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8.20
연기하는 코치
코치는 코칭 세션 중에 연기를 해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혹은 연기력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 이것은 고객이 ‘현재 및 여기’에 머무르며 마음껏 자유연상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데 도움을 준다.
즉흥 연극에 참여한 경험은 있었다. 오래전 지인의 초대로 여러 배우들 틈에서 부여받은 역할을 연기하는 것이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매우 당황스러운 순간이었다고 기억된다. 전문 배우들이 앞서 상황을 설정하며 연기를 하면 그 이후에 일반 참여자들이 대본도 없이 서로의 대사를 듣고 반응하며 극을 만들어 가는 것이었다.
이러한 과정은 각기 다른 삶의 이야기와 참여자들의 당시 감정이 투사되어 나타나는 과정을 관찰함으로써 통찰을 얻는데 효과적이다. 또한 코칭의 현장에서 자유롭고 자연스러운 프레즌스를 만드는 것에도 도움이 된다.
오늘은 원성원 코치님과 배우 김현정 강사님이 진행하는 과정이었다.
여러 단체나 조직에서 벌어지는 갈등의 역학 관계를 즉흥적인 극으로 만들어 참여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활동이었다.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 보여주기 연극이 있었는데 진상 고객 때문에 옷가게에서 벌어지는 해프닝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 상황 속에서 배우 강사님이 옷가게 사장으로 깜짝 등장하여 극적 긴장감을 고조시키면서 극 중 진행자 역할의 조커 강사님이 점원 배우를 관객 쪽으로 돌려세워주어 그 속마음을 들려주었기에 매우 깊게 몰입할 수 있었다. 이후 우리들의 포럼 연극을 위해 최근 일상의 만족도를 각자 측정하면서 만족도의 이유, 어려운 점, 보람된 일을 나누었다.
참가자들의 나눔을 모아 정리하면서 즉흥공감포럼연극이 완성되었다. 나도 한 역할을 맡게 되어 나름 열연을 펼쳤는데, 10분 준비하는 과정에서 논의한 대사는 막상 무대에 오르자 상대 배우와의 호흡을 맞추면서 변형되었다. 잘 짜인 대본을 소화하면서 연기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참가자 배우들도 떠오르는 대로 자연스럽게 연기에 몰두할 수 있었고 참가자 관객들도 흥미진진한 전개에 빠져들 수 있었다.
주인공을 둘러싼 등장인물들은 극에서 억압자의 역할을 맡게 된다. 억압자에게 둘러싸인 주인공은 평소에 복잡하게 눌려 있던 나쁜 감정들을 발산하는 기회를 얻게 된다.
코칭의 현장에서 특히 그룹 코칭 혹은 팀 코칭에서 응용하게 될 의미 있는 작업이었다. 평소 코칭에서 사용하는 NLP(신경언어프로그래밍) 기법과도 맞닿은 부분이 많아 유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연기를 잘하는 코치가 되는 것도 멋지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