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은요-
사람들은 우울에 대해 잘 모른다. 심지어 우울을 겪은 사람도 종종 그게 뭔지를 모른다.
얼마 전 두 친구가 그런 말을 했다.
“우울은 컨디션 조절을 잘하지 못해서 걸리는 거야.”
그 말을 듣고 처음엔 어떻게 반응을 해야 할지 몰랐다. 말을 꺼내기 애매한 상황에서 들은 그 말에 당혹감이 일더니 끝끝내 분노감으로 까지 이어졌다.
두 번째 그 말을 들을 때는 다른 친구의 입을 통해서였다. 대화가 가능한 좋은 친구였다. 나는 그녀에게 항변했다.
“난 그렇게 생각 안 해. 만약 누군가 견뎌내기 힘들 만큼 고통스러운 일을 겪었으면? 그 고통을 이겨내고 감내하고 나아가려는 동안 또 그런 고통스러운 일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생기면? 난 꼭 컨디션 조절을 하지 못해서만 우울이 걸린다고는 생각하지 않아. “
친구는 말을 돌렸다.
“어쨌든 난 네가 상처받고 아픈 게 싫어.”
하고 그녀가 말했다. 골뱅이가 참 맛있는 날이었다. 그렇지 지은아?
우울은 사람을 먹먹하게 만든다. 무기력하고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게 하는 동시에 너무나 많은 것(예컨대 슬픔, 공허, 외로움 등)을 느끼게 만든다.
아주 깊게 슬픔 속에 가라앉은 상태가 되면 죽는 것도 나쁘지 않겠는데? 하는 생각마저 든다. 그런 한순간에 죽음을 생각하게 할 수도 있는 무서운 마음이 우울이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우울을 두려워하기도 한다. 하지만 요즘 들어 우울이 감기와 같은 어떤 상태라는 사고방식이 퍼지는 듯해 기쁘다.
우울이 병균이라 여기며 두려워하거나 무서워할 필요는 없다. 우린 그저 뭔가를 잘 잊거나, 뭔가를 잘 느끼지 못하거나, 어쩐지 종종 다른 곳에 가 있는 듯하거나, 살짝 이해력이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사람을 마주하면, 그저 혹시?라는 마음으로 조금의 친절을 보이면 된다.
상대의 말을 들어주고. 네가 아프지 않길 바란다고 말해주면 된다.
그냥 그거면 된다.
좋은 영상을 보다가 우울에 대한 생각과 인식이 조금 나아지길 바라는 한 사람으로. 나도 그리 아는 게 많은 건 아니지만 좋은 동영상을 공유하고 싶다.
https://m.youtube.com/watch?v=IB-S6THpio0
종종 우리는 자신이 경험한 고통의 한계로 상대가 경험한 고통의 한계를 예상한다. 하지만 우리의 예상은 틀릴 수 있다. 내가 남이 되어 본 적이 없고, 남도 영영 내가 되어볼 수 없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말 중 하나는 상대를 물음표로 남겨놓는다는 말이다.
누군가에게 처음 들었는지 기억나지 않는 그 말은 종종 다른 이의 입에서 마주치면 기쁘다. 맞아. 우린 서로를 잘 모르지. 우린 서로를 물음표로 남겨두고 계속 관찰하고 존중하고 사랑할 부분을 찾아가는 중인거지. 마치 그런 말들이 그 뒤에 숨어진듯 하다. 상대를 물음표로 남겨 놓는다는 말은 어쩌면 상대에 대한 존중인 동시에 배려이며, 자신의 부족함에 대한 인정이 아닐까.
혹시 종종 상대가 당신을 모르고 당신의 고통을 모르는데 함부로 안다고 이야기한대도 당신이 상처받지 않기를 바란다.
당신은 물음표다. 당신은 계속 알아가기에 충분한 가치를 지녔다. 그리고 나는 그 가치를 계속 알아가는 날들이 당신 앞에 펼쳐지길 진심으로 기원한다. 당신을 응원한다.
당신은 물음표다. 그러니 좋은 것들을 한번 발견하고 알아가 보자.