산도다. 남편은 흑산도에서 태어났고 국민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서울에 왔다.

  남편의 친척들 중 서울에 올라오신 분들도 계시지만 지금도 흑산도나 목포에 살고 계신 분들도 많다.

  남해와 흑산도가 바다와 가까운 위치에 있지만 자라면서 나는 야채나 고기를 주로 먹었고 남편은 생선과 해산물을 주로 먹었던 것 같다.




  오후 5시에 시작한 장남의 결혼 일정이 모두 끝난 후 주택이었던 시댁 마당과 대문 밖 골목에 천막이 쳐지고 한바탕 홍어 잔치가 열렸다고 했다.

  남편의 외삼촌께서 흑산도에서 홍어잡이 배를 직접 운행하시기 때문에 전라도에서 귀한 대접을 받는 홍어를 공수해 올 수 있었다고 한다.

  지금도 시댁에 가면 홍어와 해삼, 전복, 문어와 같은 해산물 위주의 식사를 주로 한다.




  신혼 시절, 명절에 남편의 친척 집에 인사드리러 가면 전복죽과 홍어애국(홍어의 뼈와 내장을 넣고 끓인 국)이 항상 준비되어 있었다.



  난생처음 본 홍어애국이었지만 특유의 냄새에 못 먹겠다는 말은 하지 못하고 정성스레 내오신 홍어애국 한 그릇을 국물도 없이 깨끗이 먹었다.

  서울 새색시가 맛있게 잘 먹는 모습이 보기 좋다며 한 그릇을 더 떠다 주셨던 기억이 있다. 집으로 돌아온 남편은 낯선 홍어애국을 잘 먹어준 내게 고마워했다.




  어제 시어머님께서 홍어찜과 홍어애국을 끓여오셨다. 결혼 16년이 지났지만 홍어와 홍어애국은 여전히 내게 낯선 음식이다.

  시어머님이 음식으로 사랑을 표현하시려는 것을 알기에  따뜻하게 끓인 홍어찜과 홍어애국을 남편의 식탁에 올린다.

  어제오늘, 집 안 곳곳에 낯선 홍어애국 냄새와 함께 어머님의 사랑이 배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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