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예배가 되게

당신의 삶이 예배로 드려졌으면 좋겠어

by 목하사색
쏟아지는장대비.jpg

며칠 전 서울에서는 하늘이 뚫린 것처럼 비가 쏟아졌다.

아침부터 거세게 쏟아져 내리는 빗 속을 뚫고 무거운 영업용 차량을 운전해야 하는 남편과 반바지에 크록스 신발을 신고 나름 큰 우산을 받쳐 들고 등교하는 아이들을 배웅하면서 이 비가 어서 빨리 그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한동안 비가 안 온다고 농가를 걱정했는데 이제는 어느 누군가의 집이 물에 잠길까 괜한 걱정이 된다.




비를 쫄딱 맞고 들어오는 아이들에게 수건을 건네주고 간단한 간식을 먹여 또다시 학원을 가는 아이를 배웅한다.

하루 종일 쉬지 않고 내렸던 장대비로 인해 더 피곤했을 그들의 저녁식사를 위해 따뜻한 국을 끓인다.

하루 일정을 무사히 마친 아이들을 마중하고 식탁에 음식을 놓으며 아직 귀가하지 않은 남편이 걱정돼 전화를 한다.

남편은 일이 끝나고 집에 오는 길에 교회에 잠깐 들렸다고 한다. 건축한 지 제법 오래된 우리 교회는 하루 종일 내린 비를 막아내지 못하고 결국 본당 천장에서 물이 새고 비로 인해 교회 곳곳에 문제가 생겼다고 한다

몇몇 집사님과 장로님이 출동해 당장 해결할 수 있는 선에서 일을 마무리 짓고 저녁 늦게 귀가했다.




어제는 더운 여름 오래간만에 맞이한 남편의 휴일이었다.

두 달 만에 남편의 차를 타고 교회에 도착하자마자 아이들은 어린이부실로 뛰어가고 나도 본당으로 서둘러 올라가 여느 때처럼 예배 안내를 한다.

남편은 아침부터 뜨겁게 내리쬐는 햇볕을 맞으며 주차봉사를 하다 설교 시간이 임박해서 예배에 참석한다.

오래간만에 쉬는 주일이라 가족들과 어디든 가면 좋을 텐데 햇볕이 사그라지는 오후에 며칠 전 비로 인해 망가진 옥상에 방수페인트를 칠하러 가야 한다고 한다.




저녁 늦게 돌아와 간단히 저녁을 먹는 남편 앞에 앉아 넌지시 말을 건넨다.

"교회 일을 하고 나면 기분이 어때? 남들은 다 쉬고 있는데 자기는 왜 하는 거야?"

"누가 알아주길 바라지도 않고 누구한테 바라는 것도 없어. 단지 내 만족이야."

도대체 무슨 만족이라는 거지?

오래간만에 쉬는 날인데 가족과 시간을 보내야지 가긴 어딜 가냐며 조목조목 따지고도 싶지만, 내심 뿌듯해하는 남편을 바라보며 내 속에 있는 오만가지 말들을 참아낸다.




그래, 당신이 항상 말해온 것처럼 독실한 신앙이나 믿음의 힘으로 봉사를 하고 있는 게 아니라 해도 이런 당신의 삶이 예배로 드려졌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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