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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하사색 Feb 07. 2022

코로나가 앗아간 시간의 무게

그 사이 우리도 참 많이 늙었구나


  고등학교 때 학생회장을 했던 남편은 친구가 참 많았다.

  키가 큰 그룹에서도 놀고 키가 작은 그룹에서도 놀고 공부를 잘하는 그룹에서도 끼어 놀고 싸움을 잘 하는 그룹에서도 끼어 놀고... 그냥 대중 없이, 별다른 구애 없이 끼어서 놀았다고 했다.

  그와 반대로 고등학교 학창 시절의 나는 조용했던 편이여서 교무실에 불려갈 만한 문제를 일으키지도 않았지민 특별히 두각을 나타내지도 않았다. 친한 친구 몇 명을 제외하고는 새로운 누군가와 따로 친해지려고 노력하지도 않았다.

  나중에 교문 앞에서 선도부를 했다던 남편 친구들을 만났을 때도 내가 같은 고등학교 동창생인 걸 믿지 못했고 급기야 성형수술했냐고 물어봤던 친구도 있었다.

  근데 그거 아니?

  나도 너네 얼굴이 하나도 기억이 안 나...




  교제하고 초창기에는 주말만 되면 남편 친구들 모임에 같이 나가곤 했었는데 그룹마다 제각기 특성이 있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친했던 친구들, 한참 술 마시며 어울렸던 친구들,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교까지 같이 갔던 친구들, 고등학교 동문회 활동을 하면서 친하게 된 다른 과 친구들...

  나를 만나면서부터 모임에 가는 횟수는 현저히 줄어들었지만 고등학교 때부터 친했던 친구 7명은 그 당시 커플모임 위주로 만나고 있었기 때문에 나와 사귄 뒤부터 오히려 만나는 횟수가 더 늘게 되었다.




   시기에 친구 7 중에 1명만 솔로였고 6명은 커플이었는데  결혼을  신혼이거나  결혼을 하거나 결혼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내가 처음 그들을 만난 곳도 7 중에 제일 먼저 결혼한 친구의 집들이에서였다.

  그 후 몇 달 뒤 그중 한 커플이 결혼식을 했고 내가 결혼하던 다음 해 5월에는 우리와 한 달 차이를 두고 결혼한 커플도 있었다.

   7명의 친구들이 나와 같은 동문이고 친구였지만 친구들의 와이프들은 다들 나보다 어렸기에 자연스레 왕언니가 되었고 남편 친구들도 남편의 아내라고 어렵게 생각하기보다 친구로 대해줬고 다른 커플들의 아내들도 언니처럼 편하게 대해줬기 때문에 제일 늦게 그 모임에 합류한 내가 쉽게 적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비슷한 시기에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그렇게 육아를 하다 보니 공통된 주제도 많아서 만남도 잦아지고 어느샌가부터 아내들이 계획해서 1년에 4번 정도 가족모임으로 서로의 집으로 놀러 가기도 하고 펜션이나 캠핑을 가기도 하고 했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의 아이들이 커가는 모습, 우리들이 자연스레 나이 들어가는 모습을 어색함 없이 지켜봐 왔다.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 이사를 하고 거리가 멀어지면서 자연스레 만남의 횟수가 줄어들었고 코로나 시작하기 전 2019년도에 한 번의 모임이 있었는데 남편이 바빠서 우리 가족은 참석하지 못했었다.

  갑자기 시작된 코로나가 잠잠해질 때만 기다리며 2년 동안 아무도 모임을 계획하지 않았고 이렇게 시간이 흘러갔다.




  지난 주말, 가까운 거리에 있는 친구 부부와 갑자기 연락이 닿아 저녁에 만나게 되었는데 3년 동안의 긴 이야기를 짧은 시간이지만 스스럼없이 풀어놓았다.

  우리 서로 1년에 한두 번씩 만나며 자연스레 나이 들어가는 걸 지켜봐 왔었는데 3년 만에 만나니 함께 키워 왔던 우리 아이들은 말로만 들어도 너무 많이 컸고 서로의 흰머리를 발견하며 멋 젓게 웃게 되는 우리도 참 많이 늙었구나.

  코로나가 앗아간 2년이라는 시간의 무게가 이렇게 크구나.

  짧은 몇 시간 못다 한 이야기, 우리가 공유하지 못했던 수많은 시간들 속에서 우리는 얼마나 많이 변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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