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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하사색 Jun 09. 2022

현명한 부모로 성장한다는 건

맘 편히 쉴 수 있게 해주는 것도 부모의 중요한 역할이리라

  지난주 목요일, 새벽 5시에 일어나 국제주니어테니스대회가 열리는 연천으로 향했다.

  일찍 일어나서 출발했지만 도착해서 먹일 김밥을 사러 간 김밥 집에서 예상보다 더 많은 시간이 지체됐고 출근시간과 겹치면서 도착 예상시간은 점점 늦춰졌다.

  동생의 첫 테니스 경기를 보고 싶다며 체험학습을 신청한 큰아이와 여전히 비몽사몽인 둘째 아이를 태우고 출발하는 우리 부부는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연천에 도착해서 경기 안내를 듣고 10세부 초등부 여자아이들이 대결하게 될 경기장으로 향했는데 테니스 대회에 익숙한 아이들은 복장에서부터 차이가 난다.

  초보인 아이들이 명함보다 작은 상표가 있는 반팔 티셔츠에 테니스 치마를 입었다면 여러 번 출전 경험이 있는 아이들은 상의에 달라붙는 민소매티를 입거나 활동이 편한 원피스를 입었다.

  아카데미에서 몇 명을 데려왔는지 경기장 건물 밖에 햇볕을 가려줄 천막을 치고 자기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 편하게 쉴 수 있는 돗자리를 깔아놓고 체력을 보충해 줄 수 있는 간단한 음식과 시원한 물을 준비해서 대기하고 있었다.




  엄마와 함께 경기장을 둘러보던 여자아이는 경기에 나가기 싫은 듯 엄마 뒤에 숨어 있어서 자꾸 신경이 쓰였는데 경기를 시작하니 그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그 아이의 실력은 수준급이었다.

  대회에 출전한 아이들의 평균 경기 시간은 30~40분 정도였고 잘하는 아이들의 경기는 1시간 넘어야 끝났다.

  힘든 운동을 하기에는 둘째 아이가 너무 마른 건 아닐까 걱정했는데 대회에 나온 아이들 대부분 키도 크고 팔 다리고 길고 어쩜 그리 다 날씬하고 이쁜지. .

  체형은 발레 하는 아이들인데 햇볕 아래서 많은 시간 테니스를 하던 아이들은 얼굴이며 몸이며 다 까맣게 그을려 있다.

  이길 때마다 내지르는 기합 소리에 상대편이 심적으로 밀리는 게 내 눈에도 보인다. 또 한편에서는 경기를 이기고 경기장을 벗어난 아이가 코치한테 혼나기도 한다.

   아. 이곳은 전혀 다른 세상이구나…

  그 까맣고 예쁜 아이들이 기를 쓰고 랠리(볼을 주거니 받거니 계속 치는 상태) 하는 걸 지켜보는데 너무나 힘들겠구나, 우리 아이는 이제 시작이구나, 이렇게 힘든 길을 어떻게 가지? 그런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첫 국제주니어테니스대회를 경험하고 좀 더 전문적인 아카데미에서 교육을 받게 해야 하나, 더 전문화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학교로 전학을 해야 하나, 아이를 위해 부모로서 해줄 수 있는 더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많은 생각을 하게 됐지만 아직은 아이의 선택을 지지해 주되 부모인 내가 먼저 서두르지 않아야겠다는 다짐을 해 본다.

  아이가 지칠 때 격려해 주고, 행여 아이가 테니스를 포기하게 되는 날이 오게 되더라도 그 선택마저도 지지해 주고 보듬어 주며 맘 편히 쉴 수 있게 해주는 것도 부모의 중요한 역할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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