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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하사색 Jan 26. 2022

지독한 외로움, 따뜻한 추억들


큰 아이를 임신하면서 

남편과 함께 하던 서울의 작은 횟집을 정리하고

만삭의 몸으로 남양주에 내려갔다.



남편이 연고도 없는 남양주에

배달 전문 피자집을 오픈하게 되면서

나는 태어나서 처음 방문한 

남양주의 낯선 분위기에 적응해야만 했다.



서울과 남양주의 물리적 거리는

그리 멀지 않지만

줄곧 서울에서만 살아왔던 나에게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남양주는 이름마저도 차갑게 느껴졌다. 



높은 빌딩 사이로 복잡한 도로를 가로질러

한적한 도로를 접어들면서부터

경기도가 시작됐다. 

운전면허는 따놓은지 오래였지만

대중교통에 편리함에 

굳이 운전은 하지 않았는데

남양주로의 이사가 급하게 진행됐고

그때 당시 만삭인 상태라 

다시 운전을 배울 생각을 하지 못했다.



가게 오픈에 맞춰 급하게 구한 집은

언덕 위에 있는 아파트였다. 

남향이고 19층이라 따뜻하고 아늑했지만

이사를 하게 된 시기는 겨울이었고

눈이 오고 나면 언덕에 얼음이 얼어서 

출산을 앞둔 임산부가 

언덕을 오르내리기에는 매우 위험했다.



그 해 겨울,

남편은 가게 오픈 준비와 함께 

장사를 시작하면서 많이 바빴고

군데군데 미끄러운 언덕을 내려갈 

자신이 없었던 나는

병원 외에는 거의 외출을 하지 않았다. 

이사를 한 겨울부터 출산 후 백일까지 

약 4개월의 기간이 

지금에 와서 되돌아 보아도

꽤 외로웠던 시간으로 기억된다. 



큰 아이가 태어난 후 2달쯤 지나 

따뜻한 봄이 찾아왔고

아이의 100일과 함께 마음의 여유도 생겼다. 



출석하게 된 근처 교회에서 

자녀 연령에 맞게 

신혼부부 목장에 편성해 줬는데

첫 자녀라 육아에 서툰 엄마들이 

같은 고민을 나누고

서로의 아이를 봐주며 함께 육아하면서 

외로움을 느낄 새도 없이 

하루하루가 바쁘고 즐거웠다.   

엄마들과 함께 유모차를 끌고 

한적한 동네를 돌아다니기도 했고

서로의 집에 방문하며 쌓았던 추억들은

12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행복하게 기억된다.    



비록 2년 만에 다시 서울로 되돌아왔지만

내 기억 속 남양주에는 

다시는 느끼고 싶지 않은 

지독한 외로움과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는 

따뜻한 추억들이 공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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