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목하사색 Nov 15. 2022

내 안에서 울리는 소리


  아이를 낳고 난 뒤 소리에 예민해졌다. 오로지 나만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어느 날 내 몸을 통해 세상에 나온 작고 작은 생명체를 만나면서 내 청각의 기능은 급격히 상승했다.


  아이는 세상에 나오자마자 울었고 불편하거나 필요한 게 있으면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울었다.

  말 못 하는 아이의 필요를 알아차리지 못할까 봐 조급했고 엄마의 역할을 제대로 못할까 봐 두려웠다,

  이제 아이들은 언어로 자기의 생각을 전달할 수 있다. 그러나 자기 생각이 커진 아이들은 의견 대립이 생길 때마다 엄마를 찾으며 아우성 댄다, 참지 못하고 자기주장만 내세우는 아이들은 시도 때도 없이 울기만 하던 갓난 아기 같다.




  남편은 피곤할 때 코를 곤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살게 되는 행복만큼 누군가와 공간을 함께 쓴다는 것에 불편함이 뒤따르리란 건 예상했다.

  그러나 막상 결혼하고 나서 남편의 코골이는 쉽게 적응하기 힘들었다.

  특히 아이들을 낳고 청각에 예민해진 나는 남편의 코골이와 아이들의 작은 인기척 소리에도 깨어나길 수차례, 깊은 수면에 들 수 없었다.

  아이들은 코를 고는 아빠 옆에 누워서도 든든한 아빠의 존재가 편안한 건지 신기하게 깊은 잠을 잔다.




  울어대는 아이가 없는 지금은 청각이 무뎌질 만도 한데, 다른 방에 누워서도 남편의 코고는 소리가 선명하게 들린다.

  적막한 어둠 속에 가만히 누워 다른 소음을 듣지 않고 창밖으로 내리는 빗소리에 집중하려고 노력해 본다.

  아내가 되고 엄마가 되어 가족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살아왔다면 이제는 내 안에서 울리는 소리들을 듣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온유함 냉철함 평정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