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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다 Feb 01. 2022

자아도취의 늪

나는 도취되었는가 아닌가

모든 걸 자신의 문제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다. 난 분명 내 얘기를 했는데, 어느새 정신을 차려보면 내 얘기가 그 사람 이야기가 되어서 그 사람 이야기만 듣고 있다.


나는 그런 사람이 싫다고 생각하면서 그럼 나는 아닌가 하고, 나는 나를 제외한 세상에 대해 얼마나 이해하고 관심 갖고 있는지 질문하게 되었다.


나는 정말로. 듣는가?


생각해보니 나도 다를 바가 없었다. 나는 쓰는 만큼 읽느냐는 질문에 우물쭈물했다. 나도 귀가 닫힌 작가 지망생이었다.


나는 근래 나에 대해 글을 쓰다가 나의 아픈 상처에 흠뻑 빠져버렸다. 내가 비련의 여주인공이라고 착각을 하면서 손가락이 베인 몇몇 상처를 오래 두고 마치 손이 잘려나간 상처처럼 아파했다. 자아도취의 늪. 그 늪에 빠져버린 거다. 다른 사람의 잘려나간 상처보다 나의 베인 상처가 아파서 그 늪에 빠져 허우덕댔다.


누가 나에게 힘들다고 말할 때도 공감을 할 수 없으면 등한시했다. 상대의 이야기를 온전히 상대의 이야기로 듣지 못하고 나와의 연결성을 찾으려 했다. 그러니까. 네가 나에게 이런 일 때문에 아팠다고 말하면, 나는 네가 아파한다고 하는 말에 슬퍼하는 나에게 집중했다. 글을 읽을 때 그랬고, 글을 쓸 때 그랬다.


내가 세상의 온전한 주인공이라고 믿고 싶었다. 유명 작가가 되어서 사람들의 이목을 받고 싶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나는 내 삶의 주인공이지만, 세상과 다른 사람들의 주인공이 아니다. 다만 그러길 바랬을 뿐이다. 세상 모든 일이 나와 연관되지 않았고, 나는 그래서, 배우고 알아야 한다. 이 세상이 나만 사는 세상이 아님을.


오직 나와 관련된 슬픔만 이해하는 내가 얼마나 편협한지를 알게 되고, 부끄러웠다. 그동안 내 세상에 빠져 세상의 모든 상처를 다 아는 양 행동한 자신이 부끄러웠다. 이제는 늪에서 어느 정도 빠쟈나왔다고 믿고 싶지만, 사실 지금도 나는 늪에서 온 몸을 빼기 위해 어마무시 노력 중이다.


좀만 기다려! 거의 다 빠져나오고 있어! 아...! 잠깐만... 흐읍(힘주는 중)!


잠깐만... 너 좀만 더 기다려야겠다. 내가... 자아도취의 늪에 빠져버려서.... 잠깐.. 안돼!!! 가지 마!!!!! 기다리라고!!!!!!!


나를 벤 상대방의 행동에 잘잘못을 따지는 일도, 탓하는 일도 멈추기로 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어?"


라는 질문 앞에서 나는 "그럴 수 있어~"하고 대답해보았다.


나를 상처 준 부모님 때문에, 친구들 때문에, 사회 때문에, 때문에, 때문에, 때문에


'~때문에' 그랬다는 생각에서 벗어나기로 했다. 내가 나를 위해 상처와 고통 앞에서 했던 모든 행동에 붙였던 '~때문에'라는 레이블을 떼고 나는 나를 '위해서'라는 레이블로 고쳐 달았다. 아니. 아직도 계속 고쳐 다는 중이다. 흐으읍! 힘껏 힘을 주면서. 나의 상처를 명확히 바라보고 그 속에 빠져 허우덕대기 보다 앞으로 나아가는 일에 집중하기로 다시금 결심했다.


우물 속 개구리인 나는 호수에 와서 좋다고 좋다고 기뻐하다가
또다시 바다로 가는 길에서 늪에 빠졌네.

시간이 너무 오래 지나버린 나의 상처에서 벗어나,
모든 걸 나에게 초점 맞추지 말고,
세상과 사람들에게 눈 돌리고,
나보다도 넓고 광활한 세상을 향해 눈 돌리며 늪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애써야겠다.



넓은 바다야. 좀만 기다려라. 거의 다 빠져나왔다.

















이 발만 빠져나가면 흐읍!(힘주는 중)



최대한 빨리 늪에서 나갈게 바다야.

너라는 넓은 학교를 마구마구 누비고 다닐 테다~ (두근두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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