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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하사색 Jan 28. 2022

따스했던 그날의 밥상


   무슨 배짱이었는지 한 번도 가 본 적이 없고 아무 연고도 없는 남양주에 배달 전문 피자집을 개업하고 나서 남편은 정신없이 바빴다.

   사실 일이 많아서 몸이 바빴던 것보다 배달 직원과 주방 아주머니를 채용하면서  뜻하지 않게 맞닥뜨리게 되는 감정적인 일들에 신경을 쓰느라 마음도 분주했고  부분을 많이 힘들어 했던  같다.




   출산 후 몇 주는 산후조리사가 다녀갔지만 그 후로는 대화가 되지 않는 아이와 하루를 보내며 새벽에 퇴근하는 남편을 기다리는 일상은 무료했고 외로웠다.

   서울에서 그리 먼 거리는 아니었지만 자가용이 없이는 쉽게 올 수 있는 거리도 아니었다. 특히 친정엄마와 언니들은 워킹맘이었기 때문에 평일 날의 방문은 더 힘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결혼 예비학교에서 만나 비슷한 시기에 결혼하고 먼저 엄마가 된 동생이 나를 만나러 남양주에 내려오겠다고 했다.

   최근까지 학원에서 영어강사를 했는데 출근 시간과 퇴근 시간이 너무 늦어서 고민하다가 네트워크 마케팅(다단계)을 시작했다며 근황을 전했다.  

   회사에서 판매하고 있는 주방 세제를 써보라며 싱크대에 올려 두고 판매하고 있는 냄비를 보여주며 그 냄비에 미리 준비해 온 재료를 넣고 닭볶음탕을 만들어 줬다.

   단순히 판매하는 물건을 홍보하기 위해 나를 찾아온 것일 수도 있으나 그때의 내게는 너무 반가운 방문이었고 냄비의 장점을 보여주기 위해 만들어 준 음식일 수도 있지만 나에게는 잊을 수 없는 위로가 됐다.

   난생처음 엄마가 되고 외출이 제한된 상태에서 이유를 알 수 없이 울기만 하는 갓난아이와 함께 100일의 시간을 보낸 육아맘들은 그때 내가 느낀 감정이 어땠을지 짐작이 가리라 생각된다.




   출산 후 100일이 지나 따뜻한 봄이 찾아오고 아이와 함께 하는 외출이 자유로워진 나는 그날 느꼈던 따스한 온기를 잊지 않았고 내 뒤를 이어 출산을 하게 된 엄마들을 만나러 산후조리원을 찾아 다녔다.

   집에서 갓난 아이와 일정 기간의 산후조리시간을 보내고 있는 엄마들의 집을 방문해 미리 준비해 간 재료로 떡만둣국을 끓여주기도 하고 삼계탕을 끓여주기도 했다.  

   나처럼 친정엄마나 시어머님이 아이를 같이 돌봐줄  없어  시간을 무료하고 때로는 외롭게 보내고 있던 그들은 나의 방문을 반가워했고 서툰 솜씨로 만들어  음식에 고마워했다.




   시간이 많이 지난 지금도 가끔씩 그날의 음식을 얘기하며 너무 고마웠다고 말해주곤 하는데 나도 그 동생의 방문과 따스했던 그날의 밥상을 잊을 수 없다.

  그날 먹었던 음식의 맛이 어땠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동생이 나에게 전해주고 간 따스한 온기는 아직도 가슴 한편에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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