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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하사색 Aug 19. 2023

가시고기

  가시고기는 번식기가 되면 수초 줄기와 잎으로 집을 만들고 암컷을 부른다고 한다. 암컷은 알을 낳고 가버리고 새끼가 부화해 둥지를 떠날 때까지 둥지를 지키고 보호하는 습성이 있어 부성애의 상징으로 불러진다고 한다. 




  가시고기, 결혼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읽었던 소설책이었다. 

  그즈음 모성애를 이야기하는 책들은 많았으나 부성애에 대해 조명한 책은 그리 많지 않았다. 


이혼한 호연은 백혈병에 걸린 어린 아들을 위해 헌신한다. 
골수이식 수술비를 감당하기 위해 자신의 신장을 팔려고 하다 
간암 말기임을 알게 되고 
각막을 팔아 아들의 수술비를 마련한다. 
죽음의 때가 다가올 즈음 
이별의 아픔을 주고 싶지 않아 전처에게 아이를 보낸다. 



  아이에 대한 사랑과 헌신은 당연히 엄마에게 요구되었던 그 시기에 과연 이런 아빠가 있을까 싶었다. 

  내가 엄마가 된다 해도 아이의 엄마처럼, 호연의 전처처럼 행동하는 게 더 당연할지도 몰랐다. 




  큰 아이를 출산하고 남편은 자기에게는 부성애 같은 게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장사를 하며 새벽에 들어오는 일상, 그 힘든 시기에 아내는 갓 태어난 아이를 돌보며 정신이 없었으니 더 외로웠을 것이다. 

  그때는 말 못 하는 아이와 하루 종일 있는 나도 너무 외롭고 힘들었으니까. 

 결혼한 후 여유 있게 준비했던 임신이었고 마음의 준비를 한 출산이었지만 오롯이 돌봐야 하는 한 생명의 탄생은 우리에게 너무나 큰 변화를 가져다주었다. 

  하루 종일 내 곁에 붙어 있는 아이 때문에 나는 자유가 없었지만 남편은 졸지에 아내를 잃은 느낌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고군분투하며  때로는 무덤덤한 시간을 보내며 아이는 말을 하게 되고 [아빠]라는 단어를 내뱉으면서 상황은 달라져갔다. 아이들이 커갈수록 아빠라는 존재 가치와 책임감이 커진다. 

  가끔 남편을 일으켜 세우는 힘은 어디에서 나올까 싶다. 현명한 아내의 내조 때문이라고 답하면 좋겠지만 아마도 남편을 강하게 하는 건 아빠라는 이름 때문이라고, 아빠를 믿고 의지하는 아이들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 땅의 참 다양한 사람들이 있고 여러 모습의 아빠들이 존재하지만 내 기억 속의 아빠도 아픈 딸 대신 아파줄 수 없어 안타까워하셨다. 

  살뜰히 챙겨주지 못하지만 마음을 온전히 표현하지는 못하지만 아버지가 되고 나서 그들이 느끼는 세상은 많이 다를 것이다. 

  부성애가 없는 것 같다던 남편은 가끔씩  “엄마가 되지 말껄 그랬어, 엄마라는 역할은 나랑 맞지 않아”라고 푸념하는 내 이야기를 묵묵히 들어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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