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기에 두렵지 않았지만
그러나 난생처음 경험하게 된 음식장사가 어디 즐겁기만 했을까?
남편은 아침 9시면 활어차를 끌고 횟감을 사러 미사리 수산시장으로 나가고 나는 집을 정리하고 정오가 되기 전에 가게에 나가 그날 장사에 필요한 야채를 준비했다.
오후 2시에 장사를 시작해서 새벽 1시까지 작은 가게에서 부부 둘이 일했다.
나는 가게에 온 손님들을 맞이하고 테이블을 세팅하고 주문을 받고 서빙하고 매운탕을 끓이고 틈틈이 쌓여가는 설거지를 해댔다.
남편은 내가 손님에게 받아 온 주문내역을 듣고 가게 앞 수족관에서 횟감을 가져가서 주방에서 회를 썰었다. 매장 안에 테이블은 5개였지만 날씨가 좋은 날에는 가게 앞에도 5개의 파라솔을 폈다.
손님이 몰리는 시간, 내가 매장 안에 손님들을 신경 쓰느라 바쁘고 남편은 주문받은 회를 써느라 정신없을 때는 손님들이 알아서 파라솔을 펴고 앉았고 기본 반찬들도 알아서 챙겨갔다.
사랑하는 사람과 하루 종일 함께 있으면 마냥 행복할 줄만 알았는데,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기에 경험이 없는 음식 장사도 두렵지 않았는데 처음 하게 되는 음식장사에 우리 둘 다 육체적으로 많이 힘들었고 그런 상황에서 서로의 사소한 말 한마디에도 가시가 되어 박혔다.
장사를 시작한 뒤 가게와 집만 오가며 24시간 함께 있는 서로의 말 한마디에 예민해지고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서로의 생각과 관점이 달라서 생기는 의견 대립으로 싸우기도 했다.
우리는 처음 만나 교제를 시작하고 상견례를 하고 결혼 날짜를 정하고, 마음이 안 맞아 헤어지기도 한다던 혼수를 결정할 때도 그 흔한 말다툼 한번 한 적이 없었다.
결혼 후에도 서로의 감정을 건드리는 말을 한 적이 없었고 서로에게 단점을 보이지 않으려고 굉장히 조심했다.
16년의 결혼 생활 중 장사를 시작하고 첫 몇 달, 그 짧은 시간 동안 제일 많은 싸움을 했던 것 같다.
그때의 우리는 짧은 시간 사랑하는 사람에게 몰아치듯 받게 되는 상처들에 너무 힘들었지만 그 몇 개월의 시간이 있어서 서로를 더 많이 알게 되었다고 자신한다.
교제하고 결혼 후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행여나 내게서 떠나가 버릴까 봐 서로에게 상처가 될까 봐 서로에게 하고 싶었던 말들이 있어도 꽁꽁 숨겨놓고 좋은 말만 하며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했다.
오랜 시간을 함께 하기로 약속한 부부라면 언제까지나 상대방의 모든 의견을 존중해 주고 바라봐 줄 수만은 없다고 생각한다.
언젠가 의견 대립이 생길 수 있고 서로에게 필요한 조언도 하게 되고 못마땅한 부분도 지적하게 되겠지만 말을 건네는 적절한 타이밍과 언어로 옮기는 적절한 수위를 조절한다면 서로의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고 현명한 부부 싸움을 할 수 있지 않을까?
낯선 음식장사에 적응해 가며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받던 몇 개월을 되돌아보면, 터놓고 이야기하고 조율할 수 밖에 없었던 그 시간들이 있었기에 그 후로 더 긴 결혼 생활 속에서 상대에게 조언을 건네는 적절한 타이밍과 기분 나쁘지 않을 만큼의 말을 건넬 수 있는 지금의 우리가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