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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하사색 May 14. 2022

생각의 차이? 경험의 차이!

경상남도 출신인 며느리와 전라남도 출신인 사위

  전날 저녁 급하게 예매한 KTX 기차를 타고 방문한 목포역. 

  기대했던 것보다 한적한 목포역에 내려 택시를 타고 장례식장에 도착했다. 

  서울의 여느 장례식보다 넓은 공간에 화환들이 줄지어 서있는 그곳으로 조용히 들어가 고인과 상주에게 조문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았다.

  찾아간 시간이 점심시간 즈음이어서 흑산도가 고향인 상주와 서울이 고향인 상주의 아내와 함께 손님상을 받았다. 

  흑산도가 고향인 남편과 16년을 살아보니 흑산도나 목포에서는 좋은 일이 있을 때나 슬픈 일이 있을 때나 손님상에 홍어가 올라온다. 그들에게 홍어는 귀한 손님에게 권하는 귀한 음식이다. 

  그렇기에 16년 전 장남의 결혼식 일정이 모두 끝난 늦은 오후, 서울에 위치한 시댁 앞마당과 대문 밖 골목에 천막이 쳐지고 한바탕 홍어 잔치가 열렸다고 했다.




  손님상이 다 차려지고 상주인 친구는 나에게 반쯤 삭힌 홍어를 권했다. 서울에서만 살아와 홍어가 아직도 익숙하지 않은 나와 그의 아내지만 멀리서 한달음에 찾아온 조문을 고마워하며 귀한 홍어를 권하는 친구의 마음을 나는 충분히 느끼고 있다. 

  그는 나이가 들고 자녀들이 독립할 만큼 성장하면 흑산도에 다시 내려와서 살고 싶다고 했다. 남편도 가끔 나에게 그런 바람을 내비치곤 했다.

  불혹을 넘어 지천명을 향해 가는 나이가 되면서 희미하게 잊어졌던 고향에 대한 애틋함이 이제서야 되살아나는 걸까?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자라온 나와 그의 아내는 남편들의 바람을 조용히 듣고 있지만 충분한 공감과 동의를 해줄 수는 없었다. 




  5월 중순이면 한낮의 기온이 여름처럼 무더운 서울과는 달리 목포는 늦가을이라 느껴질 만큼 스산한 바람이 불었다. 

  서울로 상경할 기차 시간까지 시간을 보낼 곳을 찾기 위해 목포역 근처를 배회하며 내가 생활해 온 환경과 많이 다르다는 것에 또 한 번 놀란다.

  전라남도의 대표적인 도시인 목포역 주변이라면 볼거리도 많고 들어갈 만한 가게도 많으리라고 기대했는데 목포역 주변의 건물들은 전체적으로 건물들도 낮았고 문 닫은 가게들도 많았다. 흔히 경상남도를 대표하는 부산역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나는 정치에 대한 지식은 없지만 경상남도가 고향인 친정 부모님과 전라남도가 고향인 시부모님 세대에 흐르는 지역감정과 양극화의 골이 어디서부터 시작되었을지, 이건 서울에서만 살아온 나는 느낄 수 없는 삶의 영역이겠구나 잠시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그 시대를 살아온 어른들에게 염연히 존재했을 지역감정을 배제하고 본적이 경상남도 출신인 며느리와 전라남도 출신인 사위를 온전히 받아들여 주시고 서로를 한 단계 성장하게 해 주신 현명한 시부모님과 친정 부모님께 존경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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