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다'라는 말의 가치
당신은 하루동안 타인에게 고맙다는 말을 몇 번이나 하나요?
발행일 2024. 8. 1.
사람들은 타인에게 고마움을 표현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알고 있음에도 현실에서는 고마움을 표현하는 것을 어색해하는 경향이 있다. 누군가에게 고마움을 말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짧은 눈웃음, 목례를 하며 넘어가기도 한다. 말을 하지 않아도 비언어적 표현을 통해 상대방이 자신의 마음을 이해할 것이라 생각한다. 또 어떤 이는 마땅히 고마워해야 하는 상황에도 고마움을 말해야 하는 상황임을 모르기도 한다. 타인의 호의를 받는 것이 자신에게는 당연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고마움을 표현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또한 고마움을 표현하기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무엇인가?
고마움을 표현하는 데 있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말'로 표현하는 것이다. 언어가 가진 힘은 매우 크다. 비언어적인 표현보다 훨씬 직관적이다.
'고맙다'는 말은 누군가에게 도움이나 호의를 받았을 때 감사를 표현하는 기본적인 언어이다. 사전적 의미로는 '남이 베풀어 준 호의나 도움 따위에 대하여 마음이 흐뭇하고 즐겁다'는 뜻이다.(출처 네이버 국어사전) 고맙다는 말은 단순히 예의를 표현하는 단어로 국한하기에는 아쉬움이 있다. '고맙다'는 말에는 상대방이 좋은 마음을 가지고 나에게 이익을 주기 위해 행동했음을 알고, 상대방의 노력을 인정해 주며 그 행동의 가치를 높게 평가함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고마움을 표현하는 것은 하나의 능력이라고도 할 수 있다. 상대방이 한 행동의 의미와 그 속에 담긴 애정을 이해하며 그 애정을 되돌려주는 것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고마움은 인간의 유대감을 강화시키며 이를 통해 무엇인가를 사랑하기 위한 많은 기술을 축적하는데 도움이 된다. 또한 나쁜 사건 속에서도 좋음을 찾을 수 있게 도와주어 긍정적인 자아상을 형성할 수 있게 한다.
필자 역시 고맙다는 말의 중요성을 잊고 살았다. 이 말의 따뜻함을 다시 알게 해 준 것은 초등학교 3학년인 한 학생 덕분이었다. 여러 개의 작은 상자를 들고 계단을 힘겹게 올라가는 학생이 있었다. 상자가 곧 떨어질 것만 같아 학생에게 도움이 필요하냐고 물어보았으나 스스로 해보겠다며 상자를 다시 정리하고 계단을 올랐다. 그렇다면 혹시 문을 열어주는 것을 도와줘도 되겠느냐 물었더니 좋다며 학생은 밝게 웃었다. 천천히 걷지만 스스로 끝까지 목적지까지 걸어가는 학생을 따라가 문을 열어주었더니 해맑은 웃음을 지으며 '고맙습니다.' 하며 말해주었다. 가슴이 찌릿했다. 누군가의 말을 듣고 가슴이 찌릿함을 느낀 것은 처음이었다. '고맙습니다'라는 그 한 마디가 몇 주가 지난 아직까지도 생생하게 느껴진다.
필자는 직업상 아이들과 지내는 시간이 길다. 다양한 아이들을 만나면서 아이들이 친구에게도 하물며 어른에게도 고마움을 잘 표현하지 못한다는 걸 알았다. 아이들은 상대방의 호의가 호의인지를 알지 못했다. 당연하다고 느끼는 경향이 있었다. 사실 아이들이 그렇게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기에 교육을 통해 고마움이 무엇인지, 고마움을 표현하는 방법은 무엇인지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고마움을 표현하는 능력은 훈련을 통해 기를 수 있다. 가장 쉬운 것은 고마움을 느낀 내용을 열거하는 것이다. 감사일기를 적어보는 것이다. 감사일기는 하루에 있었던 일을 되돌아보며 감사했던 일을 목록화하여 적는 것이다. 상대방이 보여준 호의에 대한 감사부터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준 사람에게, 따뜻한 말을 해주었던 사람에게, 하물며 따뜻했던 오늘 날씨에게도 감사함을 느끼며 적는다. 이를 통해 사소한 것에도 고마움을 느끼고 표현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다.
모든 사람들이 누군가에게 고마움을 전달하고 또 다른 이에게 고마움을 표현하다 보면 정말 따뜻한 사회가 되지 않을까. 우리 사회가 고마움으로 가득 찬 사회가 되길 바라본다.
이 글을 긴 시간을 들여 끝까지 읽어준 당신에게 고마움을 표한다.
(‘고맙다’와 유사한 말로는 ‘감사하다’는 표현이 있다.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고맙다’와 ‘감사하다’는 의미 차이가 거의 없으며 고유어, 한자어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필자는 고유어인 ‘고맙다’는 표현을 더 좋아하기 때문에 ‘고맙다’는 표현을 위주로 적었다.)
참고
동아사이언스 [박진영의 사회심리학] ‘고맙다’는 말은 '마법' 같다
추병완 - 감사의 도덕적 본질과 교육 방안
무무 기자 happy.happy@dogea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