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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하사색 Jan 30. 2022

나는 좋은 며느리일까


상견례를 마치고 결혼 준비를 하면서

남편은 신혼집을 친정 근처에 얻자고 했다.

딸 다섯 중 마지막 남은 자식을 출가시키는

장인어른과 장모님을 신경 쓴 배려였고 

시부모님도 당신보다 연세가 많은 

사돈어른을 생각하셔서 흔쾌히 허락하셨다. 



신혼집은 친정 큰 길 건너 작은 빌라였는데

평일 퇴근 후 자주 친정에 들려서

저녁을 먹을 거라고 생각했던 

남편의 예상과는 달리 

나는 특별한 일이 없으면 친정에 들리지 않았고

남편과 감정싸움을 하거나 속상한 일이 있어도

엄마에게 전화하지 않았다.



나는 가족이라고 해도

적절한 거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이제 결혼을 하고 한 가정을 꾸렸으니

온전히 독립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어릴 때 자녀들에게 못 다해 준 

미련이 남아있어서일까?

내 생각과는 달리

시어머님은 아직도 결혼한 자녀들을

마음에서 온전히 독립시키지 못하셨다. 



16년이 지나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어머님은 외로움과 후회가 많은 분이라

내 시간을 더 내어드리고

옆에서 조잘조잘 대화하고

딸보다 더 살뜰히 챙겨드리면 좋을 테지만

내 무심한 성격으로는 쉽지 않았다. 



어머님의 피나는 노력으로 

제사를 없앤 시댁은 

제사를 드리는 집보다 하는 일이 적다.

그럼에도 손이 큰 어머님은

명절 때면 떡을 직접 만드시고 

갖가지 음식을 해서 친척들을 맞이하고

시골에 내려가지 못한 자취생들에게

음식을 나눠주시고 

때로는 지방에 있는 친척들에게 

택배도 보내신다. 

그 많고 많은 음식은 어머님이 다 하시고

난 종종걸음으로 쫓아다니며 

도와드릴 뿐이다.



생각해 보면

아들이 사랑하는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며느리로 한없이 부족했던 내가 

당신의 눈에는

못마땅하셨을 수도 있었을 텐데

선뜻 당신의 가족으로 받아주시고

실수할 때마다 괜찮다 괜찮다 말씀하신다.



어머님의 외로움과 후회가 섞인 

넋두리를 들어드리는 게 

아직도 힘들지만

지금보다 조금 더 시간과 관심을 내어드린다면

나도 좋은 며느리가 되지 않을까?



어머님, 올해부터는 조금만 더 노력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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